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호텔뷔페 탐방기

사진은 후기에는 남기지 않은 <채빛퀴친> 뷔페


뷔페를 아주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도 소화기관도 예전같지 않아 예전처럼 양껏 먹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뷔페 생각만 하면 마음이 설렌다. 돈이 넘쳐나서 최고급 음식을 단품으로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하면(그럴 일 없다) 조금 다를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렇다 해도 역시나 나는 뷔페를 좋아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얼마든지 또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는 그 심리적 안정감(?), 그것이 내가 뷔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뷔페러버인 나는 취업하고 나서는 돈도 벌겠다, 호텔 뷔페를 하나씩 가보는 취미 아닌 취미가 생겼는데 기록삼아 가 보았던 호텔 뷔페의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다만 2017년부터 시작되는 뷔페 후기이므로 현재와는 다를 수도 있어 정보성 글로는 적합지 않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1. 롯데호텔 <라세느>

호텔 뷔페 중 가장 유명한 뷔페가 바로 롯데호텔의 <라세느>가 아닐까 싶다. 호텔 뷔페를 찾아다니기 전부터 <라세느>는 그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호텔 뷔페를 가기로 했을 때 무조건 <라세느>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명색이 호텔 뷔페인데 대게 정도는 당연히 있어야지 싶지만 당시에는 전부 먹기 좋게 손질되어 있는 대게가 수북히 쌓여 있는 광경에서 호텔 뷔페의 그 어떤 품격(?)을 느꼈던 것 같다. 일식이 깔끔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며 나머지는 평범했던 것 같다. 물론 맛은 있었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야지 싶은 그 기준점을 아슬하게 통과한 느낌. 다녀온 지 너무 오래 되어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2. 신라호텔 <더 파크뷰>

두 번째로  간 호텔 뷔페는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 호텔하면 신라호텔이니까(?) 호텔 뷔페하면 신라호텔 뷔페도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요새는 십만원 돈 한다는 그 애망빙!!!)가 아주 핫했던 때라 왠지 더 가보고 싶기도 했다. 내가 가 본 호텔 뷔페 중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여기를 꼽고 싶을 정도로 <더 파크뷰>는 모든 음식이 전부 다 정말 맛있었다. 특히 중식이 맛있었는데 처음 보는 생소한 메뉴들도 맛있게 먹어서 더 기억에 좋게 남아 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신라호텔의 중식당인 <팔선>도 유명하다고 해서 솔직히 관련은 없겠지만 그래서 중식이 맛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데 맛있는 그런 메뉴들이 많았다. 내가 다녀왔던 2017년에는 한달 전에나 겨우 예약해서 갈 수 있었는데 이제 가격이 거의 20만원으로 오른 지금도 그렇게 예약이 어려울지 궁금하다.


3. 조선호텔 <아리아>

서울 3대 뷔페로 꼽는 것이 앞서 이야기 한 롯데호텔의 <라세느>,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 그리고 바로 조선호텔의 <아리아>이다.  <라세느>, <더 파크뷰>까지 다녀 왔으니 남은 한 곳 <아리아>도 가는 것이 인지상정, 게다가 <아리아>가 위의 두 곳보다 유명세는 조금 덜할지언정 맛은 제일 좋다는 후기들이 많아 큰 기대를 품고 갔다. 하지만 내게는 세 곳중 가장 별로인 뷔페였다. 메뉴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고 보통 메뉴가 많지 않다면 몇가지 주력하는 음식을 두어 차별점을 두는데 그렇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감상일뿐 여전히 맛있다는 그리고 3대 뷔페 중 최고라는 후기도 꽤 있는 것 같다.


4. 드래곤시티 <푸드 익스체인지>

사실 위에 언급한 서울 3대 뷔페는 다녀온 지 너무 오래되어 믿음직스러운 후기라고 할 수 없지만, 이제부터는 비교적 최근에 다녀온 곳들이자 두 번 이상 간 곳도 있어 조금 자신있게 감상을 말할 수 있다. <푸드 익스체인지>는 처음 생겼을 때 가성비 뷔페로 유명한 곳이었다. 유명 호텔 뷔페들이 10만원 이상 하는 데에 비해(이제는 거의 20만원에 육박..)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 호텔 뷔페급의 퀄리티를 누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시그니처라고 할 만한 것은 바로 랍스터(올바른 표기는 로브스터)! 랍스터의 꼬리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 머리부분까지 제대로 된 랍스터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시중에서 파는 랍스터 가격을 생각했을 때 랍스터만 다섯마리 정도 먹어도 본전은 하는 곳이고 비단 랍스터뿐 아니라 다른 메뉴도 두루두루 맛있기에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특히 해산물이 맛있으므로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가도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겠다.


5. 페어몬트 <스펙트럼>

<푸드 익스체인지>가 해산물에 강하다면 <스펙트럼>은 반대로 육류에 강한 곳이다. 그리고 종류가 많지 않은 대신 주력 메뉴에 힘을 쏟은 게 느껴진다. 보통 뷔페에 메뉴가 열 가지라 다섯 가지만 먹고 오기 바쁘다면, <스펙트럼>은 메뉴가 다섯 가지인 대신 그 다섯 가지가 다 먹어 볼 가치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테이크를 비롯한 각종 소고기 요리와 북경오리가 맛있고 나는 잘 못 먹지만 양고기도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워낙 고기 종류가 맛있어 큰 의미는 없지만 뷔페 메뉴가 아니라 단품으로 따로 나오는 메인메뉴로도 스테이크가 있는데(찾아보니 요새는 단품으로 나오는 메인메뉴의 구성이 바뀐 듯하다.) 기분 내기에 좋고 맛도 있다. 아쉬운 점은 해산물과 디저트, 해산물이야 육류에 힘을 쏟았으니 그렇다 쳐도 디저트는 조금 종류를 늘려도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6. JW메리어트 <플레이버즈>

서울 3대 뷔페 이야기를 했는데 내 경험을 토대삼아 3대 뷔페를 뽑으라면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 메리어트의 <플레이버즈>, 그리고 나중에 쓸 힐튼의 <카페395>를 뽑고 싶다. 신라호텔의 <더 파크뷰>는 아무래도 신라호텔의 후광이 있는 것 같고(ㅎㅎ) 힐튼의 <카페 395>는 가성비의 측면에서 너무 좋아 뽑았다면, 메리어트의 <플레이버즈>는 정말 맛과 서비스가 좋아 정정당당하게 3대 뷔페 안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다. 어떤 메뉴가 특히 맛있다, 이런 것은 사실 바로 딱 떠오르지 않는데 그냥 모든 메뉴가 다 맛있고 먹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었다. <플레이버즈> 역시 랍스터 요리를 즐길 수 있고 보통 호텔 뷔페에서 음료 가격을 따로 받는 데 비해 <플레이버즈>는 대부분의 음료가 뷔페에 포함되어 무료 제공되고 나갈 때는 테이크아웃 잔에도 담아 주니 만족하지 않을 수가. 배불리 음식을 먹고 나갈 때 음료 한 잔 들고 나가면 뽕 뽑은 느낌이 마구 든다. 물론 지불한 뷔페 값을 생각하면 실제로 뽕 뽑은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7. 밀레니엄힐튼 <카페 395>

힐튼의 <카페 395>에 대한 후기는 어찌 보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작년 12월 31일자로 영업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맛있었고 가격 역시 호텔 뷔페임을 감안하면 십만원도 되지 않는 착한 가격이었기에 없어진 아쉬움을 담아 후기를 남겨 본다. 일단 남산 올라가는 길에 있어서인지 힐튼의 <카페395>는 채광이 좋았다. 다른 호텔 뷔페들은 고급스러운 느낌은 있었지만 탁 트인 창가가 없어 답답한 느낌도 있었는데 <카페 395>는 한 면이 전부 큰 통창으로 되어 있어 도심을 보며 여유롭게 식사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가리비찜에 랍스터, 하몽을 얹은 멜론, 신선하고 맛있었던 계절과일들이 떠오른다. 이미 없어진 곳이라 보정된 추억으로 인한 아쉬움이겠지만 어쨌든 뷔페 만큼은 참 괜찮았는데 없어진 것이 썩 아쉽다. 


8. 콘래드서울 <제스트>

호텔 뷔페에 대해 후기를 남기겠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여기를 다녀왔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잊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한마디로 말만 호텔 뷔페지 그 구성이나 맛으로는 <마키노차야> 같은 중저가형 뷔페만도 못하다고 느꼈던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곳이다. 가격이라도 저렴했다면 넘어갔을텐데 가격은 다른 고급호텔 뷔페와 비슷하게 받아 놓고 메뉴 구성이나 맛은 구색 맞추기에도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뭐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없다. 랍스터도 머리 부분은 없고 꼬리 부분만 있었던 것 같고 어지간히 별로였는지 찍은 사진도 없는데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내 기억 만큼 별로는 아닌 곳 같아서 혹평을 남기기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호텔 뷔페라고 했을 때 응당 기대하는 바가 있고 그걸 위해 비싼 가격을 치르는 건데 그 기대 만큼은 확실히 아니었던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을 다시 접기로 한다.


9. 롯데시티호텔마포 <나루>

비즈니스호텔이라 위에 다녀온 곳들에 비하면 종류나 메뉴의 질이 조금 떨어지는 곳이긴 하나 가격 역시 위에 다녀온 곳들에 비해 매우 착하므로 리스트에 넣기로 한다. 일단 앞서 언급한 곳들이 이제는 대부분 십만원 중반대의 가격을 지불해야만 하는데에 비해 롯데시티호텔마포의 <나루>는 네이버쇼핑 최저가를 이용하면 육만삼천원에도 갈 수 있다(최근에 다녀와서 기억이 생생함).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회, 초밥, 스테이크 같이 메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부족하지 않고 맛 또한 나쁘지 않았으며 디저트도 전부 맛있었다. 아무래도 비교적 낮은 가격이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평가한 덕이겠지만 그래도 육만 삼천원이라는 돈이 내게 그리 가벼운 돈은 아닌데 또 가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정도의 가치는 있는 제값은 하는 뷔페이다.


10. 63빌딩 <파빌리온>

마지막으로 기왕 9개 쓴 거 10개를 채워 보고자 63빌딩의 <파빌리온>을 넣어 보았다. 호텔은 아니지만 사실 가격이나 질을 생각하면 호텔급 뷔페에 껴도 이상하지는 않을 만한 곳이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한번 <파빌리온>에 온 적이 있는데 하필 그때 배탈이 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돌아온 게 큰 미련으로 남아 꼭 가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 느낀 <파빌리온>은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비싸고 맛있는 메뉴들로 가득찬 그런 곳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머리가 컸는지 다시 온 <파빌리온>은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럭저럭 맛있게 먹은 게 많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육회, 보통 뷔페에서 접하는 냉동 육회가 아니라 부드럽고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마치 전문점에서 나오는 것 같은 육회였다. 다른 건 그냥 기본 정도만 하는 느낌, 내 기억속 고오오급 뷔페 정도는 아니어서 나도 꽤 컸네 하는 기분이 든다. 


이로써 이제까지 가 본 뷔페 후기를 남겨 보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중에는 포시즌스의 <더마켓키친>과 호텔나루서울엠갤러리의 <부아쟁>을 가보고 싶다. 너무 개인적인 감상이라 믿음직스럽지도 않고 딱히 정보를 전달하는 유용한 내용도 아니라 약간 미안한 마음인데 그래도 이렇게나 뷔페를 좋아하는, 뷔페에 진심인 나의 마음이 전달되었다면 혹시라도 뷔페가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연락 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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