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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무덤 읽기 - 고구려 고분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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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덤에 대해 알아볼 일이 잦은 편이다. 일 때문에, 연구 때문에 ... 여러 이유로 무덤 자료를 찾다보면 재미있는 상상의 이야기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번 글은 옛 조상들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특별히 무덤에 그림을 남겼던 고구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려 한다. 고구려는 서기전 1세기부터 668년까지 존속한 고대 왕국이고, 우리들에게는 삼국시대의 한 축으로서 익히 알고 있는 우리의 역사이다. 그러나 고구려의 유적과 유물들을 남한 사람들이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 대부분 중국과 북한에 있으니 말이다. 특히 고구려의 유물 가운데 오늘 소개 할 '벽화 무덤'은 특히 남한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유적으로서 한반도에 정주하였던 우리 조상들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문화재이기도 하다. 고구려의 벽화 무덤은 그 시기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초기에는 인물 및 풍속화가 벽화에서 중요한 소재였으며, 중기에는 풍속화가 중심 주제가 된다. 후기에는 사신도를 비롯한 도교적 사후세계가 신비롭게 펼쳐지는데 이는 고구려 사람들의 죽음관이 점차 추상적이 되고 차원이 높아지는 것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물론 불교적인 요소들도 무덤 곳곳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 초기 벽화 무덤 시기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덕흥리 분묘를 살펴보자. 인물화가 중심 주제인 이 시기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이 무덤은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가장 크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림출처: 동아일보 동북아역사재단이 소개하는 덕흥리 분묘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1976년에 발굴된 덕흥리 벽화고분은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리에 위차한 408년의 기년명(紀年銘)이 있는 고분이다. 또한 명문(銘文)에 의해 그 피장자(被葬者)가 유주자사 (幽州刺史)를 지낸 진(鎭)이라는 사람이라고 알려져 그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가 직접 가볼 수는 없지만 이 무덤을 VR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이색적이다. 한번 무덤 안으로...

‘상친자’가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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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타이베이 여행에서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아마도 중정기념관 근처 공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중고생쯤 되어보이는 학생들이 단체로 모여 노래를 틀고 춤 연습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반 학생들이 무언가 대회나 장기자랑 같은 걸 위해 연습하는 것 같았는데, 선선한 여름날 저녁 학생들이 모여 서툴게 춤 연습을 하는 그 모습이 마치 청춘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사실 이런 장면은 기억을 왜곡시키기 쉽다. 실제 내 중고등학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수업이 끝나고 반친구들이 다 모이는 것 자체가 판타지일 뿐더러 만약 모인다고 했어도 춤연습이라니, 이 악물고 어떻게든 내뺐을 것이다. 아니다, 애초에 나 같은 찐따를 춤 연습에 불렀을 리 없다.(ㅠㅠ) 이처럼 딱히 아름답지 못한 청소년기를 보낸 탓에 청춘물을 보면 설레면서도 한켠으로는 삐딱한 마음이 들어 즐겨 보지는 않았었는데, 세월은 흐르고 뾰족한 마음 또한 조금은 뭉툭해진 덕인지 최근에는 굳이 내 과거와 비교하며 날을 세우기 보다는 ‘그래 저런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지’하며 대충 기억을 추억으로 미화시키는 편이다. 이번에도 서론이 길었다. 타이베이에서 학생들이 춤추는 모습을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청춘영의 한 장면처럼 느꼈던 것은 어쩌면 ‘청설’,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와 같은 대만의 청춘물이 국내에서 꽤 흥행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흥행의 정점(내맘대로 정점이라고 칭하겠다)에 있는 상견니, 바로 그 상견니를 드디어 보고 만 것이다. 그렇습니다. 저도 상친자가 되었읍니다. 2월28일자로 국내 모든 OTT서비스에서 상견니가 내려간다기에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상견니를 한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켰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서 아기 자는 동안 옆에서 몰래 스마트폰으로 밤새 보기까지 하면서 이틀만에 완주, 짧은 시간에 복습까지 완료했다. 무엇이 나를 상친자로 만들었는지, 그 이유로 사실 바로 떠오르는 것은 리쯔웨이의 얼굴이지만(ㅎㅎㅎ) 조금...

삼일절 연휴에 쓰는 파묘 후기, 한국인이지만 조금만 아쉬워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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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에 밀리며 범죄도시나 서울의 봄 정도 외에는 마땅한 흥행도 화제도 말라붙어가던 한국 영확계에 나타난 춤판. 한국적인 무속신앙와 오컬트 그리고 한민족의DNA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을 일제 강점기를 테마로 하는 <파묘>이야기다. 지금 제일 핫한 영화를 이번 뉴스레터에 쓴다니 어쩐지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마침 삼일절 연휴와 이번 호 마감이 겹쳤으니 딱 맞는 소재라 생각하여 간단한 감상을 싣기로 했다, 는건 포장질이고 그냥 제일 최근에 접한 문화생활이 파묘였을 뿐이다.   일단 전반부의 긴장감은 엄청나다. 이도현은 솔직히 모르는 남배우고 전반부엔 김고은 옆에서 그냥 서 있는 역할이라 병풍처럼 묻혀 가면서 주연에 껴 있나 싶어서 거슬렸지만 워낙 연기 잘하기로는 믿고 보는 나머지 3인방 주연 덕분에 연기 구멍이 없었고, 이도현도 후반부 꽤나 중요한 포지션으로 바뀐 후에는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전반부는 탄탄한 연기력과 흡입력이 돋보여서 무속신앙, 무당, 저주 등의 소재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봐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 특히 지금 문 밖에서 문을 열라며 나를 부르는 사람과 전화로 나를 말리는 사람 중 진짜는 누구인가? 이런 식의 인터넷에서 흔히 접해 보았을 짧지만 소름 돋는 괴담을 눈 앞에 그대로 재현한 듯한 호텔방 장면 그리고 그 이후 귀신이 들린 상주가 냉장고에서 물을 미친 듯이 마시며 기괴한 일본어를 내뱉고 목이 180도 꺾이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제일 돋보이는 부분으로 꼽고 싶다. 시각적인 자극을 위해 끔찍한 고어나 귀신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공포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연출이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이 장면 이전과 이후로 다른 영화처럼 분위기가 바뀐다고 지적한다.   한 집안에서 대대손손 내려오는 저주의 비밀 그리고 한풀이로 흘러가지 않을까 했던 도입부와 정반대로 후반부는 노골적으로 반일로 주제를 옮겨간다. 이곳이 ‘우리 그리고 내 손주가 밟고 있는 땅’이라며 일본 다이묘의 유령인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