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항 속을 들여다보며
처음 물고기를 키우게 된 것은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아이가 물고기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정 엄마 집에서 구피 몇 마리를 데려오게 되었다. 구피는 생각보다 잘 먹고 잘 움직였다. 매일 먹이를 주면 어김없이 위로 떠올라 밥을 받아먹는 모습이 기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항 청소를 하던 중 큰 사고가 벌어졌다. 물 온도나 환경 변화 때문이었는지, 데려온 구피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몇 마리만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이 비극은 온전히 내 부주의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작지만 분명한 생명이 눈앞에서 죽어간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문득, 물고기들은 어떻게 잠을 자는지 궁금해졌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기 때문에 감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아주 늦은 밤, 불을 끄고 어항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조용히, 마치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정지해 있었다. 물속에서 그렇게 자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낯설고도 신기했다. 반면 아침이 되면, 사람이 어항 근처로 다가가기만 해도 잽싸게 몰려와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면, 참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어항 속 구피 한 마리의 배가 유난히 불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 데려올 때부터 조금 불러 있었는데, 그제야 새끼를 밴 상태였음을 알게 되었다. 구피는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몸속에서 알이 부화된 후 살아 있는 새끼를 낳는 ‘난태생’ 방식을 따른다. 실제로 며칠 후, 그 어미는 작은 새끼 구피들을 여럿 낳았고, 순식간에 어항은 작고 투명한 생명들로 가득 찼다. 구피의 번식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그 과정을 목격하니 감탄스러웠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은 순탄하지 않았다. 출산을 마친 어미 구피가 다른 젊은 개체들에게 집요하게 쫓기고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일부 사람들은 출산 직후 어미에게 남아 있는 냄새나 움직임 등이 다른 구피들을 자극하여 공격적인 반응을 유발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출산 이후 어미가 무리에서 고립되거나 공격을 당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한다. 급히 어미를 분리해주려 했지만, 밤사이 결국 죽고 말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의 판단이 조금만 빨랐다면 어땠을까. 아이와 함께 그 작은 몸을 흙에 정성껏 묻어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하나 낯선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미 구피가 새끼를 낳은 이후, 어항 바닥에 남은 배설물 속에서 형체가 흐릿한 작은 생명 흔적들을 발견한 것이다. 직접 먹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미가 새끼를 삼킨 뒤 배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피는 잡식성이며 출산 후 스트레스를 받거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자신이 낳은 새끼를 먹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은신처가 부족하거나 먹이가 충분치 않은 어항 환경에서는 그러한 본능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생존을 위한 본능 앞에서 모성은 반드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렇게 작고 조용한 어항 안에서 배운 셈이었다.
지금도 어항 속 구피들은 조용히 물속을 떠다니며 움직인다.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생명은 분명히 살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은 생명체들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때로 복잡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이 아이들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 왜 구피로 태어났을까. 어항이라는 공간 안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갈까.
최근 아이의 관심은 물고기를 지나 파충류로 향하고 있다. 조만간 도마뱀을 키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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