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는 우리를 봐 의심스러워
영화의 포스터부터 예고편,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꼭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시간은 점점흘러 개봉한지 두 달이 지나 서야 겨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전형적인 상업 영화가 아니기에 영화관에 오랜 시간 걸려 있을 수 없었을 테지만, 우연인지 운명인지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돌아가시면서 영화는 더욱 주목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영화관에서도 조금 더 관을 남겨두는 결정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영화는 어느 노인의 긴박한 뒷모습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노인의 불안하면서도 긴장된 걸음과 그와 함께 음향을 채우는 숨소리는 시작부터 영화에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교황이 죽으면 전 세계의 추기경들은 바티칸으로 모인다. 추기경들이 생활하는 성녀 마르타의 집과 투표가 이루어지는 시스티나 성당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다. 창문의 진동으로도 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창문 하나하나 까지 모두 차단막이 설치된다. 마치 영화를 보는 나도 시스티나 성당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콘클라베의 기획과 관리를 맡은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의 시선을 따라가며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과정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추기경들 각각의 내밀한 감정과 사건들이 드러나고 갈등이 휘몰아쳤다가 결국은 하나의 점으로 귀결되는 과정이 아주 촘촘하게 짜여져 있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펙타클함도, 통쾌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영화의 미술과 음악 또한 놓칠 수 없는 요소이다. 흰색과 검은색, 붉은색과 금색의 대비는 마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과 악 사이에서의 갈등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긴장감은 이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로 구분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신앙인으로서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은 콘클라베 투표를 시작하기 전 로렌스 추기경의 설교 말씀이었다. 제가 무엇보다 두려워하게된 죄는 확신입니다. 확신은, 화합과 포용의 큰 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