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포에트의 법 - 내 삶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넷플릭스 추천작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탈리아 드라마이다. 1) 리디아 포에트라는 이탈리아 여성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2) 담당하게 된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 발로 뛰는 추리극 이라는 소개글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시작부터 쏟아지는 이탈리아어에 잠깐 귀가 어색했지만 19세기 이탈리아 토리노의 도시 모습과 등장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이 눈을 사로잡았다. (물론 19세기 이탈리아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고증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6부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로, 1화부터 주인공 리디아 포에트는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 당한다. 여자가 중학교만 가려고 해도 집안과 사회의 허락이 필요했던 그 시절에 리디아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증 까지 취득했지만 법원에서는 곧 그 자격증을 박탈한다. 의뢰인의 변호를 멈출 수 없었던 리디아는 역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오빠를 찾아가 대신 변호를 맡아 줄 것을 요청하고 본인은 보조원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오빠와 리디아가 생각하는 '보조원'의 업무에는 이견이 있다. 오빠는 가만히 사무실에 들어앉아 서류 작성이나 담당하라고 하지만 리디아는 의뢰인의 무죄를 밝혀 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탐문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과학적 수사 기법이 아직 도입되지 않아 대부분 초기 증거와 증언에 의해 범죄자가 결정되던 당시 상황에서 리디아는 검시소 직원에게 뇌물을 전하면서 까지 시체를 직접 조사하고, 수사 과정에서 지문 채취나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하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매 화 리디아가 변호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예술가, 공장의 직원, 창녀 등 사법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이미 범죄자로 낙인 찍힌 피고를 변호할 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 본인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리디아의 태도는 자칫 무모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드라마의 큰 줄기는 1화에서 박탈된 변호사 자격증을 되찾기 위해 법원에 제출할 항소장을 작성하는 것이다. 매 화에서 의뢰인을 만나고 변호하는 과정에서 리디아는 끊임 없이 제한 당하고 기존 사법 체계의 선입견과 잘못된 집단 지성에 갇혀 고군분투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고민하되 망설이지 않고 나아간다.
오빠의 집에 얹혀 살던 사돈 총각이 운전하는 자전거의 앞에 '조신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 타던 리디아는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남사친(그 시대에 남사친의 개념이라니 ㅎㅎ) 이 선물해준 꽃병을 전당포에 팔아 자전거를 마련한다. 참 아이러니한 시대다. 여자가 담배피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기만 해도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리디아를 쳐다본다. 리디아의 기이한 행동을 이해 못하던 오빠는 일련의 사건들을 함께 겪은 후 리디아의 부서진 자전거를 손수 수리해준다. '하나님이 리디아에게 변호사의 뜻이 있었다면 남자로 태어나게 했을 것' 이라고 말하며 시종일관 리디아를 탐탁지 않아 하던 오빠의 아내는 법원 항소의 최종 판결이 나는 날 '상식이 있으면 해결될 일에 여자들은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 하죠' 라며 작지만 소중한 응원을 건넨다. 리디아의 꺾여도 상관없어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변화를 일으킨다.
조금 아쉬운 점은 사건의 해결 과정이 기대하는 것만큼 치밀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소 긴장감이 부족할 수는 있으나 애초에 이 드라마는 그럴듯하고 드라마틱한 수사기법을 강조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편견에 갇혀 찾아내지 못하거나 바라보지 않는 면까지 자세히 살피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리디아의 '시선'과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다시 한 번 선택을 망설이지 않는 리디아의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 드라마는 시즌2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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