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돌아온 최근 읽은 추리소설 모음.zip

 20260405


*<TIGER> / 구시키 리우

  연쇄살인마의 심리를 다룬 <사형에 이르는 병>으로 처음 접했던 구시키 리우의 또 다른 장편이다. 은퇴한 전직 형사인 할아버지가 현직 시절 직접 취조했던 사형수가 혹시 누명을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고 손자와  함께 진실을 추적한다. 아동성폭행 및 살인이라는 끔찍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겉핧기 식으로 소재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범죄자와 심리와 광기를 꽤 깊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손자와 손자의 친구가 트위터에 만화를 연재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잊혀진 범죄에 대한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독특하다. 다만, <사형에 이르는 병>도 그렇고 <TIGER>도 그렇고 거의 범죄자의 내면을 추적하는 범죄 다큐에 가깝고 스릴러, 미스터리로써의 맛은 좀 떨어진다는 것이 내 감상이다. 



*<최애의 살인> / 엔도 가타루 

 90년대생 작가들이 몰려온다. 이번에는 무려 ‘지하 아이돌’의 살인을 다룬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언젠가 반짝반짝 빛날 아이돌의 꿈을 품고 있지만 현실은 그저 20~30명의 팬 앞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이 전부인 지하 여자 아이돌 그룹. 달랑 셋뿐인 멤버 사이에서도 그룹의 미래, 센터, 컨셉 등을 두고 대립하기도 하며, 소속사 사장의 지시로 돈 많은 남자들의 술자리 시중까지 들어야 하는 신세이다. 그 와중에 알고 보니 센터로 푸쉬를 받는 멤버는 한참 연상인 소속사 사장과 사귀고 있었고, 그녀는 말싸움 도중 격분하여 사장을 살해하고 만다. 센터 멤버가 경찰에 자수하거나 나중에 체포되기라도 하면 비록 지하 아이돌일지언정 아이돌로써의 미래는 완전히 파탄나게 된다. 이에 멤버들은 똘똘 뭉쳐 시체를 숨기고 살인을 묻어버리려 하는데… 

 하드보일드라고 하기에는 살인의 실행과 숨기는 과정,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등에서 오는 긴박감은 덜하다. 오히려 살인과 은페가 너무 쉽게(?) 끝나는 것은 아닌지, 사사건건 대립하던 멤버들이 갑자기 살인이라는 대형범죄에 의기투합하고 서로 친자매처럼 감싸주려는 모습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에게 웃음거리 정도로 소비되는 지하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하여 나름대로 꿈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의 속마음과 예기치 못한 고난 앞에서 똘똘 뭉치는 동료애 등을 추리소설을 통해 그려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 우타노 쇼고 

 상당히 예전에 나온 소설집이며 분명히 대학교 때쯤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에피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아서 요번에 성남시 해오름도서관에 구경 갔다가 냉큼 집어왔다. 역시나 우타노 쇼고는 너무 재밌다... 요네자와 호노부도 그렇고, 살아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소설을 써 주면 좋겠다…


*<패자의 고백> / 미키 아키코


  60대의 나이, 변호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데뷔하여 주목받은 미키 아키코의 소설이다, 데뷔작 <기만의 살의>와 마찬가지로 대화와 지문이 아닌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서면(편지나 진술서)이 반복해서 제시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잘 나가는 청년 사업가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고, 당연히 제 1용의자는 남편이다. 아내, 아들, 남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진술이 번갈아가며 펼쳐지고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인물들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엇갈린다. 

 <기만의 살의> 때도 그랬듯이 정제된 문장으로 ‘품격 있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느낌. 사실 소설 자체보다도, 작가가  변호사로 60대까지 일했으면 돈도 명예도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으실 텐데 그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성공했다는 사실에 열폭과 존경을 동시에 하게 된다. 


*<언제 살해당할까> / 구스다 쿄스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내가 먼저 읽고 시간낭비 절약해주게 하는 책. 진짜 너무 개!!!노잼이라 꾸역꾸역 겨우 끝까지 읽었다. 우선, 쓰여진 연도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긴 한데 계속 여자는 어쩌고 저쩌고 나불대는 문장이 끊이질 않으며 사상에서 쉰내가 풀풀 난다.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이 우연히 본인과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횡령범과 그 애인이 남긴 증거를 추적한다는 소재 자체는 매우 흥미로운데, 비슷비슷한 등장인물들이 쓸데없이 계속 불어나고 언급되어서 후반부에 가면 진짜 누가 누군지 헷갈릴 지경. (스포주의) 그리고 중간에 주인공이 사망한 척 하는 묘사는 너무 뻔한 반전이고 (이것이 그때 당시에는 교묘한 서술트릭으로 통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쓰다가 작가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서 되는대로 막 휘갈긴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억지스럽고 지루하다. 끝까지 읽은 나에게 치얼스…☆


*<언덕 위의 빨간 지붕> / 마리 유키코 

 이야미스, 즉 기분이 나빠지는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는 장르소설. 참고로 작가의 다른 소설집인 <이사>도 비슷하게 이야미스 장르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심심하면 경기도 전자도서관에서 공짜로 읽어보기를 추천.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젊은 여성 범죄자를 둘러싸고 그녀의 애인 등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증언을 인터뷰 형식으로 돌아가면서 보여주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가장 기분나쁜 반전을 선사하고 끝나는 패턴이다. 킬링타임으로 괜찮다는 감상이다.


*<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 아시자와 요

 8090년대생 작가들 중 제일 좋아하는 아시자와 요의 장편소설. 처음 아시자와 요를 접한 계기인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가 내 맘에 쏙 들었는데, 거기 실린 단편들 중에도 서술트릭이 훌륭한 단편이 한 편 있었다. 이 장편소설은 그때 읽은 단편 (스포 방지를 위해 이것까지 밝히지는 않는다) 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장편으로 쓴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범인은 이미 처음부터 밝혀져 있고, 핵심은 정교한 서술트릭이다. 


*<법정유희> / 이가라시 리쓰토

 이제 전문직 90년대생들까지 등단하는 시기가 왔다. 사법고시 합격 후 현직 변호사라는 작가의 데뷔작이며,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성공했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을 쓰는 현재, 반 밖에 못 읽었다. 원래 계획은 주말에 다 읽고 이것까지 포함해서 블로그 원고를 쓰고 마무리하려 했는데 주말과 연차를 음주, 야구 시청, 낮잠 등으로 낭비하다 보니 결국… 현직 법조인이라 그런지 법조계 용어와 상황 설명 등이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덧붙이자면 작가 능력치가 대단한 건 알겠지만,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미소녀와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아닌 관계라든지, 지하철에서 어느 남성에게 치한 범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주인공에게 들켜서 마음을 접고 대신 나중에 주인공이 차린 1인 법률사무소에 취직하는 미소녀 등의 설정이 딱 그 나잇대 남자들 망상 느낌이다. 이 작가의 얼굴까지 포함된 캡쳐를 썸네일로 올리는 것은 결코 아무 의도도 없다. 작가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라 고소 위험이 없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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