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25의 게시물 표시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삶 속에 쉼표를...!

이미지
오늘도 정신없이 지나갔네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  나의 삶에 잠시나마 폭닥한 쉼을 가져다 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인상주의라는 큰 흐름 속에 작품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티켓팅 부스와 전시관 입장 안내, 관람 동선, 전시관 안내원까지 뭐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아까워 화가 날 따름이었다. 모바일 티켓을 지류 티켓으로 교환하는 줄과 입장을 위해 대기 번호를 입력하는 줄, 실제 전시관에 입장하는 줄이 모두 꼬여있는데 이것을 정리하는 안내원들도 뭐가 뭔지 제대로 몰라서 서로 말이 다르게 안내를 하는 통에 관람객들은 계속해서 이리 저리로 움직여야 했다. 주최 측에서 한번에 너무 많은 인원을 입장 시키는 바람에 입구부터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안쪽으로 들어가니 입구보다는 나은 수준이었으나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관람객이 너무 많았다. 최대한 관람객이 많이 없는 작품 위주로 관람을 해야 했다.  인상주의 작가들의 자유롭고 평온하면서도 햇빛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지치고 화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15세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시각 장애인이 된 작가의 소소한 때로는 강렬한 경험들을 한 편 한 편의 글로 써 지랄 맞은 인생의 순간을 담담함과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엮어냈다. 무엇을 보는가, 듣는가, 냄새 맡는가, 만져 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는가, 나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가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조승리 작가의 관찰력과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이고, 그것을 생생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묘사하는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만둘 수 없는 마음  <저 청소일 하는데요?> 의 저자 김가지 작가의 신간이다. 10년차 청소부로서, 작가, 일러스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슬픈 당신에게

이미지
    하루에도 몇번씩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감정의 기복과는 별개로 일상은 대체로 평온하다. 세상은 시끄럽다고들 하지만 그 세상의 다양한 풍파들이 우리에게 시시각각 들이닥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너무나도 단조롭고 심심한 것이 보통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일상의 단조로움과 안전함을 담보로 과감하고 위험한 상상을 만끽(?)하기도 한다.(비행기가 추락한다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힌다거나 터널이 붕괴된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별별 상상을 다 하지만 차마 공개적으로는 적지 못하겠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일은 물론이고 안 좋은 일마저.   줌파 라히리의 단편집 “축복 받은 집”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무언가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긴장감이 차오르지만 결국 달라진 것 없는 못내 쓸쓸한 일상. 다른 리뷰를 보면 대체로 이를 소통의 부재로 인한 슬픔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요한 걸 말하고 싶지만 듣는 이가 없고, 아껴둔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전할 이가 없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떠날 곳이 없는, 그래서 느끼는 일상의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서. 그렇다 소통의 부재, 아무리 노력해도 내 안의 어떤 부분은 나만 알 수밖에 없기에 사는 건 외롭고 쓸쓸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삶에 무언가 다른 자극,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지만 (소통의 부재 때문이든 다른 것 때문이든)그 기대가 모두 허물어지고 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슬픈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질병 통역사’에서 카파시 씨는 미국에서 인도로 여행 온 다스 부부에게 관광지를 안내한다. 인도인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라 인도어를 못하는 것은 물론 모든 생활방식마저 미국식인 다스 부부에게 카파시 씨는 처음에 거리감을 느낀다. 부부와 의례적인 대화만을 나누다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갈 무렵, 그가 평일 중에는 병원에서 환자의 통증을 의사에게...

못 읽으면 죽는 병에 걸리진 않겠지만...

인터넷 좀 한다 하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제목, 일명 '데못죽'의 세계에 나도 빠져버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고 빌려왔다가 순식간에 400여 페이지를 읽었고, 과몰입은 현재진행형이다. 단행본 기준 3부 구성 총 10권 분량인데, 도서관에는 1부의 1, 2권만 있어서 뒷편을 읽기 위해 '카카오페이지'에 가입까지 해보았다. 웹툰을 잘 보는 편이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에 본격 진입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 무궁무진한 데이터 양에 놀랐다. 웹툰, 웹소설, 그리고 서로를 원작으로 재창작한 콘텐츠가 매일매일 수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서 광고도 쉴틈없이 떴다. 게다가 한 편 한 편의 분량도 어마어마해서, 성경보다 토지의 글자수가 더 많고 토지보다 화산귀환 글자 수가 더 많다던 게 실감났다. 데못죽만 해도 각 400페이지가 10권이다. 나름 의기양양하게 단행본 2권을 클리어하고 카카페에 입문했건만, 600여편 중에 채 100편이 안 되는 정도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오늘을 기준으로, 143화까지 읽었고 앞날은 까마득하다. 여전히 이 작품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이 시점에,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작품은 공시생이었던 주인공이 어느 날 다른 누군가의 몸에 빙의된 채로 회귀한다. 그리고 주어진 미션, 데뷔하지 못하면 죽음! 제목 그대로다. 그리하여 데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까지가 1부, 내가 읽은 단행본 1-2권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어그로성 제목은 초반부에 한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웹소설의 전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이 거의 먼치킨식으로 능력이 있고 앞을 꿰뚫어보며 전략적으로 나선 행동들은 효과적으로 먹힌다. 두 번째, 서사에서의 갈등은 1-2회 내에 해결된다. 그러니까 '고구마'보다 '사이다'에 집중한다. 세 번째, 그럼에도 끊임없이 갈등은 발생하기 때문에 일명 '끊기신공', 그러니까 다...

꽁꽁 얼어붙은 계좌 위로 공짜 도파민이 지나갑니다 (feat. 돈은 건실하게 쓰자)

이미지
  개인적으로 직무 상 11 월 ~ 1 월 말이 제일 바쁘 다 . 폭풍처럼 그 시즌이 지나가고 나니 2 월은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한결 덜 했던 시기였다 . 그래서 이번 호 마감은 기필코 , 그간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   편식으로만 가득했던 뉴스레터에서 벗어나 그래도 조금은 신선하게 내 일상과 나름의 문화생활을 간추려 써 보려고 한다 . 원래 생각했던 건 최근 몇 달 간 OTT 에서 몰아 봤던 한국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감을 여러 개 적어볼까 했는데 ( 귀찮아서 평생 각각의 영화에 대한 리뷰는 평생 쓸 일 없을 테니 ) 그건 인기 웹툰 웹소설 작가에 빙의한 것 마냥 다음호를 대비하여 원고를 세이브 (?) 한다는 느낌으로 3 월로 미루기로 했다 . 아무튼 약간의 겨울방학 모드로 비록 공휴일은 없지만 월초 2-3 일 정도 말고는 야근도 없이 깔끔했던 2 월 , 그러면 나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 뒤돌아보니 조용하지만 오히려 도파민으로 가득 채운 한 달이었다 . 그토록 부르짖던 (?) 다이어트 , 운동 , 자기계발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을 정도로 평화로웠던 한 달인데 결국 시간이 생겨도 나란 인간은 그냥 똑같다 . 퇴근 후나 아니면 주말에 누워서 폰이나 노트북으로 그저 뒹굴뒹굴 , 뇌를 도파민 자극으로 채우다 보니 어느새 28 일이 훅 갔다 .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건 도파민은 다 거의 공짜로 때웠다는 점 . 내 한 몸 누울 이부자리와 와이파이만 있으면 그곳이 나의 천국이니 도파민도 철저히 가성비로 즐긴다 . 대신 생각보다 넉넉하게 돌려받은 연말정산 환급금은 뇌에서 도파민을 좀 빼 줄 건전한 취미에 정착하기 위해 과감하게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