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적이었던 9월 일상의 순간과 기억들
비일상적인 일들이 많았던 9월이다. 정말정말 흔치 않은 6일 연속 꿀휴일이야말로 가장 비일상적인 일이려나. 앞으로 당분간은 오지 않을 6연속 휴일을 끝내며, 9월의 몇몇 비일상적 순간과 그때의 내 기억을 남겨 본다.
내 기준 매우 비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캐리어이다. 사실은 아는 동생이 넷지오 30% 직원할인이 된다고 해서 큰 맘 먹고 구입했다. 싱가포르 생활 8년 내내 쓴 오래된 캐리어들은 다 버렸고, 튼튼하고 좋은 거 하나 사서 오래 쓰면 된다는 정신승리와 함께. 나에게는 정말 흔치 않은 고가 브랜드 물건이어서 비일상적이었다.

낯선 장소 그것도 외국에서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간 식당이 마음에 들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물론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서 외식 퀄리티 수준이 낮은 게 더 이상한 일이겠으나, 일본 출장 첫날에 같이 간 한국지사 동료들과 함께 눈에 띄는 대로 들어갔던 1차 선술집과 2차 라멘집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어쩌면 '사전정보 없이 그저 끌리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엄청 맛있었다'는 여행용 서사로 인한 맛 보정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약 6년만에 방문한 일본에서 먹은 현지의 저렴한 선술집과 라멘집은 내 마음 속 2023년 9월에 오래도록 남을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다.
(기억하니?!) 이 뉴스레터를 같이 쓰는 친구와 함께 갔던 2019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산 여권 커버이다. 한 야시장에서 영어 이니셜을 박아 커스터마이징(?)한 여권인데, 싱가포르에서 2020년에 귀국한 이래 3년도 더 책상 한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공항 공기를 맡았다. 코로나 전에는 그래도 연 1회 한국으로 귀국, 1회 정도는 해외여행도 하고 그래서 공항과 해외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는데 3년만이다 보니 은근히 설렜다.
40년 KBO 역사상 첫 고척돔 더블헤더, 그리고 내 인생에서도 첫 더블헤더 1,2차전 모두 직관. 이때 찍은 사진을 보면 1차전 때는 집에서 씻고 바로 나온 상태이고 아직 쌩쌩해서 얼굴과 머리가 뽀샤시한데 2차전에 찍은 사진에는 떡진 머리와 지친 얼굴 때문에 괜히 웃기다. 야구 직관이야 흔한 일상이지만 더블헤더 2경기 모두 직관은 인생 처음의 기억이다.
그리고 올해 9월에는 상실의 기억도 더해졌다. 마음에 묻어두되 내가 앞으로 살면서 평생 잊지 않아야 할 기억이다.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서 일하려니 얼마나 싫을까 심판의 날(?)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월요병 치료를 위해 일요일에 출근한다는 드립처럼 괜히 회사 노트북을 켜놓고 조금씩 일을 하고는 있지만...나의 직무와 업종 상 10월부터는 찐으로 바빠지는 시기이다. 남은 4분기도 제발 무사히 지나가기를. 잘 되기를 바라지도 않고 제발 큰 일 없이 무사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함께 쓰고 읽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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