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문화원 - 걸어서 중남미 속으로!!

완연한 가을의 한가운데, 이름도 생소한 중남미 문화원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중남미 문화원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화원에 대한 정보를 잠깐 전해보자면, 

원장인 이복형 님은 30여 년 외교관 생활을 중남미 지역 4개국 공관장으로 지내며, 은퇴 후까지 4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중남미 고대 유물부터 식민기 근·현대 미술,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아시아 유일의 중남미 테마 문화 공간인 (재)중남미문화원을 1994년에 설립하였다. 꿈을 공유하고 집념과 초인간적인 열의로 헌신한 부인 홍갑표 님과 함께 박물관(1994), 미술관(1997), 조각공원(2001), 종교전시관, 벽화, 연구소(2011)까지 이루어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문화원이 개인의 수집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입구부터 엄청나게 큰 돈키호테 조각상이 서있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건물들, 색깔도 모양도 신기한 벤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박물관, 미술관, 야외조각공원, 종교전시관 등 개인적인 수집의 결과물이라고 보기엔 그 양이 정말 방대하고 공간의 만듦새가 정말 아름다웠다. 안내서와 입장권에 그려진 그림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발길이 닿는 대로 미술관 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건물이 좀 오래되고 요즘 미술관들처럼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전시된 그림들과 조각들만큼은 감각적이었다. 쉽게 접해보지 못한 중남미 작가들의 감성과 색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익살스러운 모습을 한 조각들과 과감한 색채의 그림들을 둘러보고 지하로 내려가니 전통의상 직물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었다. 다양한 나라들의 전통의상들이 모여 있어 축제를 보는 것 같았다. 



미술관을 나와 빨간색 아치를 지나면 야외 조각 공원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먼저 항아리 들이 가득 박혀있는 벽이 있는데 이 많은 항아리들을 어떻게 옮겨왔고 어떻게 이런 식으로 배치할 생각을 했는지 너무 궁금하고 신기했다. 정원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적한 공간에 우뚝 서있는 마야 벽화도 정말 놀라웠다. 2011년 완공된 중남미 문화원 마야 벽화는 길이 23m, 높이 5m의 대형도자벽화로 마야 상형문자, 아즈텍 달력인 태양의 돌을 비롯한 중남미 고대 문명의 대표적 상징으로 디자인 되었다고 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각 부분을 뜯어보는 것도 모두 매력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종교전시관이었다. 외국의 성당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은 저절로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종교전시관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제단은 화려한 색채의 특징을 가진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로마 바티칸 교황이 사용하는 일상 가구와 바티칸 성당의 미술 작품을 제작해 온 멕시코 바로크 미술대가 아구스띤 빠라의 작품이다. 중남미는 서구의 식민지가 되면서 유럽의 가톨릭 문화가 전해졌으며 식민기 시기 바로크 양식이 전해지며 한층 더 화려한 라틴 바로크 양식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벽마다 걸려있는 조각과 그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성당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보기 전 간단히 식사를 하기 위해 문화원 안에 있는 음식점 <따꼬>에 들어갔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알람브레(소고기 타코)와 께사디야(돼지고기 타코). 친근한 모습의 아저씨가 열심히 고기를 볶아 구운 또띠아에 넣어주시는 모습을 보고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막상 나온 음식을 먹어보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의 맛에 아주 충실했다. 함께 나온 살사소스도 새콤하니 맛있었다. 한참 음식을 먹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다가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알고 보니 글의 제일 처음에서 소개한 문화원 원장님의 아내분이신 홍갑표 님이셨다. 타코는 멕시코 대사의 부인에게 직접 배워온 레시피라며 열정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셨다. 의자 하나까지 모두 직접 고르고 현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도 해주셨다.


마지막 공간은 박물관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돌로 만든 작은 분수, 돔 형태로 된 천장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박물관 중앙홀 천장에는 나무로 조각한 금빛 태양상이 있다. 중남미인들에게 태양은 가장 주된 신봉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분수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공간을 나누어 각종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벽면 가득 전시되어 있는 가면이 가득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물리적인 공간 자체도 멋있었지만, 개인의 꿈에서 시작된 공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더 멋지게 느껴졌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나들이 갈 만한 곳으로 강력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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