달항아리를 생각하며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도자기 가운데 '달항아리'만큼 대중적인 것이 또 있을까. 순백에 둥근 모양은 그 모습이 무척 푸근하고 편안하다. 어떤 꾸밈도 없어 담백하니 어느 공간에나 잘 스며들고 어우러지기 쉽다. 본래 달항아리는 임진왜란 등 조선 후반 많은 도예가들이 끌려가고 가마가 파괴되면서 제작이 쉬운 형태의 달항아리가 대량으로 만들어졌다. 그 때만해도 달항아리라는 이름도 없었고 그저 '백자 큰 항아리' 정도의 투박한 이름뿐이었다. 그러다 '달항아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낭만이 느껴지는 새로운 이름이 예술가들에 의해 붙여지기 시작한다. 그 시작은 김환기 화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달항아리를 소재로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그는 달항아리에 색과 질감에 매료되어 "이러다간 종생 항아리 귀신이 될 것 같소"와 같은 말을 친구에게 고백 할 정도였다. 달, 그 중에서도 둥근 보름달은 정월 대보름, 추석 한가위 등 우리네 절기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명절에 등장하는 달인 만큼 둥그런 달에 대한 오랜 상징과 의미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이 두 개의 그릇을 맞붙인 형태라는 점이다. 그래서 달항아리는 완벽한 원형(구)가 될 수 없다. 서로 다른 두 개의 그릇이 위 아래로 합쳐져 하나가 되고, 하나 된 모습은 완벽한 구형은 아닐지라도 - 보는 각도에 따라 보여지는 모습에 차이가 있어도 - 그러한 모습 덕분에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주는 것은 아닐까. 달항아리를 생각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하나 될 수 있음을 상상하는 것, 서로 맞닿아 기댈 때만이 하나 될 수 있는 그런 호혜성을 상상하는 것이 아닐까. * 참고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KBS 역사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