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크크가 되긴 싫어
그리하여 남기는 신곡 감상기.
CORTIS - REDRED
하이브 컴백 대(환장)파티 중 내 기준 가장 핫한 것 같다. 여러모로. 평균 나이 열일곱 아이들이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안무를 만들고 영상을 만든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본이다. 여기서 오는 언밸런스의 매력이 있다. '도가니 사리기', '궁뎅이 가리기', '내 친구들 전부 한 트럭에다 담아서 거리고 나가서 빙빙' 같은 거친 결의 가사를 듣다 보면 (늙크크의 심정으론) 이게 뭐지, 장난하나 싶은데, 어쨌든 그렇게 어그로를 끌고 끊임없이 바이럴이 된다.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가 도리어 지나치게 정돈되어 촌스럽게 느껴진달까. 결국 이마저 하이브라는 자본의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종석 미장을 한 거친 벽면처럼. 멤버들이든 회사든 할 줄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사실 한 발짝 쯤 뒤로 멀어지게 되긴 하는데, 09년생 건호 군이 어깨를 어쩔 줄 모르고 코러스에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고 있는 걸 보면 또 아 10대 남자 아이돌 무대는 이 맛이지 싶어서 또 재밌다. that's red-red
ILLIT - It's me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아쉽다. (파쿠리라고 해도) 이 아이들이 보여주던 음악세계, 그러니까 magnetic, 빌려온 고양이, not cute anymore, cherish, lucky girl syndrome 같은 곡들의 결을 남몰래 좋아하던 나로선 그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 좋지, 다양한 거 시도해보는 거 좋지, 근데 그게 이 시기에 이 방식이어야 했을까? (이런 말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꼭 더 이상 레퍼런스가 없어지니 이렇게 된 것 같잖아) 그 와중에 who's your bias, I'm your bias 구절이 귀에 쏙쏙 박히고,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미친 처키인형 같은 안무는 수없이 쏟아지는 챌린지 화면에 익숙해져 그 누가 하더라도 이거 그거구나 싶어진다. 관심이 돈이 되고, 유명세가 권력이 되는 2026년의 필승 전략은 어쩐지 입맛이 쓴 느낌이다.
TWS - 널 따라가
앙탈 챌린지로 역주행을 해서 그런지, overdrive는 체감보다 더 예전에 발매된 곡이었다. 투어스가 컴백 했다고 해서 overdrive인가 생각했었는데 신곡 듣고 생각보다 더 낯설고 초면인 곡이어서 당황했다. 컴포즈 커피든 올리브영이든 다이소든 한 번쯤은 들어봤어야 할 것 같은데 순수하게 이 곡을 듣기 위해 들은 것이 처음인 경험을 했다. 처음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른 가수한테 갔어야 할 곡이 섞였나? 였다. 그만큼 기존 곡들과는 다른 색인데, 또 그 와중에 가사의 결은 기존이랑 비슷하게 감성적인 것도 흥미로웠다. 굳이 따지자면 하우스 사운드에 하이브 컴백 가수들 중에서는 가장 유행을 따른? 트렌디한? 대중적인? 방식을 적용했는데, 모든 것이 다 안전한 선택이어서 도리어 재미가 없어진 느낌이었다. 딱히 나쁠 게 없는데 (심지어 내 취향에 어긋나는 것도 없음) 그래서 할 말이 없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모범생 투어스를 돌려달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Billlie - work
오랜만의 컴백인데 정규라면 기대하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도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몰입감을 갖고 임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다행히 기대 만큼의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더블 타이틀곡인듯 한데, 아무래도 요 몇 달 하우스 붐에 익숙해져서인지 하우스 리듬 베이스의 work가 더 귀에 박힌달까 와닿는달까. 퍼포먼스 비디오에서 보여준 비주얼도 인상적이었다. 그렇다고 이지 리스닝의 쉬운 사운드는 아니다. 앨범 소개에서도 '가장 세련된 하드코어함을 증명해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zap을 들으면 순한 맛이긴 하다. zap은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보면 남자아이돌그룹 곡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대체로 랩에 가까운 verse들도 그렇고, 가사가 보컬 톤에서도 느껴지는 절제된 느낌도 그렇다. 내년에도 이 곡을 찾아 들을 것인가? 라고 하면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아 이 아티스트의 이 커리어 흥미로웠지 라고 찝어서 말할 수는 있을 것도 같고.
NCT WISH - sticky
솔직히, 평론가나 Kpop 팬들이 말하는 'ode to love'라는 앨범에서 느껴지는 샤이니의 향기 혹은 그림자 따위에 대해 최대한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에 도리질 치면서 전곡 재생을 했었지만, 이 시점에서, sm의 현재 활동 중인 아티스트 중에서, 2010-2013년 쯤의 샤이니와 가장 닮은 기획을 꼽아보라면 이것이겠구나 싶긴 했다. 그러나 샤이니의 앞선 기획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였고, 이어지는 기획은 엑소였다. nct wish는 nct다. 앞선 레퍼런스와 추후에 시도할 무언가의 테스트 베드라는 모든 맥락을 고려했을 때 상호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게다가, 보컬이 다르다고!!!... 네... wish는 정말 멋진 친구들이지만, 곡을 듣다보면 미묘하게 빈?듯한 아쉬움이 있는데, 아직까지도 이게 발음-발성의 문제인지 실력의 문제인지 모르겠고 그래서 나아지는 것을 기대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sticky는 wish가 아니면 못 하는 곡이라기보다, sticky같은 곡을 시도하기 위해 wish를 만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 크레딧에 보아는 없고, 굳이 이 곡으로 활동 막주 음방을 돈다는 것이 여러 가지를 말해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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