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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공부, 수능을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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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시작하기에 앞서 이토록 구체적이고 생생한 글로 현재 대한민국 입시판을 알기 쉽게 전달한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금 이 입시 체제는 어딘가 잘못 되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해묵은 문제 제기에 비해 실제 입시판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관심 없었다는 표현이 옳을 만큼 현상 파악에는 무지했던 입시 담론에, ‘바보야, 문제는 공교육이야’ 일갈하며 문제를 직시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속이 얼마나 시원했던지. 이제까지 겉으로 보이는 증세만으로 약을 처방하려고 했으니 모든 처방이 무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 아픈 곳을 고치기 위해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 하나씩 짚어가는 이 책은 해답지보다는 오답노트에 가까우나 해답을 진정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답노트가 필수인 것처럼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짚어내는 이 책이야 말로 해답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보야, 문제는 공교육이야’ 라고 요약했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공교육을 ‘뜯어 고치자’는 식의 접근은 이 책에서 가장 조심하는 바이다. 오히려 모든 문제는 풍선효과처럼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므로 ‘당장 이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문제의 모든 측면을 꼼꼼히 따져보자’가 책의 주장에 가깝다. 따라서 문제가 분명한 상황을 두고도 이것이 최악을 피한 차악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입시란 수험생이라는 당사자의 입장을 벗어나면 일단 남의 일이 되어 쉽게 말을 얹을 수 있는 데다가 수험생들은 당장 눈 앞의 입시가 급해서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고 수험생으로 쉽게 일축하나 그 수험생들이 처한 상황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과 사지선다형 시험 방식이 문제이니 앞으로는 입시를 전부 논술형 또는 생활기록부 평가로 갈음하겠다고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날 것이 뻔하듯(목적에 방식이 부합하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답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결론(?)에도 불구하고 ...

빈 시간을 채워줄 한국 장르소설을 찾는다면

    누워서 배 벅벅 긁으며 장르소설을 보거나 각종 커뮤니티들의 글의 바다를 끊임없이 떠다니거나 ( 집중력이 극히 낮아져서 긴 유튜브 영상이나 넷플 같은 건 집에서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 간혹 재테크 정보나 기웃거리는 것이 집에서의 내 모습이다 . 사실 나라는 사람 한 명만 먹고 살자면 지금 본가의 내 방에 화장실 , 세탁실 정도만 있어도 일상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누워서 지내기를 좋아한다 . 나도 알록달록하게 일상 공유라도 하고 싶지만 회사 외의 내 일상에 이런 거 말고는 거의 있질 않으니 송구스럽다 .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다. 개인적인 기록 겸 또 장르소설 추천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나... 다만 이번에는 오랜만에 한국 장르소설, 특히 도진기 송시우 정해연 등 이미 유명한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소설들 위주로 간단히(?) 리뷰를 작성해 본다.  이소민 < 영원한 밤 >  기대하지 않은 책이 눈에 띄어서 전혀 아무런 사전정보도 없이 시간 때우기로 읽었는데 예상 외로 재미있을 때의 쾌감이라니 ! 예고의 발레 전공을 배경으로 교사와 학생 , 학생과 학생들 간의 갈등 그리고 복수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 많은 등장인물들의 교차증언을 통해 점점 완성되어 가는 사건의 진상은 그야말로 통쾌하기 짝이 없다 . 어른들이 잘못된 가르침을 줬기에 아이들은 그저 그 가르침대로 어른들에게 복수했을 뿐이다 . 장편소설 치고 다소 엉성한 짜임새가 느껴지고 작위적인 설정 ( 교사의 친오빠라고는 해도 엄연히 외부인인 기자가 여학생들만 있는 발레과 학생들을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 이 거슬리는 부분도 있으며 반전이 세상에 없던 엄청난 반전까지는 아니지만 . 사실 이런 식의 반전을 가진 추리소설은 모두 애거서 크리스티의 < 오리엔탈 특급살인 > 에 얼마간 빚을 지고 있지 않을까 한다 . 그래도 작가가 일부러 여자 , 여고생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비웃을 의도로 그런 결말을 쓴 것은 아닐 것이라 해도...

곁다리 라이프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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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보니 '팀장님'처럼 한글영어한자의 괴팍하고도 거친 조합같은 제목을 쓰게 되었으나 대단한 의미를 내포한 것은 아니고, 수많은 K-POP 범람의 시대, 낭비되듯 주목 받지 못한 수록곡들을 사랑하고자 함이니, 이 글에 삼십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한 곡 한 곡 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1. aespa - thirsty 23년 발매된 에스파의 3번째 미니앨범 수록곡으로, 곁다리라기엔 너무나 유명(?)한가 싶기도 하지만, 떨스티 안 들은 사람과는 겸상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과장법입니다, 겸상합니다) 살포시 추천. '난 또 너를 두드리고 있어'로 시작하는 가사부터 물의 느낌이 낭낭한데 제목은 thirsty인 아이러니함을 감싸주는 곡의 따뜻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듣다보면 '머리에 ding'하는 부분이 나오니 (말 그대로) 꼭 한 번은 들어주기-★ 2. NCT127 - Elevator (127F) 20년 발매된 NCT 127의 2번째 정규앨범 무려 첫번째! 수록곡으로, 부제 127F가 약간 킹받게 느껴지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과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모두 담아 엘리베이터라는 키워드로 표현해낸 가사의 아이데이션도 아름답고, 도입부의 독특한 음색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추가로, 같은 앨범에 수록된 '우산'도 정말 손꼽히는 명곡이라고 할 수 있으니 들어주길. 3. 필청콰트로셋트 레드벨벳 - 다시 여름 (21년) / In my dreams (22년) 엔믹스 - Love is lonely / Moving on  (24년) 뜬금없어 보이는 이 조합의 키워드는 작사가. 다시 여름과 Love is lonely는 작사가 최보라님, In my dreams와 Moving on은 작사가 김수지님의 작품으로, 네 곡 모두 잔잔하면서 애절한 무드를 갖고 있는데, 가사까지 유심히 듣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노을빛에 물든 네 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