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플렉스 큰 만족, 소소한 소비의 기록
플렉스, 탕진잼, 코로나 이후의 보복소비 등등 온 세상이 소비하라고 외치는 시대. 어차피 평생 돈 모아봤자 집 못 사니까 플렉스 해버린다는 자조적인 밈(meme)이 과연 우리의 의지에서 나오는 건지 아니면 마케팅인 건지 의심은 가지만,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은 못 만드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인지 아니면 소비를 정당화하는 핑계로 좋아서인지 평균 월급 수준은 그대로인데 소비에 대한 핑계와 소비 수준만 하염없이 늘어가는 시대다. 그러나 플렉스도 플렉스 나름, 화려한 명품과 오마카세만 플렉스일 필요 있나. 쓴 돈에 비해 만족도 높은 소비가 있으면 그게 플렉스고 소확행이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큰 만족감을 가져다 준 최근의 하찮은 플렉스를 소개한다.
오리온 쵸코파이 프리미엄 (4,320원)
초콜릿 파이류 과자가 먹고 싶어서 마트에 갔는데 예쁜 박스가 눈에 띄길래 보통의 오리온, 롯데 쵸코파이보다 비싸지만 한 번 사치를 부려 보았다. 몽쉘과 쵸코파이의 딱 중간 정도 식감과 맛이어서 몽쉘 특유의 느끼함도 없고 쵸코파이 마쉬멜로우의 과한 찐득함도 없다. 특히 마쉬멜로우가 찐득하지 않고 부드러운 점이 신기하다. 고급형 컨셉으로 출시된 듯한데, 보통 쵸코파이보다 훨씬 비싸지만 똑 같은 칼로리라면 더 맛있는 이 쪽을 먹겠다.
탱글엔젤 2.0 오리지널 소프트터치 핑크 (15,900원
탱글엔젤인지 탱글티저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3만원 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것도 초창기 프리미엄이 없어지고 나니 2만원 아래로 구입 가능해졌다. 빗은 아무거나 싼 거 사서 망가질 때마다 쓰는 소모품 취급을 했던 나지만, 싱가포르 자취 시절부터 계속 쓰던 오래된 빗이 반 이상 이가 빠져서 어쩔 수 없이 새 빗을 샀다. 가뜩이나 긴 머리인데다가 세심하게 머릿결을 관리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서 그나마 적은 돈으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품목인 빗에 과감한(?)투자를 해 보기로 했다. 정가는 올리브영에 23,000원이라 되어 있는데 어차피 요즘은 정가 왕창 올려놓고 세일하는 척 하는게 보통이기에 정가를 15,900원으로 봐도 될 듯. 거기다가 신한 더모아 카드의 천원 단위 미만 적립까지 이용하면 15000원에 구입한 셈이다. 탱글엔젤 사용 이후 확실히 머리가 엉키지 않고 머리를 빗을 때 시원한 기분까지 느껴져서 굉장히 만족 중이다. 물론 빗 하나로 머릿결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머리 감은 후 머리를 아무리 빗어도 여기저기 머리가 뭉텅이로 엉키는 현상은 사라져서 기분이 좋다. 예쁜 하트+날개 모양 덕에 이 자체가 하나의 소품이 되는 건 덤이다.
스케쳐스 고워크 5 시리즈 (64,000원)
출퇴근 시 마치 교복처럼 신고 다닐 만한 발 편한 단화류를 검색하던 중 스케쳐스 고워크(Go Walk) 시리즈를 알게 되었다. 어차피 꾸며봤자 별 소용도 없는 외모와 몸뚱아리라는 핑계 아래 늘 똑 같은 싸구려 옷, 신발로 돌려막기 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장 느낌 나는 치마에 운동화 조합은 오버스러운 것 같아서 정장에도 캐주얼에도 입을 수 있는 단화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스케처스 고워크 라인도 시리즈가 굉장히 많아서 뭐가 뭔지 헷갈리고 가격도 어디서 파느냐에 따라 천지차이라서 검색하다 지칠 즈음, 카카오톡에 딱 스케쳐스 카카오 쇼핑 딜이 뜨길래 더 고민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 딜에 있는 고워크 5를 곧바로 질러 버렸다. 이것도 정가는 89,000원이고 톡딜 때만 특별가인 척 하길래 그냥 사 버렸는데 알고보니 사시사철 톡딜 진행 중이라 그냥 64,000원이 정가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더 싸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삼키지만, 신발 자체의 만족도는 높으니 넘어가기로 하자.
신발 바닥도 가볍고 신발 자체도 정말 안 신은 것마냥 발에 부담이 가지 않아서 정말 편하다. 디자인은 그야말로 무심한 기본형 단화 그 자체. 아무 장식도 무늬도 없는 단화여서 어떤 옷차림에도 거슬리지 않게 ‘무존재’인 신발이다. 격하게 뛰는 운동은 무리겠지만 오래 걷기에도 좋을 것 같은 신발. 대만족이지만 하나 흠이 있다면 왼쪽 발꿈치와 신발이 맞닿는 부분만 이상하게 자꾸 아프고 까지는 느낌인데, 만져보면 아직 까지지는 않았지만 계속 신고 걷다 보면 왼쪽 발꿈치가 신발에 휩쓸려서 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건 내 발이 균형이 안 맞는 건지 제품의 문제인지 확실한 부분이 아니므로 판단 보류. 아무튼 너무 담백해서 질리고 말고 할 것도 없는 편한 신발을 찾는다면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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