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입구를 지나며, 작은 추천 여러 조각들


가을의 입구를 열고 지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작은 추천들로 가을의 하루를 채워 본다. 

  • 아이묭

일본에서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여자가수라는 아이묭(Aimyon) 노래에 좀 늦게 입덕했다. 한국으로 치면 아이유인데 장르가 기타와 락인 느낌이려나? 듣기 좋고 편안한 소프트 락이어서, 방에 혼자 있을 때 책을 읽거나 빈둥댈 때배경음악으로 켜놓기에 딱 좋다. 

특히 마음에 드는 곡들은 <君はROCKを聞かない(Kimi wa rock wo kikanai)>, <愛を伝えたいだとか(ai wo tsutaetai toka)>,<マリーゴールド(marigold)>등이 있다.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소프트 락이니 한번쯤 들어보시길.

https://youtu.be/s9eKNFI4WRM?si=4tnsdGv3eEZU5gzR

 국가를 막론하고 확실히 장르소설 쪽에서도 여성 창작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단순히 여성 캐릭터의 양 자체가 많아진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관통하는 관점 자체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써 나와 시대를 투영해서 읽기 좋은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은 10년 전의 한국 추리소설 시장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정말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구나 실감한다. 여성서사라고 해서 비장하고 준엄하게 여성인권을 외칠 필요 없다. 그저 재미있는 장르소설이지만 관점이 여성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그간 각종 창작물의 시점이 당연하다는 듯이 남성의 관점과 가치관이었을 뿐이다. 추리,장르소설 팬으로써 원래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에 내가 중요시 여기는 여성의 관점이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까지 더해지다니 그야말로 천국이다. 그 중에는 단편으로 끝내기엔 아쉬운 '여캐'들도 있고 다소 완성도 낮은 듯한 작품들도 있지만, 최근에 접한 여성+장르소설 조합을 한번 정리해 본다.


  • <모던 테일> 수록작, 민지형 '신데렐라 프로젝트': 결말이 조금 작위적인 '사이다'설정이긴 하지만 단편이니 감안하고 넘어가자. 한국남자들의 영원한 망상 단골 주제 1위인 취집해서 편하게 사려는 김치녀 참교육 시키기, 거기에 2위 망상인 여자의 적은 여자까지 아주 통쾌하게 비틀었다.이런 소설이 대놓고 나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든든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여성 창작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 <모던 테일> 수록작 박서련 '천사는 라이더 자켓을 입는다': 유명인 중년 남성들이 줄줄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나의 대학교 시절 선배이자 지금은 회사 상사이자 장차 사업을 물려받을 재벌집 딸인 회사 이사가 의심을 받는다. 단편이지만 나름대로 세세한 설정까지 신경쓴 흔적이 엿보이며 결말까지 마음에 쏙 든다. 가상의 이야기라는 것이 아까울 만큼. 솔직히 말해서 이런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든든함을 넘어, 작가에게 질투가 날 만큼 내가 작가라면 이런 단편을 쓰고 싶다는 기분이었다. 언젠가는 내가 쓸 수도 있는 소설인데 왜 먼저 써버린 것인가. 농담이고, ㅈ추리소설로써는 허술한 면도 분명히 있으나 여성연대와 여성주의를 어떻게 세련되게 추리소설과 엮을 수 있는지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엿본 느낌이다.
  • <프리랜서에게 자비란 없다> 수록작 윤자영 '중고차 파는 여자': 한국식 느와르를 일상과 접목시킨다는 주제로 출판된 <프리랜서에게 자비란 없다>라는 단편집의 수록작이다. 폰팔이와 함께 그저 사기꾼 남자들의 세계일 것 같은 중고차 딜러라는 직업에 여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전반적으로 진지한 스릴러가 아니라 유머러스한 단편 정도의 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단편으로만 만나기엔 아까울 만큼 의리있고 멋진 중고차 딜러 왕지혜를 어디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 신카와 호타테 <전남친의 유언장>: 2021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수상작이다. 도쿄대 법학과 출신인데다가 이미 사법고시를 패스한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투영시켜 여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90년대 초반 생인데 벌써 인생에 이룰 건 다 이뤘고 거기다가 좋은 조건만 갖고 태어나 인생 난이도 쉬워보이는 작가 본인을 그대로 주인공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스스로 수비형이 아니라 공격형 인간이라 할 만큼 거침없고 솔직한 주인공의 행적은 그야말로 전에 없이 신선한 여성 캐릭터라 하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돈만 밝히고, 일에 미치고, 감정보다는 이성이 우선시되는 역할은 현실이든 창작물이든 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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