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덕후의 도쿄 전망대 탐방기


왜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한 번쯤은 전망대를 가게 된다. 심지어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그래서 가끔 창이 뚫린 곳에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 못하고 기둥이든 어디든 꼭 붙잡고 있음에도 꾸역꾸역 방문하게 된다. 어쩌면 전망대가 가장 여행자스러운 곳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오롯이 고흐 특별전이 제 1의 목적이었던 도쿄 여행에서도 전망대에 갔다. 심지어 3박 4일 일정 중 하루에 하나씩 세 군데에 다녀왔다. 그 후기.

스카이트리
아사쿠사 근처의 전망대. 그러니까 사실 도쿄의 중심부보단 주변부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도 2010년대인 최근에 지어져서인지, 350m / 450m로 도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고 한다. 여행 첫 날, 입국 심사부터 공항을 나와 숙소까지 이동하는 데 생각보다 더 많이 헤매고 지체한 탓에 시간이 늦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비도 꽤 많이 내려서 뭘 할 기운도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지하철 한 정거장이니까 그냥 가볍게 다녀오자! 해서 갔다.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뭔 예매수수료 같은 게 없다 그러길래, 그 자리에서 급하게 폰으로 예매하려고 하는데 마이리얼트립같은 곳에선 이미 당일 예매창은 사라진 후였다. 요일과 시간대별로 가격대가 다르기도 하고 어차피 비도 오는데 나중에 다시 올까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클룩에선 즉시 발송해주는 건이 있었다. 비록 많이 할인되는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7시에 도착했는데 9시 입장권만 남아있어서 그렇게 구매하고 한참동안 스카이트리의 쇼핑몰인 소라마치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리고 시간 맞춰 입장...! 비가 오는데도 다행히 야경이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적진 않았다. 나는 350m만 봤는데, 450m까지 가면 야외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높은 곳이라 날씨 좋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그냥 밋밋한 도쿄의 풍경이 보였다. 뭐랄까, 이때부터 여행 내내 느낀 건데 도쿄는 내가 생각한 글로벌 메가시티(?)스러운 느낌은 좀 덜했다. 건물들도 고만고만한듯 하고 특별히 전망대에서 볼만한 인상깊은 스팟이나 그림이 나오진 않는 듯한? 그러나 다른 많은 도시의 전망대의 주말 저녁처럼 스카이트리에서도 수많은 커플들이 있었다. 의외로 일본인 커플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모리타워
롯폰기힐스의 전망대로, 약 250m 정도 높이여서 전날 보았던 스카이트리에 비하면 '이것이 전망대' 라는 느낌은 덜하다. 심지어 한 층 더 올라가면 미술관이 있다. 그런데 롯폰기라는 지역이 주는 어떠한 낭만같은 것이 있달까. 이날도 특별히 모리타워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이 날 오전에 예매해두었던 고흐 특별전시를 보고 우에노 쪽과 고쿄를 한참 걷다보니 이미 2만보가 넘어 그 날의 마지막 코스를 긴자로 해서 스시집 웨이팅을 걸어두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영 줄은 줄어들 기미가 없고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았다. 긴자에서 저녁을 먹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다른 걸 보는 게 좋을까? 제미나이는 모리타워의 오픈 시간이 늦게까지이니 지금 가도 늦지 않을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래 다리가 너무 아프지만 기왕 놀러온 거니까! 도착해서 입장권을 사려고 하는데 론 뮤익 전시를 하는 게 아닌가!? 예전에 국현미 전시 보고 무척 재밌었던 기억이 나서 구매했다. 혹시 전망대와 미술관 입장권 두 개를 사면 할인해주나요? 물어봤지만 아니라는 대답에 약간의 상심은 덤으로 얻었다. 입구에서 입장권 확인하는 직원에게 미술관과 전망대 둘 중 어디부터 보는 걸 추천하냐고 물어봤더니 다른 직원까지 불러서 한참 고민하다가 미술관부터 보고 오라고 답해주기에 그렇게 했다. 그리고 전시는... 정말... 실망했다... 한국에서 봤던 전시와 모든 게 똑같았다. 작품은 물론 순서도 동일했고 배치마저 비슷했다. 그나마 국현미에서 오르락 내리락 왔다 갔다 했던 것보다는 이 한 군데서, 심지어 탁 트인 느낌에서 보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이미 밤에 와서 보니 모리 미술관 창가 너머의 풍경도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미술관의 조명 때문에 더 안 보였다. 이미 봤던 전시를 두 세배나 되는 돈을 더 주고 또 본 자괴감과 허탈감에 빠져 전망대를 보러 갔는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졌다. 그래도 모리타워에 오길 잘 했다 싶었다. 도쿄타워가 너무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날도 비가 오다 안 오다 하며 살짝 흐린 상태였고 이미 너무 어두워서 또렷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래, 내가 전망대를 보러 다니는 이유가 이런 거지. 모든 면면마다 오래도록 눈에 담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게 도쿄 어쩌고 하는 플레이리스트의 음악들이 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도쿄도청
세 번째 날은 오전에 시부야 쪽에 갔다가 시부야 스카이 입구까지 들른 참이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입장료가 더 비쌌고, 전날 모리타워/미술관에서 봤던 론뮤익 전시 때문에 괜히 억울해서 돈을 아껴야 겠다 싶었고, 여행 관련 사이트에서 예매하려고 하니 이미 매진이거나 당일 즉시 발송이 아니거나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돌아다니다 그래도 이틀 내내 전망대를 봤는데 마지막 저녁 일정이 뭐가 없으면 서운할 것 같아서 도쿄도청까지 찾아왔다. 여행 내내 걷고 돌아다니느라 피로가 쌓여있는 참에 신주쿠 역에서 생각보다 멀어서 걷다가 길바닥에 털푸덕 주저앉아 쉬어야만 했다. 아래에서 도청을 올려다봤을 때 아니 도청이 이렇게까지 거창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입구 근처까지 갔을 땐 퇴근하는 공무원들만 보여서 혹시 월요일은 문을 안 여나 걱정했는데 헛된 걱정이었고 어마어마하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재밌게도 앞선 두 전망대에 비해 이 곳은 서양인의 수가 많았다. 다들 공짜 좋아하는구만. 아니면 뭔 론리플래닛 같은 곳에 나왔나. 입장료가 없기에 따로 표를 끊거나 하는 건 없고 다만 짐검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그 엘리베이터를 태우고 줄을 정리하고 하는 직원분이 굉장히 장인 정신이 느껴져서 감탄했다. 나이가 꽤 있어보이는 여성 분이셨는데 엄청 가냘픈 체구에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억지스러운 친절 없이 드라이하게 할 일을 하고, 엄격하게 질서를 유지시키는 와중에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각을 잡고 인사하시는데 진짜 멋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올라갔는데, 이전 두 날은 모두 해가 지고 난 뒤 야경만 볼 수 있었지만, 이 날은 해 지기 전이어서 건물들이며 세세하게 보이는데 와, 이게 도심의 전망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편의 건물도 마천루, 옆 건물도 마천루, 가까이에도 사람이 보이고 저 먼 곳의 강과 도로, 건물까지. 어딘가 익숙함에 안정감이 들기도 했다. 한참 사진을 찍고, 해가 지는 모습까지 보고 가려는데 생각보다 해가 늦게까지 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매점에서 타코야끼도 사먹고 (그냥 냉동 타코야끼 같았다. 맛은 없었고 3알이었는데 450엔이어서 쫌 짜증날 뻔 했지만, 아이스크림 600엔보다는 싸게 먹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피아노 연주 소리도 들으며 다음엔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눈부신 야경이 쏟아지듯 보였다. 와... 온갖 관광객들 사이에 치이고 치며(...) 자리를 차지하고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도쿄가 인상적인 프레임이 나올 만한 뷰를 갖고 있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낯선 도시에 와 있구나, 여행 중이구나, 라는 생각에서 오는 낭만이 감성을 촉촉히 적셔온듯 했다. 물론 그 감성은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줄을 사십분쯤 서면서 다 말라버리긴 했다. 적당히 사람 빠지면 내려가야지, 하고 딴 짓 하다 보니 줄이 더 늘어나 있어서 그냥 눈물을 머금고 줄을 섰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내려오니 전망대에 올라오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의 줄이 아까보다 더 많이 서 있다는 것이었다. 다 내려와서 역 쪽으로 가려는데 광장 잔디밭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모두 누워 있었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건물 전체에 레이저쇼같은 걸 하고 있었다. 나도 적당히 기대 누워 팩맨 게임 같은 이미지와 J-pop일지 J-rock일지 하는 음악들을 한참동안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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