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에 가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나의 목표이자 가족의 목표이다. 공룡을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가족이 온 마음으로 몰입해서 계획할 수 있는 목표가 생겨서 흥분된다. 언제, 어떻게 갈건지가 문제인데 비용은 얼마나 들지, 어느 날에 갈 수 있을지 여러가지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가기로 마음 먹으니,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자료조사를 하고 있다. 아래 사진 한 장이 주는 놀라움을 실물로 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른다. (아마도 브라키오와 랩터들이겠지? 아니라면 직접 가서 확인을 하기로.) 거기에 아이들 눈높이 맞춘 온라인 학습 자료들이 풍부하니 가기 전 많이 들여다보고 가야겠다. 그리고 가장 큰 숙제는 엄마 아빠의 영어 실력일 듯하다. ^^;
아이가 공룡을 좋아하듯, 요새 나도 흥미를 갖는 분야가 있는데 고인류학이다. 그 시작은 무덤부터 시작인데. 한반도의 무덤 유적들을 하나하나 조사할 일이 있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위로 위로 올라가는 작업들은 너무나 나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었다. 특히 고구려 무덤이 나는 제일 재미있었는데, 아무래도 그림이 남겨진 벽화무덤이 많은 고구려의 특징과 함께, 고구려의 무덤을 직접 보기가 어렵다는 점에 더 매력이 있는 듯하다. 이 호기심은 부여, 고조선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마침내(?) 고인류로까지 올라갔고, 그 과정에서 이상희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아래 영상들을 내가 재미있게 본 영상들 묶음이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어디까지 가는가 하는 점은 화성으로 인간을 보내겠다는 의지도 있겠지만, 가장 '처음점'으로 돌아가 그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인간의 호기심도 정말 오래된 호기심일 것이다. 그 점에서 이상희 교수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고, 특히 그동안 우리가 단선적으로 이해하고 있던 인류의 진화의 방향이 사실은 여러 물줄기들이 모였다가 분리되었다가 다시 모이는 반복의 과정이었다는 점은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 연구를 소개하였는데 바로 아래 연구이다.
이 연구의 요지는 "인간의 진화는 인간이 거주했던 지구 전체를 흐르는 진화적 변화의 강이 얽혀 있는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연구 제목도 "A River Runs through It."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그 제목이다. 고인류학 역사가 서구 백인 특히 유럽 남성 중심의 연구였던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 그동안 아시아의 고인류 연구가 얼마나 배제되었는지도 이 연구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유홍준 선생님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상기하며, 언젠가 가게 될 자연사 박물관을 충만하게 즐기기 위해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현재 목표는 내년에 가보는 것이다. 이 약속이 내년 뉴스레터에서 지켜질지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과몰입 오타쿠의 심장을 가지게 된 건 어렸을 적 읽은 순정만화에서부터였다. 하지만 순정만화의 인기가 시들해진 지 오래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로맨스, 멜로, 연애 따위를 다룬 좋은 작품들도 하나둘씩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 보니 내가 순정만화를 좋아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살았다. 그러다 이번에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친구로부터 ‘주인공들이 학원에서 만나’라는 애먼 설명만 듣고도 단번에 제목을 맞힐 정도로(애석하게도 지금은 그 만화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와의 거리 1km였나, 그런 제목이었던 것 같다.)나는 원래 순정만화를 엄청 좋아했다는 사실을.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면서 말이다! ‘최애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설정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사실 그 외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영문을 모르는 남주가 자기를 구하겠다고 온갖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여주에게 황당함을 느끼다가 그 얼렁뚱땅한 그렇지만 또 진심이 느껴지는 모습에 서서히 스며들게 되는 그런 뻔한 이야기겠지, 짐작했다. 여기서 뻔하다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알면서도 찾게 되는 익숙한 맛, 우리가 품고 있는 기대를 기분 좋게 충족해 주는 그 필승의 조합을 뜻한다. 그래서 삐걱대고 투닥거리던 서로가 겹겹이 쌓인 오해를 풀고 어느덧 사랑에 빠진다는, 그런 흔한 로맨스코미디물의 공식을 따랐다 해도 아마 나는 이 드라마를 즐겨 봤을 것이다. 아뿔싸, 그런데! 이 드라마는 작가가 심어놓은 중요한 반전으로 흔한 로코물에 쌍방구원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며 깊이 있는 사랑이야기로 거듭난다. 처음엔 그저 팬이 최애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갔다가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타임슬립 로코물인줄 알았던 <선재 업고 튀어>는 알고보니 사실은 ‘(연예계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던)과거에서부터 최애가 나를 먼저 좋아하고 있었다’는 반전을 통해 뻔한 듯한 이야기에 순애보적인 서사를 부여하고 동시에 연예인과 팬 사이의...
어린 시절 본 소설(아마도 팬픽) 속 그런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은 준수한 외모에 직업도 훌륭해서 인기가 많은데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관심갖지 않자, 주변에서 온갖 참견과 시비, 의심을 해대는 바람에, 결국 명품 반지를 사서 끼고 약혼한 척 한다. 앞 뒤 장면과 주인공의 운명같은 건 잘 기억나지 않고, 소녀의 마음엔 그 장면만이 오롯이 남아 로망으로 굳혀지고 말았다.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 끝없는 관심과 그 속에서 은밀하게 감춰온 비밀, 몇백쯤 지를 수 있는 재력(이게 제일 중요함) 같은 것들. 그리하여 이젠 더 이상 사회에서 굳이 결혼 여부 혹은 남친 유무를 묻거나 소개시켜주겠다거나 하는 버거운 관심 따위 받지 않는 초연한 나이가 됐지만, 한편으론 재력은 0에 수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로망은 남아서 아름다운 반지를 검색해보곤 한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언젠가 내가 약혼한척 하기 위해 사서 하고 다니고 싶은 링 리스트 탑텐' (두둥) 1. 까르띠에 저스트앵끌루 못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듯한 모양으로 일명 '못 반지'. 70년대 뉴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특이한 아이디어의 디자인이라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팔찌도 있고 두세번 감아놓은 것도 있고 다이아가 촘촘히 박혀있는 것도 있는데, 원형이 못 모양이다보니 과할수록 도리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얼마나 다행인지! 공홈 가장 낮은 가격 기준 189만원. 2. 까르띠에 트리니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세 개의 링이 서로 얽혀있는 듯한 모양이다. 세 개나 있다니 너무 복부인의 왕반지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스몰 사이즈는 모델이 착용한 사진을 보니 제법 라인이 날렵해 세련되어보인다. 한 번에 세가지 느낌을 모두 가질 수 있으니 개이득. 공홈 가장 낮은 가격 기준 204만원. 사실 까르띠에는 러브라인이 젤 유명하지만 나에게 그 라인은 큰 감흥을 주지 않는다. (이또한 얼마나 다행이야!) 3. 불가리 비제로원 하도 인기 많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대체 왜 인기가 많은지는 몰랐다가, ...
어쩌다보니 '팀장님'처럼 한글영어한자의 괴팍하고도 거친 조합같은 제목을 쓰게 되었으나 대단한 의미를 내포한 것은 아니고, 수많은 K-POP 범람의 시대, 낭비되듯 주목 받지 못한 수록곡들을 사랑하고자 함이니, 이 글에 삼십분 정도 시간을 내어 한 곡 한 곡 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1. aespa - thirsty 23년 발매된 에스파의 3번째 미니앨범 수록곡으로, 곁다리라기엔 너무나 유명(?)한가 싶기도 하지만, 떨스티 안 들은 사람과는 겸상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과장법입니다, 겸상합니다) 살포시 추천. '난 또 너를 두드리고 있어'로 시작하는 가사부터 물의 느낌이 낭낭한데 제목은 thirsty인 아이러니함을 감싸주는 곡의 따뜻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듣다보면 '머리에 ding'하는 부분이 나오니 (말 그대로) 꼭 한 번은 들어주기-★ 2. NCT127 - Elevator (127F) 20년 발매된 NCT 127의 2번째 정규앨범 무려 첫번째! 수록곡으로, 부제 127F가 약간 킹받게 느껴지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과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모두 담아 엘리베이터라는 키워드로 표현해낸 가사의 아이데이션도 아름답고, 도입부의 독특한 음색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추가로, 같은 앨범에 수록된 '우산'도 정말 손꼽히는 명곡이라고 할 수 있으니 들어주길. 3. 필청콰트로셋트 레드벨벳 - 다시 여름 (21년) / In my dreams (22년) 엔믹스 - Love is lonely / Moving on (24년) 뜬금없어 보이는 이 조합의 키워드는 작사가. 다시 여름과 Love is lonely는 작사가 최보라님, In my dreams와 Moving on은 작사가 김수지님의 작품으로, 네 곡 모두 잔잔하면서 애절한 무드를 갖고 있는데, 가사까지 유심히 듣다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노을빛에 물든 네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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