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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과잉인구의 마지막 세대인 80~90년대생들 치고 이
물음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재벌, 금수저거나 주식이나
코인 등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거나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당연히 제외하고, 성인이 되고 나서 관짝에
들어갈 때까지 각자의 직업이나 집안 사정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근로소득으로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일하려는 사람은 많고 학력 인플레는 심하고 질 좋은 일자리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이제는
내 옆자리나 같은 업계 사람들이 아니라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2030 직장인 치고 재테크, 부업, 사이드잡 등의 화제가 통하지 않는 또래는 굉장히 드물다. 나 역시 하루하루 출퇴근하는 것만으로 내 능력에 굉장히 벅차긴 하지만 당장 1,2년
뒤면 몰라도 10년, 20년 뒤의 내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시간 나면 틈틈이 킬링타임 삼아, 그리고
공부삼아 재테크와 부업(사이드잡)에 관한 정보를 가끔 찾아보곤
한다.
그러나 피곤한
한 주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서 이미 나보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루어놓은 ‘직장 외 부수입’에 대해 기웃거리다 보면, 결국 지금 다니는 직장이나 정신차리고 제대로
다니자, 마음 편하게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직장인이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슬그머니 부업의 세계를
두드리려던 손을 내려놓게 된다. 특히 한때는 지분을 가지고 사장님으로서 수익만 가져가고 운영은 매니저, 알바들에게 맡긴다는 ‘풀오토 자영업’이 굉장히 구미가 당겼었다. 이 정도 소자본 투자로 적어도 평균적인
예금 금리는 훌쩍 뛰어넘을 수익이 가능하다니, 진짜 나쁘지 않겠다고 느끼며 조금 더 자영업에 대해 검색하다가
한겨레신문 기자들이 직접 창업컨설팅 업체에 위장취업하여 그 실체를 파헤친 취재기 <골목의 약탈자들>이라는 책을 접했다. 마침 동네 도서관에도 있길래 시간 날 때
빌려와서 그야말로 후루룩 읽었다. 그리고 너무 세상을 만만하게 본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세상엔 나 같은 뻔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런 뻔한 생각에 기생충처럼 파고들어 돈을 챙겨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기획보도부문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을 정도로 퀄리티 높은 취재기이며, 기자들이 직접 업체에 취업하여 자영업자들과 예비 창업자들을
대하는 생생한 현장감에 더불어 부실한 프랜차이즈들이 자꾸 생겼다가 망하는 이유, 의사인 척 연기하는
대역까지 내세워 병원 개원을 미끼로 삼는 신도시 상가 등 탄탄한 내용이 뒷받침된다.
대기업
다녀도 40대 넘으면 다들 치킨집 사장님이 된다는 웃픈 밈(meme)처럼
영세한 개인 자영업자 비율이 유독 높은 한국이니 창업컨설팅 사기가 그만큼 기승을 부리기도 쉽다. 수요도
공급도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특히 소자본창업을 희망하지만 정작 장사에 대해 거의 모르는 젊은 세대나
주부, 여성, 노년층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악질이다. 이들은 우선 가게 양도를 희망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하여 “요즘 이런 가게를 누가 사냐”며 후려치고 더 늦기 전에 권리금을 조금이라도
받고 팔아야 한다며 유혹한다. 이것을 ‘(권리금)누르기’ 작업이라고 한다. 한편
창업이나 인수에 관심이 있는 예비 창업자에게는 좋은 매물의 권리금이 마침 싸게 나왔다며 월 매출을 과장하거나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을 제하지 않고 뻥튀기된 매출만을 보여준다. 이렇게
지금 당장이라도 계약하지 않으면 남에게 빼앗길 것 같이 바람을 넣는 이른바 ‘감아오기’ 전략으로 손님의 계약을 유도하며, 당연히 손님이 비싸게 사면 살수록
컨설턴트들에게 떨어지는 커미션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강남의 번지르르한 사무실에 양수인, 양도인들을 초청하여 극진하게 대접하며 아무 경력도 없이 오늘 입사한 신입에게도 과장 직함을 주고 고작 30~40대 컨설턴트들에게도 상무, 전무 등의 타이틀을 남발하여 ‘있어 보이게’ 포장한다. 더
환장(!)은 인터넷에서 창업컨설팅을 검색하면 언뜻 수많은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이름만
다른 여러 업체를 한 곳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프랜차이즈라고 항상 믿을 수는 없다. 대충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어 온갖 사탕발림으로 가맹점 숫자만 늘려 놓고 부실하게 운영하다가 본사는 폐업하고
또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떠나는 ‘떴다방 프랜차이즈’ 또한
수법 중 하나라고 한다. 즉 <골목의 약탈자들>을 아주 쉽게 요약하자면 최대한 싸게 팔아줄 호구와 비싸게 사 줄 호구를 구하여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는
약탈자들에 관한 고발이다.
이 취재기가 정말 흥미로운 점은, 책이 나온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책에 나온 그대로의 행태가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블로그와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 등에 침투한 약탈자들은 오늘도 어딘가의 골목에서 먹잇감을 구하고
있다. 더더욱 우스운 건 어느 정도 세상에 이런 수법이 알려져서 그런지, ‘창업사기 당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해
놓고는 정작 자기들의 포스팅 내용이 너무나 투명하게 창업사기 그대로다. 초기 창업비용 고작 수천만원으로
꾸준히 높은 매출이 보장되며 워낙 장사가 잘 되는 가게여서 본업이 있는 직장인도 ‘100% 풀오토’로 돌릴 수 있단다. 약간의 초기 자본금으로 인수하기만 하면 나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아도 앉아서 안정적인 부수입이 보장된다니, 가끔 문자로 받는 고%수@익 보#장 토^토 따위의 스팸광고와 뭐가 다른가 싶다가도 그럴듯한 월 수익 인증과 누구나 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게다가 장소까지 번화가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1%라도 들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확실한 수익이면 왜 자기들끼리 몰래 하지 않고 남들에게 공짜로 알려주겠는가 말이다. 영어에 too good to be true라는 관용어구가 있는데, 진짜라기엔
너무 조건이 좋아서 의심스러운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훈남에 키크고 학벌좋고 연봉 10억, 집안 자산 500억인
연하남이 나에게 프로포즈한다는 망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안일한 망상이다. 여전히 약탈자들은 내가 그랬듯
편하지만 돈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는 헛된 망상을 꿈꾸는 자들을 양분 삼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목의 약탈자들> 덕분에 단 1분도 이런 창업사기 류의 입발림에 신경쓰지 않게 되어서 너무나 다행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덕분에 적어도 돈을 잃지는 않았다.
바깥에서 파랑새를
찾아 헤맸으나 파랑새는 결국 내가 사는 집에 있었다는 파랑새 동화 같은 결말이지만, 헛된 부업의 꿈은
묻어 두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과 자리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매일같이 금리를
체크하며 예적금 갈아타기, 파킹통장 유목민, 심심하면 배당주
줍기, 약간의 개인정보를 대가로 5원,10원씩 줍는 앱테크 정도가 나의 그릇에 맞는 부수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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