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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필 Road to 20 - Prelude 2] 

10년 전 Bounce와 Hello 가 담긴 19집 앨범으로 말 그대로 '모두의',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은 가왕 조용필이 10년만에 정규 20집 앨범의 선공개 곡들을 발표했다. 

지난 2022년 11월 Prelude 1 으로 선보였던 <찰나>, <세렝게티처럼> 두 곡에 신곡이자 더블 타이틀 곡인 <Feeling of You>, <라> 두 곡이 더해졌다. 



[총평 : 화려함 보다는 정직함, 그 안에서 느껴지는 충실하고 순수한 흥]

타이틀 곡인 <Feeling of You>의 뮤직비디오부터 이야기 하고 싶다. 동화책 같은 하늘, 에메랄드의 색감에 구름처럼 떠오르는 제목은 흡사 동화의 오프닝을 연상케 한다. 우리 전통의 민화에서 볼 수 있는 익살스런 호랑이, 긴 다리를 가진 앙증맞은 새, 그리고 조용필을 모티브로한 선글라스를 끼고 기타를 맨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셋은 한 길을 걷다가 곧 각각 나눠진 길로 각자 떠나게 되는데, 처음엔 꽃으로 가득하던 공간에도 해가 지고 밤은 찾아온다. 서로의 핸드폰으로 영상 통화를 나누며 보고 싶은 마음들이 눈물이 되어 떨어지지만, 다시 한 길에서 만난 셋은 온 세상을 비추는 햇살과 무지개의 길을 따라 힘차게 나아간다.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은 것 같다. 


단순한 8비트의 리듬 속에 일렉트릭 기타의 벅찬 선율이 인상적이며, 정직하면서도 단순한 듯 하지만 노랫말을 통해 건네는 진심이 느껴지는 가왕의 목소리와 창법은 리드미컬한 에세이를 듣는 느낌이다. '네 기분은 어때? 그 무엇보다 제일 중요해 너의 마음이. 더 고민하지 말고 오늘을 위해 살아가야지 지금을 위해' 단호하면서도 따스하게 위로하는 가사가 아주 인상적이다. 찾아보니 네 곡 모두 김이나 작사가의 작품이어서 다시 한 번 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더블 타이틀 곡인 <라>는 앞의 곡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렬한 사운드와 가사를 가진 곡이다. 73세의 노장이 최신 House 장르의 음악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놀랄만한데, 그것이 부담스럽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이 비트와 리듬을 따라 움직이며 가사를 따라 부르게 된다. 

가장 맘에 드는 노래인 <세렝게티처럼>은 91년에 나왔던 노래인 <꿈>을 생각나게 한다. 너른 초원을 시원하게 달리는 동물들이 생각나는 경쾌한 건반의 소리로 시작되는 반주에 더해지는 조용필의 약간은 거친 목소리가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고 찾아와 고향에도 가지 못했던 꿈 많은 청년이 마침내 마음의 세렝게티 초원을 찾아 자유와 용기를 얻게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조용필은 '세렝게티처럼'의 데모곡을 처음 듣고 20여 년 전 방문했던 세렝게티의 광활한 대지와 하늘이 연상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1999년 탄자니아 정부 초청으로 세렝게티를 찾았던 그는 이후 "탄자니아 여행에서 감동 받았던 세렝게티 평원을 소재로 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바 있다.   

해가 점점 길어지는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노래인 <찰나>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진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작사가인 김이나는 '찰나'의 노랫말에 대해 "가장 한결같아 보이는 사람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건 찰나 때문"이라며 "그리고 어떤 찰나는 사람과 사람 간의 거대한 우주를 새로 만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팝 록 장르답게 단순하지만 귀를 사로잡는 드럼사운드와 기타 리프의 힘이 대단한 곡이다. 싱잉랩에 도전한 조용필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전 곡 모두 외국인 작곡가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끊임없이 음악을 탐구하고 시류를 읽어가며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초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노래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조용필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케이팝 덕질을 하면서 73세 할아버지의 콘서트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며 꼭 한 번 콘서트에 가서 제대로 된 흥을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성 세대에게는 활력과 넘치는 흥을, 젊은 세대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여 세대 간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앨범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멋진 노래를 만나게 되어 플레이 리스트에 꽤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Feeling of You> 뮤직비디오 보기 ▶ https://youtu.be/VzVig1HuAYw

<세렝게티처럼> 들어보기 ▶ https://youtu.be/r-Hwst09x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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