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다시 만나자
2000년대, 나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면 언제나 일본 음악과 예능 프로그램들이 함께 떠오른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그때, 일본의 문화는 마치 전파를 타고 어쩌다 흘러들어오는 빛처럼 내게 다가왔다. 특히 ZONE이라는 밴드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연말이면 일본의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화려한 방송이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 수 없으면서도 그저 즐겁게 바라보곤 했다. 화면 속 소녀들이 부르던 노래는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에 닿았고, 나는 그 순간을 내 비밀스러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는 일본말을 몰랐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순수하게 음악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애정했던) 쟈니스 주니어들이 나와 시끌벅적 떠들던 예능, TV 화면 속에서 반짝이던 무대, 그리고 노래방에서 뮤직비디오로 접하는 일본 가수들의 모습들. S.E.S가 일본에서 낸 앨범, X Japan의 곡에서 느껴지던 압도적인 에너지. 돌이켜보면 그것들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나의 사춘기를 함께 통과해준 배경음악이었다. 오늘은 문득 ZONE의 노래가 떠올랐다. 「Secret Base -君がくれたもの-」, 너와 함께한 여름의 끝과 다시 만날 날을 노래하는 곡. 나는 그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 무대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풋풋하면서도 애틋했고, ‘10년 후 다시 만나자’는 가사는 어린 마음에 어쩐지 크게 울렸다. 시간은 흘러 이제 한국 나이로 마흔을 바라본다. 여름이 끝나가는 계절에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생각한다. 내 인생의 여름도 저물어 가는 것일까, 아니면 늦여름의 따스한 햇살이 아직 남아 있는 걸까. 청춘의 열기와 어리숙함이 뒤섞였던 그 시절, 일본의 음악과 문화는 내게 한때의 계절 같은 것이었다. 「Secret Base -君がくれたもの-」를 다시 꺼내 들으며, 나는 그 여름의 빛과 그림자를 다시 마주한다. 노래 속 ‘최고의 추억’이라는 말처럼, 그것은 나의 사춘기를 환하게 비추던 불꽃놀이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