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생각보다 한 것 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4월의 기록이라기엔 읽은 책과 들은 노래 뿐이로구나. 플러스 유투브 정도.
4월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다. 전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도서관에서 애타게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 드디어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기다린 만큼 유의미한 질문을 자꾸 던지게 한 유익한 책이었다. 다만, 정제된 느낌이 적고 사례를 나열하는 형태여서 어떤 답을 원하고 설명해주길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시원스레 추천해주기는 어려울지도. 큰 기대는 없었지만 제법 재미있게 읽었던 건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이다. 제인 에어를 다시 썼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차라리 B.A.패리스나 '나를 찾아줘'류의 몰드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유투브에서 시작해 어느덧 공중파 정규 편성까지 이뤄낸 '지선씨네 마인드' 책도 재밌었다. 요근래 체감상 TV콘텐츠를 책으로 많이 엮어내는 듯 한데, 이미 본 콘텐츠라 재미없을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정리도 되고 영상보다 정돈되어서인지 매우 잘 읽혀서 좋다.
'흔한 인터넷발 기사'일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30대 중후반부터는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카페같은 곳에서 낯선 음악이 들릴 때면 괜히 지는 기분이 들기에, 의식적으로라도 새로운 음악을 들으려고 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걸그룹 3대장의 신곡을 열심히 들어보았다. 아이브, 엔믹스, 스테이씨. 아이브는 이전의 곡들이 좀 더 취향, 엔믹스는 그나마 대중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인가 싶고, 스테이씨는 블랙핑크같기도 레드벨벳같기도 트와이스같기도 한데 정작 현재 그 셋은 그것들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유니크한 영역을 구축한 것 같다. 권진아와 백예린이 도자캣을 부르고 있다는 문구대로 피프티피프티는 과연 녹을듯한 음색에 폭신폭신 핑크키치한 멜로디라인이 인상적이어서 계속 듣고 있다. 한쪽에서 걸그룹이 반짝이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솔로들이 분투중이다. 지수의 꽃, 슈가의 사람, 지민의 like crazy, 그리고 마크의 골든아워를 열심히 들어보았다. 차트 외의 신곡을 찾아 디깅을 위해 유투브를 활용 중인데, 4월에는 Tai verdes, Far caspian, 그리고 iwamizu의 노래들이 알고리즘에 떠서 전곡을 훑을 기세로 듣고 있다. 문제는 곡명과 실제 곡을 매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음악 말고 4월에 본 유투브 영상은 민음사TV의 문화생활비 언박싱과 갓생살기 콘텐츠, 그리고 노션을 소개하는 영상들이다. 추가로 채널명이 정말 킹받는데 도움이 되긴 했던 (사실 그래서 더 킹받는) 오빠두엑셀의 가계부 대시보드 만들기 영상은 흐린눈 한귀한흘 하며 반복해서 보고 있다.
채널을 돌리다가 하고 있으면 일단 보게 되는 게 보이즈플래닛과 피크타임. '그 패턴은 이미 알고 있어' ... '그 패턴도... 뻔해!' 따위를 읊조리면서도, 스스로에게 '나 자신아, 또 속냐!' 되뇌이면서도, 어쨌든 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없는지를 살피게 되는 건 어떤 이유일까. 뭐 그렇습니다. 물론 동시간대에 '모범택시'라든가 '꼬꼬무'라든가 '어쩌다 어른'같은 걸 하고 있다면 그걸 선택하긴 해요. 그러고보니 모범택시 시즌2도 마무리된 이 시점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관련 글을 써보고 싶기도.
남은 4월의 목표는, 동해생활과 이상한집을 읽는 것이고, 존윅4 이나 던전앤드래곤 같은 신나는 영화 1편을 보는 것이며,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회를 보고 오는 것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