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품에 안기는 널 보며
…라고 다소 구질구질한 90년대 가요 가사 같은 제목을 붙여 보았지만 사실은 아기 어린이집 보내는 이야기.
우래기(ㅎㅎ)는 백일 무렵부터 낯가림이 왔다. 그 말인 즉 백일 이후 부터는 다른 사람 품에 가기만 하면 울며 불며 나를 찾아 하루하루가 엄청 고역이었다는 것. 지나고 나면 이 때가 그립다지만 나로서는 기약없이 아기와 매일 씨름을 하는 기분이었다. 심할 때는 아빠에게도 가지 않아 과연 나중에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을까 막연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어느새 그 날이 온 것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그 날이.
어린이집에 보내기만 하면 아기를 맡기고 한숨 돌릴 수 있을 거란(그토록 원하던 나 혼자만의 시간!!!)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어린이집에는 적응기간이라는 게 있다. 보통 첫주에는 보호자와 함께 한시간씩 보내다가 조금씩 혼자 머무는 시간을 늘려 밥도 먹고 낮잠도 자고 하는 식이다. 적응기간은 아기들마다 다르겠지만 빠른 아기들은 일주일, 이주일 정도면 된다는데 역시나 우래기는 어린이집을 보낸 지 꼭 한달이 되었으나 아직도 오전 딱 한 시간 만을 보내다가 온다. 그마저도 얼마 전까지는 어린이집만 가면 내가 어디갈까봐 내 옷자락을 꼭 부여잡고 품에 안겨 울기만 했었다.
그러다 나와 떨어져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낸 지 어언 일주일째, 이제는 선생님 품에도 잘 안겨있는 우래기를 보니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게다가 며칠 전부터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나를 보고 ‘바이바이’ 하는 의미로 손을 흔드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또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예전에는 나와 친정엄마 품에만 안겨 있으려 했는데 요새는 내가 있어도 남편에게 가서 안아달라고 하고 시어머니 품에도 잘 안겨 있던 것이 떠올랐다. 언제나 내 품에서 떨어져 나갈까 궁리만 했었는데 그런 날이 오기는 하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어느새 훌쩍 자라 다른 사람 품에 안기는 아길 보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으나 아직 그정도로 아쉽지는 않고(ㅎㅎㅎ) 부디 앞으로도 선생님 품에 잘 안겨 어린이집에 무사히 적응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봐야 한 시간 있다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집 적응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음주부터는 점심 먹기를 시도한다는데 하필 요새 기관지염으로 고생 중이라 통 밥을 안먹는 시기여서 기대반, 걱정반인 마음이다.
아직 어린이집 적응을 다 한 게 아니라 겨울맞이 좋아하는 라이브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하고 싶었는데 살짝 언급했다시피 기관지염인 아기를 두고(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를!) 마음의 여유가 잘 나지 않아 나와 아기의 사사로운 일상을 공유해 보았다. 다음 호에는 조금 더 알찬 내용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해 보겠읍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은 아기와 병원을 다녀온 후 잠시 들렀던 정릉 풍경. 요즘 같은 한겨울을 산책하기 좋은 날씨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정릉은 차가운 겨울 바람, 깨끗한 겨울 냄새와 잘 어울리는, 한겨울에 소박하게 걷기 좋은 그런 곳이었으니 기회가 되면 가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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