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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플레이리스트

아주 오래 전부터 한번쯤은 내가 좋아하는 곡들로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소한 바람을 품어왔다. 해본 적은 없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이런 날은 이런 곡을 틀어야지 하는 상상도 종종 하면서. 요새는 좋은 곡들을 모아놓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오랜 바람을 어렵지 않게 실행시킬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아직은 한세월이 걸릴 것 같아 이 뉴스레터를 통해 나의 오랜 바람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 싶다. 봄날에 듣기 좋은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니 부디 나의 취향 중 하나라도 마음에 닿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

1. TLC - Meant To Be
Meant To Be는 아무래도 TLC의 대표곡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나는 이 곡이 두 번째로 제일 좋다.(첫 번째는 아무래도 Waterfalls를 꼽을 수밖에 없다.) 봄날에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은 살랑살랑 부드럽고 따뜻한 곡이다. 전사 또는 악동 같은 이미지와는 아주 의외인 기분 좋아지는 곡.
• 들어 보기 https://youtu.be/cXSHxWJnjHI

2. James Iha - Jealousy
처음 나오는 기타연주부터 마음이 설렌다. 스매싱펌킨스의 기타리스트로 유명했을 터지만 이 곡만 놓고 보면 록밴드의 기타리스트라는 이미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찾아보니 스매싱펌킨스의 상징이기도 한 빌리코건의 독선적인 성격과 잘 맞지 않았다고 하는데 원래 하고 싶었던 음악이 이런 것인지 이건 아직 내가 제임스 이하의 다른 곡들을 들어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스매싱펌킨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경쾌하고 감미로운 기타팝. 듣다 보면 후렴구에서 나도 모르게 빠밤 빰빰 하며 허밍을 하게 될 것이다.
• 들어 보기 https://youtu.be/crNDFymYM2Y

3. Smashing Pumpkins - 1979
제임스이하 하면 아무래도 그가 속한 밴드 스매싱펌킨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너무너무너무 유명한 밴드이기 때문에 잘못 아는 척을 하면 큰일 날 것 같아(ㅎㅎ) 전주부터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하는 스매싱펌킨스의 대표곡이자 가장 유명한 곡 1979만 얘기하고 싶다. 나는 전부터 이 곡이 늘 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전주에 둥둥둥둥 하고 나오는 기타리프가 얼마나 가슴을 뛰게하는지. 어딘가 마구 달려나가고 싶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마음 속에 청춘 또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명곡 중 명곡.(비슷하게 좋은 곡으로 스매싱펌킨스의 Try, Try, Try가 있다.)
• 들어 보기 https://youtu.be/4aeETEoNfOg

4. Bernard Butler - You Light The Fire
제임스이하의 곡을 소개하다 보니 버나드버틀러의 곡도 같이 떠올랐다. 공통점이라곤 아주 유명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라는 것. 그리고 밴드에서 느낀 강렬함과는 다른 부드럽고 따뜻한 곡을 냈다는 것.(모든 곡을 들어 본 것이 아니므로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감상이다.) 어쨌든 버나드버틀러가 속해 있던 스웨이드의 노래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잔잔하고 포근한 곡이다. 노래를 듣다 보면 따스하고 은근한 졸음이 올 것만 같은 햇살을 쬐는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 들어 보기 https://youtu.be/6abKKbSM4aY

5. The 1975 - Me & You Together Song
Chocolate으로 알게 된 The 1975는 (대개 잘나가는 록밴드들이 그렇지만)천재 그리고 악동 같은 이미지였다. 아주 신나고 끝장나게 힙한 음악만 할 것 같은 The 1975였는데 2집의 Paris, A Change of Heart같은 곡을 듣고 이렇게 정제된 느낌의 말랑하고 살랑살랑한 곡도 잘 만드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이 Me & You Together Song은 그 연장선에 있는 아주 달콤하면서도 풋풋한 느낌의 곡.
• 들어 보기 https://youtu.be/LS1b7Q--9Zs

6. 세븐틴 - Darling
이 노래를 들으면 감성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단조로운 멜로디와 단순한 가사인데 그 담백함이 아주 듣는 사람을 녹여버린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곡에 감성을 꾹꾹 눌러담았다. 당장 비슷하게 떠오르는 것은 아이유의 마음인데(단조롭고 단순한데 마음을 울린다는 점에서) 그러고 보니 아이유의 마음도 봄과 참 잘 어울리는 곡 아닌가. 어찌됐든 세븐틴은 에너제틱하거나 청량한 음악으로 대표되는 그룹이라는 느낌인데 이런 감성적인 곡도 부디 많이 내어 주었으면 좋겠다.
• 들어 보기 https://youtu.be/bTtNV6hgDno

7. Last Dinosaurs - Sense
청량하고 경쾌하고 밝다. 그늘 한 점 없는 듯한 시원스러운 곡이지만 어쩐지(Yumeno Garden앨범 아트웍때문인지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봄에 듣기에도 적격이다. 호주 밴드이지만 멤버 넷 중 셋이 일본계 호주인으로 기분탓인지 제이팝 같은 느낌도 든다.(한때 싸이월드를 강타했던 Havard같은!)
• 들어 보기 https://youtu.be/Qv4LrvAX6hY

8. Pacific! - Sunset Blvd
상큼하고 따뜻한 신디사이저 곡이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들을 때 너무 좋아 미치겠는(오바..) 포인트들이 있는데 대개 기타간주가 도드라지는 부분이거나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의 뿅뿅거림이 휘몰아치는 부분이다. Sunset Blvd는 후자! 2분즈음부터 겹겹이 쌓여가다 끝내 휘몰아치는 뿅뿅 구간을 듣다 보면 마음이 너무 벅차오른다. (Pacific!의 Silent Running도 비슷하니 혹시 이 노래가 마음에 든다면 들어보기를 권한다.)
• 들어 보기 https://youtu.be/jOucougginY

9. Asian Kung-Fu Generation - 아네모네가 피는
봄에(アネモネの咲く春に)
봄날의 플레이리스트라고 해서 봄이 들어간 노래를 고르는 일차원 적인 행동은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 곡은 정말 봄과 잘 어울린다. 겨우내 움츠려 있다가 봄에 꿈틀, 약동하는 에너지를 담아낸 것 같은 일본 록 특유의 감성적이고 ‘제대로’ 벅차오르는 곡이다. 아시안쿵푸제너레이션은 국내에도 팬이 많지만 사실 아주 내 취향은 아닌 밴드인데(노래가 조금 시끄러워..) 이 곡을 비롯 몇 곡은 가슴을 후드려 패는 듯이 너무 좋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록밴드는 오피셜 히게단디즘인 것 같은데 오피셜 히게단디즘이나 레드윔프스 같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성을 자극하는 록음악으로는 역시 아시안쿵푸제너레이션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 들어 보기 https://youtu.be/YoAtAOvuw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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