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도메스틱 스릴러 사이에서 헤매는 당신을 위하여

  추리소설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른바 고전 명작이거나 진짜 취향 정도가 아니면 영미권의 현대 추리소설은 자주 읽지 않는 편이다. 스릴러로 분류되는 영미권 소설들이 대부분 비슷한 내용과 컨셉이어서 대충 정도만 읽어도 어떤 반전일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특히나도메스틱 스릴러 구분되는 소설들이 그러한데, 서구권의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부인의 시점에서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소름끼치는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이 대부분의 반전을 차지하고 있다전부는 아니지만 영미권 도메스틱 스릴러는 한참 전에 읽은 <비하인드 도어>를 비롯하여 대부분 결론적으로 '여자가 (그러한 폭력적인 남자에 맞서)다른 여자를 돕고 구원하는' 서사를 다양하게 변주한다는 점에서 일본이나 한국 추리소설보다 좀더 편안한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서사의 반복이 많은 만큼 실제로 내가 분명히 읽었는데도 제목과 줄거리를 봐도 결말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것들도 다수이다. 심지어 최근인데도! 하지만 ‘page turner’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스릴러 소설들답게, 확실히 아무 생각 없이 시간 때우기에는 적격이다. 복잡하고 어렵지 않으니 앉은 자리에서 주르륵 읽히고, 반전과 결말이 단순명료하여 찝찝한 뒷맛도 없다. 그리하여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현생에서 스트레스가 심할 머리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쭉쭉 읽기 좋있던 킬링타임용 도메스틱 스릴러몇몇 편을 간단히 소개해 보았다

 

  • 허즈밴드  시크릿

제목 그대로 과거에 저지른 범죄를 숨기고 있는 듯한 남편, 그로 인하여 언뜻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중산층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진실의 줄다리기라는 내용인데, 도메스틱 스릴러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고 드라마화가 결정되는 화려한 이력에 비해 개인적으로 별로 머리에 남은 없다. 별로 인상깊지 않았기에 그런 .


  • 아홉 명의 완전한 타인들

허즈밴드 시크릿의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다른 소설. 심신 안정을 위해 수련원에 모인 낯선 타인들이 각각 숨기고 있는 비밀을 주제로 한다. 그런데 스릴러라기엔 결국 일어나는 사건이 없고 반전도 없고 일종의 블랙코미디에 가깝다고 보면 듯하다.


  • 커져 버린 사소한 거짓말

또한 리안 모리아티의 다른 소설이며, 호주의 부촌을 배경으로 완벽하게 단란 보이는 중산층 백인 가정들 각자의 문 뒷편 비밀과 거짓말을 다룬다. 물론 여느 영미권 스릴러가 그렇듯이 좋은 남편이 알고보니 변태, 미친놈이었다는 반전과 함께. 앞서 말했듯이 최 동안 도메스틱 스릴러를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 이름값 높은 편인 리안 모리아티 작가의 소설이 특별하게 재미있는 모르겠다. 오히려 다음에 소개할 소설들 중에 재미있는 것들이 훨씬 많았고.


  • 7 45 열차에서의 고백

   역시 남들이 보기에 완벽하고 괜찮아 보이는 남편의 이중인격이 핵심이어서 그런지 다른 소설들과 내용이 너무 헷갈린다. 특별히 기억나는 다른 장점은 없으나 다른 도메스틱 스릴러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여성이 여성이 돕는 서사인 점은 굿.


  •   번째 페리시 부인

원래 부인을 밀어내고 멋진 남자를 쟁취한  번째 부인그러나  번째 부인의 진짜 속마음은지금 보니 진부한 반전이지만 그래도 이런 류의 반전 중에서는   선구자(?)적인 작품인 듯하다.


  •  아더 미세스

 비슷비슷한 제목과 내용으로 인하여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스릴러  하나이다정유정 작가가 극찬했다는 스릴러 소설이라 기대하고 읽었는데 지금 기억도   나는 정도. 주인공(화자)에 대한 반전이 있긴 하지만 추리소설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중간쯤에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 하우스메이드

  소개하는 도메스틱 스릴러 재미있게 봤던 소설이. 전과를 숨기고 부잣집에 메이드로 취업한 젊은 아름다운 여성이 주인집의 부인을 쫓아내고 남편을 차지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어딘가 정신이 이상해 보였던 원래 부인의 계획이었고 완벽해 보였던 남편은 알고 보니 가정학대를 일삼는 싸이코패스였다. 과연 메이드의 운명은? 이런 스토리 구조 자체가 도메스틱 스릴러 분야에서는 너무 진부하고 정형화된 패턴이긴 한데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짜임새가 좋아서 쭉쭉 읽힌다. 그리고 결국 폭력적인 남자로부터 여자들이 서로 돕는 서사여서 재미있게 느껴지는 하다.

 

  • 우리 사이의 그녀

이것도 재미있게 읽은 소설 중 하나이며 킬링타임용 스릴러로 제격이다. 전처와 새로운 부인 그리고 겉보기에는 완벽하지만 실은 싸이코패스 폭력남인 남편이라는 기본적인 스토리는 뻔하지만, 책의 중간 정도까지 챕터의 화자를 각기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하는 절묘한 서술트릭이 쓰였다는 점에서 일단 다른 도메스틱 스릴러들과 차별화된다. 그리고 새로운 부인이 주인공(전처) 과거와 엮여 있다는 번째 반전도 조금 억지스러울지언정 나름 치밀하게 구성한 듯하여 재미있었다.

 

  •  아더 

흔한 도메스틱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게 사람 얼굴을 천재적으로  기억하는 특수한 능력과 도플갱어라는 유니크한 소재를 주제로 하고 있다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 덕분에 경찰에서 일했던  여성이 자신을 노린  사고 이후  능력을 잃어버린다또한 새롭게 만난 남자친구가 어느  원래의 그가 아닌 도플갱어로 바뀐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와 남자친구의 진짜 정체를 추적하는 내용이다소재가  신선한 데에 비해  자체가 너무  읽혀서 계속 관두는 바람에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  번이나 대출을 반복해서 받았다그랬는데도 결국  읽겠어서 중간중간 건너뛰고 결말만 대충 읽은 것 또한 함정결말은 열린 결말로 남겨둔 부분도 있는  신선해서 괜찮았지만 재에 비해 필력이 조금 지루한 느낌


  • 퍼펙트 와이프

 완벽한 남편의 이중인격은 이제 아플 정도로 진부하지만 <퍼펙트 와이프> 진부함을 상쇄시키는 독특한 소재로 승부한다. 백만장자 사업가가 세상을 떠난 부인을 잊지 못하고 그녀를 복제인간으로 되살린다. 그러나 복제인간, 아니 기계인 부인은 실은 남편이 부인 살해 의심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생전 죽음(?)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데개인적으로 SF적인 요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복제인간 자체가 소재가 아니기에 스릴러적인 재미는 충분했다. 또한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닐 같은 IT업계의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는 사회비판적 요소도 갖추었다. 물론 스릴러로서의 본분에도 충실해서, 소설의 진짜 화자가 누구인지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결말 등 짜임새가 굉장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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