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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드럭 2탄, song by song

 지난 번 뉴스레터에는 오케스트라 도전에 따른 전반적인 감상을 써 보았으니, 이번에는 7월 말 오케스트라의 셋리스트(?), 즉 실제 연주했던 곡 하나하나에 대해 소감을 써 볼까 한다. 공연 시 순서대로 적었으며 참고삼아 각각의 곡에 해당하는 유튜브 링크도 넣어 보았다.  <위풍당당 행진곡>  영국의 작가 엘가가 작곡한 클래식으로, 제목만 들어서는 모를 수 있지만 들어보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한 곡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예전에 여성 솔로 가수 마야가 ‘위풍당당’으로 샘플링한 적이 있고 이후 이 샘플링 곡이 LG 트윈스에서 이진영, 이형종 선수의 응원가로 쓰이기도 했다.   아리랑을 빼면 그나마 7월 오케스트라 때 난이도가 제일 낮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러나 후반부에 4마디 정도 북 제외하고 목관악기만 연주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파트는 굉장히 신경을 써야 했다. 또한 중간에는 3옥타브 부분이 조금 있어서 그 부분은 아무리 연습해도 삑사리가 나기에, 공연 당일에 손씽크로 어물쩡 넘어가며 무임승차를 잘 실천했다.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 (Pomp and Circumstance March No. 1, Op. 39 No. 1) 엘가 (E.ELGAR) _ 서울페스타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마블 메들리>  마블 시리즈와 관련된 세 곡을 모아서 메들리로 편곡한 레파토리이다. 써드 플루트 파트의 전체적인 운지가 많이 어렵지는 않은데, 처음 곡인 Marvel studios 2016 Fanfare  에서 박자가 굉장히 빨라서 박자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웅장하다 보니 소리가 굉장히 큰 금관악기들, 심벌즈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플루트는 많이 묻히는 편이라 박자만 잘 맞추면 은근히 편하긴 하다.   개인적으로 SF, 히어로 영화 이런 쪽에 관심이 없어서 원래 전부 몰랐던 곡들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어서 좋았다. 특히 The Avengers 의 시...

템플스테이 후기

  드디어 몇 년 간 품어왔던 투두리스트? 버킷리스트?를 해치웠다(!!) 그건 바로 바로... 템플스테이! 자고로 템플스테이란 산 넘고 물 건너 아주 깊고 고요한 곳에 숨어 마음을 정화하는 데 그 의의가 있겠지만, 이런 저런 것을 재고 따지다간 영원히 리스트에만 남아있을 것 같아, 일단 시도해보자는 마음으로 신청. 몰랐는데 템플스테이라는 게 호텔처럼 방 있으면 상시 가능한 것이 아니어서, 그 절의 사정이나 뭐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을 열어두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일정에 맞춘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국 바투 다가온 일정 때문에 가능한 곳은 하나, 서울 은평구에 있는 수국사였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고 계좌이체로 입금하고 나니 다음날 확인 문자가 왔길래 됐나보다 했는데 얼마 지나 갑자기 전화가 왔다. 추가적인 안내인가 했는데, 나 혼자 신청했는데 괜찮냐는 것이었다. 예약할 때부터 나 1명인 건 알고 있었는데, 혹시 1명은 안 받아주나 싶어서 (뭔 식당도 아니고;) 안 되나요? 했더니 그건 아닌데, 1명이면 다른 날로 했을텐데 미리 알려주지 그랬냐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단다. 전 괜찮습니다, 하고 통화를 끊고 보니 머쓱했다. 회사 스트레스 디톡스 목적도 겸해서 연차를 냈고, 템플스테이 일정은 오후 2시에 시작하길래 조조영화를 볼까 은평 가는 길에 상수나 연희 쪽 느좋 카페나 좀 들러볼까 했는데 그건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였다. 아침에 일어나 어찌어찌 하다보니 12시였고 집에서 수국사까진 한시간 반, 갈아타고 걸어가고 하는 시간을 넉넉하게 고려하면 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허겁지겁 집을 나와야 했다. 다행히 가는 길에 큰 문제는 없어서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어딜 거하게 들리긴 애매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절까지 걸어가야 해서 근처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한 잔 해서 갔는데도 시간이 꽤 남아있었다. 절 단지(?) 내에 건물이 여러 개가 있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사람이 있어보이는 곳에 갔...

비자 없이 다녀온 두 도시, 상하이와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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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 없이 다녀온 두 도시, 상하이와 베이징 작년엔 상하이, 올해는 베이징. 가족 여행으로 아이와, 조카들을 데리고 여행길에 올랐다. 중국 무비자 정책으로 이 때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마음에 금방 마음을 정하고 다녀올 수 있었던 두 도시였다. 같은 나라지만 이렇게까지 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하이와 베이징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하이 — 개방적이고 밝은 상업 도시 상하이는 한마디로 '상업 도시'였다. 와이탄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밤이 되면 더 빛나는 강변의 불빛들, 세련된 쇼핑가와 카페들까지. 도시 전체가 밝고 개방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서구적인 느낌과 중국 고유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하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뜻밖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하이 청사 였다. 화려한 도심 한복판, 좁은 골목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번화한 상업 도시 이면에 이런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게 묘하게 뭉클했다. (실내는 촬영이 불가능해서 기록으로 남기진 못했다.) 물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베이징 — 정치와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반대로 베이징은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정치와 역사의 무게가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회색 벽돌 건물들이 골목마다 이어져 있고, 그 정취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화려함보다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베이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공자묘였다. 오래된 나무와 비석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왜 '역사의 도시'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국자감과 공자묘는 베이징에 가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고. 오래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즐길만한 곳은 아니었기에 나 혼자 짧은 시간 알차게 구경하느라 애썼던 장소이기도 했다. 공자와 유학, 도덕정치를 꿈꿨던 시대의...

오케스트라 공연 해 봤니? (꺼드럭)

   이번 호는 ‘서로의 경험과 문화생활에 무임승차한다’는 우리 뉴스레터에 걸맞는다고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있는 글을 썼다. 세상에 해 본 사람, 앞으로 할 사람보다는 못 해 본 사람이 더 많은 경험일 테니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합류하여 첫 연습부터 인생 처음으로 공연장 무대에 서 본 기억을 간추렸다.   어렸을 때 잠시 배우고 20여년을 잊고 살던 플루트를 작년 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개인레슨을 받은 지도 어느덧 1년 반. 실력은 미천하지만 플루트끼리 혹은 다른 악기와 합주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다. 지금 개인 레슨을 받는 선생님이 플루트 그룹 레슨도 운영하고 계셔서 실은 작년 가을쯤부터 이미 그룹 레슨도 수강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레슨 장소가 일반적인 음악학원이 아닌 교회이다보니 나 빼고 모두들 (열성적인) 교회 신자이시라는 점이다. 연주곡도 찬송가가 많이 섞여 있고 무엇보다도 그분들과 연습 및 사담 등을 하다 보면 반드시 교회 다니라는 전도의 말씀(?)을 듣게 되기에, 좋은 분들이지만 상당히 부담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또한 본가에서 성남시로 이사하면서 레슨 장소까지 편도 3시간이 걸리는 부담스러운 거리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개인 레슨은 선생님과 협의하여 시간대나 요일을 조절할 수 있고 기본 레슨 시간이 토요일 오전 11시여서 출석이 아주 힘들지는 않아서 계속 받고 있지만, 그보다 이른 오전 9시에 시작하는 단체 레슨은 어느 순간부터 아예 출석하지 않고 회비도 납부하지 않은 채 잠정적으로 탈퇴 상태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단체 합주와 연습의 필요성을 느껴 인터넷에서 취미 오케스트라 등을 검색하던 중, ‘메리오케스트라’라는 사단법인 단체를 알게 되었다.  메리오케스트라는 누구나 취미로 악기를 배우거나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을 할 수 있는 단체이며, 내가 본 모집공고는 11기 오케스트라에 중도 합류할 단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간단한 오디션 영상과 함께 (사실 이것도 귀찮아서 미루고...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제목은 이하늬님의 유명한 그 짤입니다) 유투브 [타임슬립호텔] 어떻게 이 채널이 나의 알고리즘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당신이 교토 명문가의 며느리가 된다면 겪게될 끔찍한 일들'이라는 썸네일이 보였다. 한창 일남에 심취(...)해있던 터라 홀린 듯 클릭해서 보는데 일종의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섞어서 서술하는 형식이 신선했고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다. 솔직히 PC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아니 며느리 어쩌고 하는 제목부터 그렇잖아요... 난 내 안의 언피씨함을 인정하기로 했어...) 뭐랄까 그렇다고 대놓고 혐오 발사 이런 느낌은 아니기도 하고 일단 당장 문장을 말하는 그 순간에 다음 문장이 궁금해지는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거 재밌네?! 싶어 채널에 업로드된 동영상 제목들을 보는데, '조선시대 세자빈 간택에 불려가면 벌어지는 일', '당신은 이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상 최악의 교도소', '리젠시 시대 상속녀로 태어나면 벌어지는 일' 같은 딱 봐도 도파민 터지는(...) 것들 뿐이었다. 필름클럽도 끝났고 그것이 알고 싶다 유투브 채널도 영 흥미가 떨어지던 와중에 나의 여가 시간을 채워줄 새로운 콘텐츠를 찾은 것이다. 대놓고 AI 발사하는 영상이 흠좀... 싶을 때도 있고 나레이션의 목소리에 거부감이 없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긴 한데 그래도 어디서 그렇게 재미질 것 같은 주제를 뽑아오는지, 시간도 15~30분 정도여서 머리 말리며, 옷 갈아입으며, 주말에 밍기적 거리며 틀어두기 딱 좋더라. 공간 [답십리 고미술상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혼자 가기엔 약간 겁이 났다. 잘 모르고 갔다가는 어색, 뻘쭘하게 그대로 돌아올 것 같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가봐야지, 했는데 우연히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들렀다가 그냥 예습 차원에서 가볼까 해서 구경을 갔는데, 와, 정말 '힙'했다. 사실 언뜻 보면 그냥 동대문 시장 같기도 하고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전망대 덕후의 도쿄 전망대 탐방기

왜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한 번쯤은 전망대를 가게 된다. 심지어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그래서 가끔 창이 뚫린 곳에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 못하고 기둥이든 어디든 꼭 붙잡고 있음에도 꾸역꾸역 방문하게 된다. 어쩌면 전망대가 가장 여행자스러운 곳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오롯이 고흐 특별전이 제 1의 목적이었던 도쿄 여행에서도 전망대에 갔다. 심지어 3박 4일 일정 중 하루에 하나씩 세 군데에 다녀왔다. 그 후기. 스카이트리 아사쿠사 근처의 전망대. 그러니까 사실 도쿄의 중심부보단 주변부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도 2010년대인 최근에 지어져서인지, 350m / 450m로 도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고 한다. 여행 첫 날, 입국 심사부터 공항을 나와 숙소까지 이동하는 데 생각보다 더 많이 헤매고 지체한 탓에 시간이 늦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비도 꽤 많이 내려서 뭘 할 기운도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지하철 한 정거장이니까 그냥 가볍게 다녀오자! 해서 갔다.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뭔 예매수수료 같은 게 없다 그러길래, 그 자리에서 급하게 폰으로 예매하려고 하는데 마이리얼트립같은 곳에선 이미 당일 예매창은 사라진 후였다. 요일과 시간대별로 가격대가 다르기도 하고 어차피 비도 오는데 나중에 다시 올까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클룩에선 즉시 발송해주는 건이 있었다. 비록 많이 할인되는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7시에 도착했는데 9시 입장권만 남아있어서 그렇게 구매하고 한참동안 스카이트리의 쇼핑몰인 소라마치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리고 시간 맞춰 입장...! 비가 오는데도 다행히 야경이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적진 않았다. 나는 350m만 봤는데, 450m까지 가면 야외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높은 곳이라 날씨 좋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그냥 밋밋한 도쿄의 풍경이 보였다. 뭐랄까, 이때부터 여행 내내 느낀 건데 도쿄는 내가 생각한 글로벌 메가시티(?)스러운 느낌은 좀 덜했다. 건물들도 고만고...

인간의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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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양한 문화 경험을 공유해주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내 뉴스레터에는 대부분은 추리소설 아니면 동물 얘기만 반복되어서 송구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두 가지 재료를 섞어서 ‘동물이 핵심 소재인 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간단히 글을 써 보았다. 익숙한 맛 두 가지를 조합하면 그래도 그 맛은 새로울 지도 모르니 말이다. 애초에 모든 추리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되는 <모르그 가의 살인> 부터가 동물을 반전의 소재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여기서는 모르그 가의 살인은 너무 클래식하니 제외했지만.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개>  “하지만 그날 밤 개는 짖지 않았는데요.” /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구요.”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도 손에 꼽게 유명한 장편이다. 어딘가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시골 마을과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숨기는 듯한 주민들, 광활한 대저택,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지옥개’에 대한 무서운 전설 등 공포와 추리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니키 에츠코 <고양이는 알고 있다>  일본에서 여성 최초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여성 추리작가 니키 에츠코의 데뷔작이다. 작가와 이름이 같은 니키 에츠코라는 주인공이 오빠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장편으로, 제목 그대로 사건의 트릭 자체에 고양이가 이용된다.  송시우 <좋은 친구>,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내가 좋아하는 송시우 작가의 단편집 <아이의 뼈> 에 수록되어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고양이는 알고 있다> 처럼, 이 제목 역시 단순한 제목이 아닌 사건의 진상을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개는 야생성을 잃고 인류의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로써 살아 온 역사가 매우 길다. 그만큼 개는 단순한 짐승이 아닌 인간의 좋은 친구로 여겨지고 있는데, 결말을 읽으면 <좋은 친구>라는 제목이 얼마나 탁월한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른다.   같은 단편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