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을 착즙하여 쥐어짠 7-8월 이야깃거리

 갓생러를 자처하기는 커녕 차마 갓생을 살고 싶다는 선언 효과조차도 민망하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2-3월까지는 일이 진짜로 바빴다. 4월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바빴던 겨울 시즌이 지나 좀 쉬어도 된다는 핑계, 5-6월은 집 보러 다니고 부동산 공부하느라 정신없었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다. 그러나 핑계삼을 건수도 없는 7,8월에 제일 글감이 없고 공유할 만한 문화적, 사회적 경험이 없다는 건 그냥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것이다. 이제 괜히 어설프게 갓생을 살겠네 어쩌고 하면서 선거철 정치인들마냥 텅 빈 다짐이나 반성을 늘어놓지 않겠다. 나는 이렇게 지극히 게으르며 강제가 아니면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당당한 나_를 추구미로 삼아야겠다.

 아무튼 7월을 건너뛰고 쓰는 뉴스레터인데도 내용이 빈약하여 송구스럽다. 여름 내내 야근 거의 없이 워라밸도 좋았고 8월에는 광복절을 낀 황금연휴까지 있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사진첩을 긁어서 조금이라도 읽을 거리를 착즙해 본다.

<요즘 물가 무섭다면, 최소 반나절 시원한 실내에서 공짜로 보내는 방법>

 하반기에 입주할 아파트를 위해 가전 가구 등을 검색해 보다가 가구 박람회를 알게 되었다. 물론 코엑스 주류박람회는 작년에도 얼리버드로 예매해서 갔었고 올해도 다녀왔을 정도로 이미 알고 있었고 트위터 등에서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탄 불교 박람회나 서울국제도서전시전, 그 외 커피와 베이커리 관련 박람회도 알고는 있었지만 주류박람회를 제외하고는 굳이 돈까지 내고 가기 귀찮아서 특별히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대부분 가구박람회는 정해진 날짜까지 사전등록 시 무료인 경우가 많아서, 한 번 구경삼아 마곡 코엑스의 2025 서울가구쇼에 갔다가 침대와 식탁을 꽤나 만족럽게 구매했다. 어차피 새 집에 가면 꼭 사야 하는 가구들이니 안 사도 되는 충동구매가 아니라는 합리화가 가능해서 더 만족스러웠을지도?


익숙한 대기업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자체 공장을 두고 주문제작하는 중소업체들도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하나의 장소에서 수많은 가구를 눈으로 직접 보고 앉아보며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편했고, 무엇보다도 모든 업체들이 박람회 특별 가격을 내세우며 영업을 하기 때문에 눈여겨 봐 두었던 침대 브랜드의 침대를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일산 킨텍스에서 했던 국제가구전시회도 (당연히 사전등록 시 무료) 다녀왔는데, 마곡에서 결정하지 못했던 가죽쇼파를 나름 괜찮은 가격에 사기로 계약했다. 물론 모든 업체들이 박람회 가격을 제일 싸게 파는 것도 아닐 테고 동일한 회사의 동일한 제품도 박람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을 실제로 목격하긴 했지만 어쨌건 행사 없이 그냥 온/오프라인에서 살 때보다는 확실히 싸긴 할 테니 이미 지른 거 합리적인 소비로 기억하련다.



또한 커뮤니티 등에서 광고를 보고 사전등록은 어차피 무료이길래 미리 등록해 놓은 2025 코엑스 케이펫페어도 마침 광복절 연휴와 겹쳐서 하루 다녀왔다. 강아지 없이 혼자 갔었는데, 카톡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친구추가 등 개인정보를 약간만 팔면 각종 샘플을 한트럭 얻을 수 있다. 물론 사람 먹을 것은 없지만, 반려견을 데려오면 간식을 시식하거나 예쁜 사진을 찍어주거나 하니 문자 그대로 개이득. 9월에 수원과 일산에서 또 펫 관련 페어를 하던데 어차피 사전등록은 무료이니 모두 등록해 놓았다.

덧붙여서 보통 결혼으로 입주할 때나 새 집에 이사갈 때 가구를 싹 새로 사는 경우가 많으니 그런 관람객층을 타겟으로 하여 정수기 구독, 주방도구, 가전 업체들도 많이 참석하는데, 마곡 코엑스 서울가구쇼와 킨텍스 코펀도 LG전자에서 나와서 박람회 특별가로 상담 후 견적을 내 주었다. 그러나 가전, 가구를 사기 위해 여기저기 백화점, 직영샵, 아울렛 등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거지만 어느 지역의 어느 지점을 가나 다 이번 달까지만 하는 프로모션이다, 이 가격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셀링을 하기에 결국 비교하고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몫.

 

<수도권 유기동물 보호소 도장깨기>

 2020년쯤 귀국하고 무언가 꾸준히 하는 게 있냐고 묻는다면 (실제로는 아무도 나에게 그 정도의 관심이 없지만 그냥 게으른 사람의 제 발 저린 화법이다) 아마도 유기견 보호소 봉사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삼아 덧붙이자면 싱가포르에서도 길거리 개들을 보호하는 보호소 봉사를 몇 년 다녔었는데 싱가포르는 반려동물을 기르려면 등록세를 엄청나게 비싸게 내야 해서 한국처럼 귀엽고 작은 강아지, 고양이들을 쉽게 기르고 유기하는 문화가 아니며, 각종 보호소들에는 야생이나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 중 부상당하거나 어미에게 버려져서 혼자 살 수 없어 인간에게 구조된 대형견이 거의 대부분이다. 아무튼 나는 이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지만 직접 보호소에 컨택하고 준비물을 챙기고 찾아가는 게 너무 귀찮아서 여태까지는 여러 봉사모임에 가입해 놓고 내가 시간이 될 때 참석 신청을 하곤 했다.

유기동물 보호소라는 건 애초에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또 소음과 냄새 등이 심하다 보니 도심에 있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쉽게 가기 어려운 경기도 외곽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주말에 플루트 레슨 및 연습을 나름의 고정 스케줄로 추가하다 보니 반드시 내가 원하는 날짜, 시간에 원하는 보호소로 봉사를 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내가 원할 때 단체봉사가 아닌 개인봉사로 갈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우리집에서 대중교통으로 맥시멈 1시간까지의 거리, 즉 단체봉사에 껴서 가지 않아도 나 혼자 찾아가서 할 만한 보호소들을 리스트업 하고 찾아다니는 소소한 재미를 발굴했다. 막상 ‘봉사’라고 해도, 나는 특별한 손기술도 없고 꼼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경험에서 나오는 대단한 지식이나 개 다루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기에 그냥 시키는 청소나 사료 갈아주기 그리고 산책밖에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8월에는 서울 동대문 발라당 입양센터와 문래동 동물구조 119라는 보호소를 다녀왔고, 9월에는 안산에 있는 포캣멍센터와 반려마루 화성 센터를 갈 예정이다. 반려마루의 경우 사설이 아닌 경기도에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유기동물 센터인데 대중교통으로는 어려워서 지인과 함께 차로 가기로 했다. 그곳을 집으로 알고 평생 살아온 아이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여름에는 덥고 모기가 들끓으며 조금만 청소를 안 해도 금방 개미똥과 벌레 시체가 쌓이는 열악한 사설 보호소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곳들은 실내라서 그런지 여태까지 가 본 야외 보호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쾌적했다. 그리하여 쾌적한 곳을 가면 진정한 봉사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이상한 신념으로, 대중교통으로는 못 가더라도 봉사자들끼리 카풀이나 아니면 지인과 함께 차로 갈 수 있는 거리의 다양한 보호소를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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