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록들로 채운 최근 일상 공유
문득 여태까지 nn회의 뉴스레터를 대략 다시 훑어보았다. 다른 친구들은 개인적인 일상이나 경험 등도 뉴스레터를 통해 공유해 주곤 했지만 나는 그렇게 찐 일상을 중점으로 글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 책, 영화 등만 위주로 뉴스레터 글을 쓰다 보니 그동안 써 온 내 파트의 뉴스레터는
다소 딱딱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내 일상 속의 작은 경험들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아기자기하게 채워 보려
한다.
[최근의 전시회]
오랜만에 전시회라는 곳을 다녀왔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보고 즉홍적으로 방문한 워너브라더스 100주년 기념 특별 전시회이다. DDP플라자 뮤지엄에서 3월 말까지 행사 중인 전시회로, 제목 그대로 워너브라더스의 100주년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이며 곳곳에 유명한 워너브라더스 영화 속 장면 등을 활용한 포토존이 있다. 카사블랑카, 매트릭스 같은 명작부터 해리포터 등의 프랜차이즈나 톰과 제리, 루니툰즈 등의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까지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다. 모든 입장객을 대상으로 굿즈 럭키드로우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래도 2만원의 값어치까진 아닌 느낌. 우리는 럭키드로우에서 워너브라더스 로고 뱃지와 카드 홀더+목걸이가 나왔는데 이것으로는 2만원의 티켓 값에 대한 본전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최근의 여행]
구정 연휴에 원래 일본이나 대만 등으로 3,4일 정도 해외여행을 갈까 하다가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서 그냥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다녀왔다. 해외에서 경기도 가평은 갑자기 스케일이 확 다운되긴 했다만 알다시피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게으른 나 치고는 이틀 동안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틀을 꽉 채웠다. 서울에서 2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여행이라고 칭하긴 민망하지만 혹시나 나중에 가 볼 친구들을 위해 간단히 감상을 남긴다. 우선 아침고요수목원과 동물원 입장권은 세트로 미리 인터넷에서 사는 것이 훨씬 싸다. 물론 나는 귀찮아서 미리 안 찾아보고 당일에 가서 사느라 돈을 더 썼지만. 그리고 가평양떼목장은 먹이주기 체험으로 유명한데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아무리 길게 잡아도 1시간이면 끝난다. 그리므로 당일에 가평양떼목장 체험 후 가까운 남이섬 관광까지 전부 해치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가평 쪽 카페들은 아메리카노 7천원으로 커피 값을 통일한 것일까? 강남, 압구정 족
비싼 카페들도 이 정도는 아닌데 유독 가평 근처에서 카페 시세가 과하다. 빵값도 소금빵 하나에 4500원씩 받으니 아무리 자릿값 장사라지만 심하다 싶다. 아무튼 아이 데리고 가기에도 좋고 친구들끼리
드라이브 겸 당일치기로 놀러가기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솥뚜껑에 해먹는 닭볶음탕이 유명하다길래 가 보고
싶었는데 모든 식당들이 기본 3인분부터 시작이라 아무리 나지만(?) 무리라고 생각되어 먹지 못한 점이 아쉽다.
[최근의 봉사활동]
작년 말에 이미 한 번 다녀온 곳이고 최근에는 2번째로 참여한 봉사이지만 그래도 최근 일상 중 제일 인상적이어서 포함시켜 본다. 봉사활동은 주로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유기견보호소 위주로 다니는 편인데, 어제는 유기묘만 전문으로 보호하는 유기묘보호소를 다녀왔다. 개 짖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대형견들의 크기로 인하여 도심에서는 절대 불가능한데, 유기묘보호소는 놀랍게도 서울 한가운데 빌라촌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빌라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야말로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고양이가 거진 40마리는 있는 듯한 고양이 천국인데도 이렇게 조용할 수 있다니… 그리고 평범한 빌라에서 수십마리를 데리고 있을 수 있다니 강아지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고양이들이 워낙 깔끔한 생물이라 그런지 청소도 어렵지 않게 빨리 끝났다. 반려동물계의 투탑인 개와 고양이이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구나 신기하고 재미있었고, 또한 이래서 원룸에서 자취하는 사람들도 고양이를 많이들 키우는구나 알게 되었다. 냥아치 같은 고양이들이 계속 생각나서 빨리 또 가고 싶은 봉사활동. 나중에 독립해서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강아지 말고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최근의 추리소설] 스포주의!!!
나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리소설 추천으로 간단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최근 동네 도서관이나 전자도서관을 통해 읽은 추리소설들 중 제일 괜찮았던 책을 뽑자면 아쓰카와 다쓰미 & 샤센도 유키의 <당신에게 보내는 도전장>, 그리고 프리다 맥퍼든의 <하우스 메이드>이다. 전자는 각 이야기들의 완성도나 반전 자체보다는 현재 일본에서 제일 기대받는 젊은 여성 작가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93년생에 도쿄대학교 출신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겸업으로 작가를 한다는 아쓰카와 다쓰미에 대해서는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부터 비상함을 느꼈지만 역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작가 이름만 보고 아묻따 읽어보고 싶은 작가가 또 생겼다는 즐거움.
후자는 흔히 페이지 터너로 불리는 서구권의 흔한 스릴러 소설 중 하나이고 2장에서의 중요한 반전도 1장을 읽다 보면 대략 예측이 가긴 한다. (니나 부인이 실은 정신병자가 아니며 일부러 정신병인 척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것 같다는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픽인 이유는, 엄격하고 비장한 의도 없이도 결국은 여성들 간의 연대와 서사로 귀결될 수 있음을 한껏 증명했기 때문이다. 즉 대놓고 여성연대와 인권 등을 주제로 하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스릴러라는 형태로 다양한 여성상을 등장시키며 얼마든지 재미있게 여성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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