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게 정상 영업합니다 ~간장게장마카롱만두~
올해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달라지지 않은 채로 2026년의 14%를 소진하고 말았다. 늘 이번달은 못했으니 다음달에는 멋지게 기획해서 써봐야지 하는데, 다음달이 이번달이 되면 마찬가지다. 역시나 이번에도 마감에 맞춰 티끌 모아 티끌 전략으로 이것 저것 잡다한 경험들을 사금 채취하듯 모아 모아 보고합니다.
1.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
나에게 책은 그야말로 취미이고 재미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책이 안 읽히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은데 (물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조급해진달까. 요 몇 달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것이 열 권이 넘어가던 차, 서점에서 마주칠 때마다 궁금해서 읽어야지 메모해두었던 책을 운좋게 스마트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었다.
솔직히 궁금하긴 했어도 큰 기대는 없었다. 이름을 들어본 사업/서비스/브랜드의 대표 혹은 파운더의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즐겨 읽는 편이긴 하지만, 대체로 하는 말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해도 심드렁했는데 본문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설렜다. 그야말로 '투박하게 토해낸 진심'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퍼블리 창업자 박소령님의 창업부터 스타트업 투자를 받아내고 경영자로서 운영하다가 자체적인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회고이자 피드백이다. 완벽한 성공의 시점에서 내려다보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처럼 매 순간을 '실패를 통과'하듯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와닿았다.
먼저 그 당시의 상황과 심정같은 것들이 번호로 매겨져 나열되다보니 속도감있게 몰입이 가능했다. 이어지는 부분은 당시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 돌아보니 느낀 후회나 다시 돌아간다면 해볼 만한 대안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나까지 한숨 고르는 느낌이 든다. 분명 매끄럽게 정제된 것도 아니고, 텍스트의 정보량이 제법 되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술술 읽히는 것은 생생함과 열기 덕분인 것 같다. 창업같은 건 딱히 고려해본 적 없는 내게도 또렷한 힌트같은 것들을 건네는 흥미로운 세계. 추천합니다.
2. 전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세종문화회관에 전시장소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본 적은 없었는데, 전시 주제에 이끌려 얼리버드로 예매해두었던 걸 전시 종료를 코앞에 두고 겨우 다녀왔다. 솔직히 입장 전부터 물품보관함 칸 수도 적고 일부는 고장까지 나서 사용 못하는 것도 별로였고, 1층-지하의 동선 구성도 매끄럽진 못했고, 사진 촬영은 허용된 것만 가능하다 그래서 열심히 작품 이름이며 설명 메모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쯤에 스탭이 지금 메모하시는 거냐면서 캡션은 사진 찍으셔도 된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볼만한 작품들이 많았고 내부가 그렇게 붐비지도 않아서 나쁘지만은 않은 관람 경험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젤 인기있을 만한 인상주의 작품들 대부분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기준이 요상한 너그러움에 짜증이 누그러진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가장 좋았던 건 호아킨 소로야의 '라 그랑하의 마리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했던 그의 작품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야코뷔스 프렐의 '앉아있는 여인이 있는 실내 풍경'도 좋았다. 고요한 명상의 느낌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을 떠오르게 했다.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원래는 방 안 쪽에 묘사가 더 있었다고 했는데 후에 어두운 색으로 덮인 것이라 해서 더 묘한 기분이 들었다.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하느님의 어린 양'도 좋았다. 상황만 놓고 보면 역겨울 정도로 잔인한데 양의 퐁실퐁실한 (전모씨의 몽글이가 생각나네요) 묘사가 사실적이었고, 어쩐지 미술관에 걸린 그림으로 보자니 숭고함이 느껴져서 흥미로웠다.
모두가 아는 유명 화가의 대표작이 있는 것은 아닌데,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작가들의 특유의 화풍이 잘 느껴지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데다, 생각보다 폭넓은 시대와 유형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
3. 노래 [nct wish]
뭔시티 뭔시...라고 하던 게 고작 몇 달전인데, 어쩌다보니 빠지게 되었다(...) 아직 신인 꼬맹이들같은데 벌써 2주년이라 제법 발매곡이 많아서 몇 개 골라 들어보니 재밌는 곡이 많아서 자주 듣고 있다.
그 중에 첫 번째는 ‘Cheat Code’. 수록곡임에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뿅뿅 거리는 레트로 게임 사운드에 고전적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라인,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닿는 과정을 게임이라는 컨셉을 통해 치트 코드를 써서라도 빨리 닿고 싶다는 귀여운 메시지를 담은 가사까지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갓켄지의 곡이다.
다음은 'NASA'와 'Videohood'. 이 친구들도 NCT구나 싶게 제법 강렬한 사운드를 가진 곡들이다.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뻔하게도 자신감 넘치는 포부지만, NASA나 videohood라는 키워드가 신선해서 곡의 매력을 더한 것 같다.
'3분까진 필요없어'. 이 곡은 사실 멜로디 자체는 무난한 팝인데, 아이디어나 컨셉이 귀엽달까. 언제부터인지 3분을 넘기는 K-POP 곡이 씨가 말라버린 와중에, 패기 넘치게 '3분까진 필요 없어'라며 정말 3분 안 넘는 러닝타임 내에 이 마음을 전하겠다는 가사를 보면 어찌 안 귀여울까. 비슷하게 '고양이 릴스'라는 곡도 재밌다. 전형적일 수도 있는 아이돌 R&B 발라드 곡인데, 고양이 릴스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마음을 키워가는 관계성을 표현한 게 그야말로 mz스럽다. nct wish는 특히 인스타 피드 구성이나 굿즈/앨범 패키지 디자인의 미감으로 주목받은 만큼, 이런 포인트를 준 곡들이 있는 것 같다. 자칫하면 과하거나 유치해질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일부) 멤버들 외모 선에서 선방하고 있는 것 같다.
멤버들에게 사랑받는 steady는 제목처럼 스테디하게 인기있을 만한 청량한 느낌과 벅찬 멜로디 라인을 가진 곡. 역시나 켄지 곡이다. silly dance는 오랜만에 sm에서 전간디 가사를 만날 수 있는데 특이한 컨셉은 아닌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뚝딱거린다는 것도 귀엽고,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신나게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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