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다리 라이프의 정수

 

어쩌다보니 '팀장님'처럼 한글영어한자의 괴팍하고도 거친 조합같은 제목을 쓰게 되었으나 대단한 의미를 내포한 것은 아니고, 수많은 K-POP 범람의 시대, 낭비되듯 주목 받지 못한 수록곡들을 사랑하고자 함이니, 이 글에 삼십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한 곡 한 곡 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1. aespa - thirsty

23년 발매된 에스파의 3번째 미니앨범 수록곡으로, 곁다리라기엔 너무나 유명(?)한가 싶기도 하지만, 떨스티 안 들은 사람과는 겸상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과장법입니다, 겸상합니다) 살포시 추천. '난 또 너를 두드리고 있어'로 시작하는 가사부터 물의 느낌이 낭낭한데 제목은 thirsty인 아이러니함을 감싸주는 곡의 따뜻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듣다보면 '머리에 ding'하는 부분이 나오니 (말 그대로) 꼭 한 번은 들어주기-★


2. NCT127 - Elevator (127F)



20년 발매된 NCT 127의 2번째 정규앨범 무려 첫번째! 수록곡으로, 부제 127F가 약간 킹받게 느껴지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과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모두 담아 엘리베이터라는 키워드로 표현해낸 가사의 아이데이션도 아름답고, 도입부의 독특한 음색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추가로, 같은 앨범에 수록된 '우산'도 정말 손꼽히는 명곡이라고 할 수 있으니 들어주길.


3. 필청콰트로셋트


레드벨벳 - 다시 여름 (21년) / In my dreams (22년)
엔믹스 - Love is lonely / Moving on  (24년)

뜬금없어 보이는 이 조합의 키워드는 작사가. 다시 여름과 Love is lonely는 작사가 최보라님, In my dreams와 Moving on은 작사가 김수지님의 작품으로, 네 곡 모두 잔잔하면서 애절한 무드를 갖고 있는데, 가사까지 유심히 듣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노을빛에 물든 네 향기" "사랑을 본 것만 같아 난" "저 하늘 가득 담아 네게 노래해" "내 얼굴 위로 너울지는 그림자도 너를 닮아" - 다시 여름
"전부 태양을 바랄 때 너의 빗속에 잠길게 우산 없이 널 맞이해" - Love is lonely

"꿈에서도 꿈인걸 알면서도 I still love you" "부서지듯 깨어나 한참이나 멍해 난 애써 다시 눈 감아 잠을 청해" - In my dreams
"때론 내 꿈마저 짐처럼 날 짓눌러", "이 작은 상처들은 대체 언제쯤 내 자랑이 될까", "난 그냥 날 더 믿어줄래" "맘껏 헤매봐 불완전하면 어때" - Moving on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을 발췌했는데, 사실 일부만 떼놓고 보면 그 감동이 덜하니 꼭 모든 가사를 눈으로도 읽으며 노래를 듣다보면 금세 감성이 촉촉해진답니다.

4. 더보이즈 - 시간이 안 지나가


더보이즈를 좋아하게 된 시점은 이미 데뷔한 지 3, 4년은 지났을 때였는데, 뒤늦게 정주행 겸 역주행을 하며 놀랐던 건 생각보다 노래들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무려 17년 데뷔앨범 수록곡인 '시간이 안 지나가'인데, 아니 프라이머리를 데려다 쓰고도 당시 크래커 (현 ist) 는 동네방네 소문내지 않았는가 얼탱이가 없을 정도였다. 근데 또 요로코롬 깔롱진 스페셜클립을 만든 걸 보면 소문을 안 낸 건 아니고, 목터져라 외쳤으나 외면당했다가 정답일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정말 정말 좋은 곡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걸 보다보면 정말 시간이 잘 지나가...가 되

5. 아이유 - 이지금 / unlucky


꽤 오래전부터 난 이 두 곡을 아이유의 포문 시리즈 정도로 라벨링하여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아이유라는 대가수의 곡이다보니 곁다리라기엔 무리수가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타이틀은 아니니까 뻔뻔하게 우겨볼란다. 이지금은 무려 7년 전인 17년 발매된 Palette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이고, Unlucky는 19년 발매된 Love poem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이다. 두 곡 모두 앨범의 포문을 여는 트랙이기도 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과 귀엽고 담백한 보컬, 또 귀엽고 엉뚱하면서도 미묘하고도 심오한 철학을 담은 가사까지 개인적으로는 많이 닮아있다 느꼈다. 그래서 하나를 좋아하면 다른 하나 또한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다른 앨범에도 비슷한 느낌의 곡이 있지 않을까 열심히 고민해보았지만, 이 정도로 깔맞춤은 없을 것 같다. 굳이 굳이 꼽자면, 새 신이나 에필로그 정도...?

6. 백예린 - Bunny


아이유 노래도 언급한 마당에 곁다리란 단어에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기로 하며, 이번엔 백예린을 얹어본다. 2019년 발매한 이 앨범에는 그 유명한 square가 수록되어 있어 다른 곡에 무게감이 덜 실리나 싶지만, 또다른 타이틀 곡인 0310이나 popo같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곡들도 있고, 무엇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 Bunny라는 곡도 있다. 

7. 엔하이픈 - 몰랐어


사실 엔하이픈 노래도 삼대장 정도로 추천하고 싶었는데, '몰랐어'는 후속곡 활동을 했던 건지 직캠이며 무대 영상이 많아서, 'Polaroid love'는 뮤비까지 있어서 단순 '수록곡' 추천에 들어가기엔 머쓱해서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에게는 엔하이픈의 어떤 타이틀 곡보다 이 곡들이 더 익숙하고 좋다. 가끔씩 흠칫하게 되는 투박한 가사 한 두 구절 정도만 흰 눈 스루할 수 있다면, 당신도 분명 이 곡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8. NCT DREAM - 주인공 (Irreplaceable)


21년 발매한 '맛' 앨범의 수록곡. 사실 이 곡이야말로 타이틀보다 유명한 곡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을 잠깐 했다가, 같은 앨범에 '고래'가 있으니 어쨌든 그 다음인 것으로... ^^ 이 곡에서 유독 127과 차별되는 드림의 까랑까랑한 음색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흥미롭게 느껴진다. 내 모든 이야기가 너라는 이상할 정도로 벅차오르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

9. 데이식스 - 버릇이 됐어


데이식스는... 언제부터인가 수록곡들까지도 촘촘하게 인기를 얻고 사랑을 받고 있어서 어떤 곡을 골라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았는데, 와중에 이 곡이 딱 떠올랐다! 데이식스가 진정으로 "식스^^"였던 데뷔 앨범 수록곡이다. 2015년 발매곡답게 가사가 투박한듯 유치한듯 하지만 의외로 이런 게 입에 착착 붙는 느낌이 또 있다. 한때 팬들 사이에서 고트 포인트로 꼽혔던 원필의 '팔ㅎ짱'을 꼭 들어주시길...!

10. 아이린&슬기 - Jelly


레드벨벳은 정말 유명한 수록곡 맛집입니다... 따라서 몇 곡만 꼽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레드벨벳 노래만 추천할 수는 없으니 참아보는데 (아니 근데 oh boy, remember forever, kingdom come, knock on wood, pushin' n pullin', in&out, sunnny side up, something kinda crazy, sunflower 등등등등 어떻게 참아욧!) 아이린&슬기는 예외다. 20년 발매된 유닛 앨범의 수록곡 jelly는 타이틀이나 후속곡의 컨셉추얼함과는 대비되는 감각적이면서도 그루비한 느낌이 포인트.

11. 태연 - gravity


태연 역시 수많은 명곡들을 선보여서 어떤 한 곡을 꼽기 어려웠는데 (time lapse, circus, stress, ending credits, U R 등등) 정말 거르고 걸러 고르고 골라 하나라면 클래식 오브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gravity다. 기승전결 완벽한 가사와 송폼 구성, 보컬까지 무엇 하나 아쉬운 점 없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 곡이라고 생각한다.

12. 세븐틴 - 9-TEEN / A-TEEN


한때 10대들 사이에서 안 보면 말이 안 통할 정도라던 웹드라마 에이틴의 OST인 두 곡이기 때문에 사실 웬만한 타이틀곡 이상으로 유명하고 인기있는 곡이긴 하지만, 그래도 특별히 활동한 곡은 아니기도 하고 좋은 곡이니까 한 번씩 더 들어보라는 뜻에서 추천곡으로 꼽아본다. '청춘'이라는 단어보다 좀 더 치기 어리면서 풋풋하고 선명한 그 나이대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이라는 감각이 느껴진달까.


쓰고보니 sm곡이 유독 많은 것 같아서 (엑소랑 샤이니 곡은 언급도 못했는데도!) 앞으로는 좀 더 마음과 귀를 열고 다양한 곡들을 들어봐야겠다 싶다. 있지의 swipe, (여자)아이들의 my bag, kiss of life의 R.E.M, 온앤오프의 Moscow Moscow, 빅톤의 얼타 같은 곡도 정말 좋은데 단순 수록곡이라기엔 무대/활동이나 선공개 등으로 주목 받았던 곡들이라 제외했다. 그러니까 결론 : 이 글에서 "언급"한 모든 곡이 진심 좋으니 한 번씩만 들어주세요. 한 번만 들을 수는 없을 것이야...!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나 남이 연애하는 거 좋아하네

소녀의 로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