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3의 게시물 표시

붉은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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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홍수, 산불이 연이어 전세계를 삼키고 있다. 기후위기로 지구가 자정 능력을 잃어가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며칠 전 파괴적인 홍수로 수 만 명의 이재민과 사망자가 발생한 리비아, 산불로 모든 집이 타버린 하와이. 그 뿐일까,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홍수와 산불의 연속으로 기후위기를 직접 대면하고 있다. 위기라는 표현은 이제 적절한 표현이 아닌 듯하다. "기후파괴", "기후멸망" ... 무슨 표현이 적절할까. 무엇이라 말해야 우리 모두 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될까. 오늘의 글은 2년 전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 <붉은 지구>이다. 1편부터 4편까지 총 4부작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중 제1부 "붉은지구"는 오늘날 왜 '산불'과 '홍수'가 집중적으로 발생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기후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고, 지금 지구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가 아는 나는 진짜 과연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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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어느 아는 동생을 처음으로 1 대 1 로 만나게 되었다 . 모임 안에서 여럿이 본 적은 다수 있지만 1 대 1 로는 딱히 계기가 없었기에 만날 이유도 없었는데 ( 냉정하지만 ), 서로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만날 겸 식사도 하고 간단히 술도 마시면서 그동안 몰랐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그 친구가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과 지레짐작 등을 솔직하게 들으면서 , 나는 항상 똑 같은 ‘ 나 ’ 라는 한 명의 존재이지만 나와의 관계와 알게 된 시기 등등에 따라 얼마나 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지 실감했다 .   가족 , 깊은 친구 , 여럿이서는 친한데 1 대 1 로 친할 정도는 아닌 지인 , 회사 사람 등등 수없이 많은 층위의 지인과 엮이면서 사는 요즘 세상 , 비록 현실의 나는 단 한 사람이지만 각자가 아는 나의 모습만큼이나 여러 명의 내가 존재한다는 기분이다 . 실제로도 그들 각자가 묘사하는 ‘ 나 ’ 를 모아놓고 보면 전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   똑 같은 사람 혹은 사건일지라 해도 각자가 얽힌 이해관계에 따라 각각 전혀 다른 기억을 만들어낸 . 고전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소설 < 라쇼몽 > 이나 , 맹인들이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분만 만져보고 코끼리라는 동물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우화처럼 . 동일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둘러싸고 여러 명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해설을 독자에게 들려주면서 , 독자는 그에 따라 점점 사건의 감춰졌던 이면을 알게 되는 전개의 추리소설이 그래서 재미있다 . 화자에 따라 똑 같은 인물도 다르게 평가하면서 입체적인 인물들이 살아 숨쉬게 되고 , 얼핏 단순해 보였던 사건이라도 뒤로 갈수록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과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생명력을 얻는다 .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 중 이렇게 여러 명의 화자를 통해 다중 과점을 적용한 소설들을 간단히 추천해 보고자 한다 . -      정해연 ...

DNA구조 발견의 히든피겨스,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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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고작 약 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유명한 연구 결과가 있다.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고 하는 영장류이니 여기까지는 그렇다 해도 인간과는 아주 다른 존재인 것처럼 보이는 초파리마저도 DNA차원에서 비교하면 인간과 50%가량 일치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덕분에 초파리는 의학실험의 단골이라고 하니 DNA가 품고 있는 방대한 정보를 두고 ‘생명의 비밀을 여는 열쇠’ 등으로 비유하는 흔한 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중요한 DNA의 구조를 밝힌 사람은 누구일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기록으로 말한다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증명한 왓슨과 크릭, 그리고 윌킨스를 꼽겠지만 그 기록에 숨겨진 주인공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영국 태생의 여성 과학자로 여성에겐 정식 학위조차 수여되지 않던, 아마도 과학계에서 여성과학자에 대한 배제가 만연하던 시기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화학과 결정학*을 공부한 후 X선 회절분석*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당시만 해도 학계에서 DNA가 생명의 비밀을 풀 중요한 열쇠라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정작 그 구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고, 당대의 유명 과학자인 라이너스 폴링은 DNA의 구조가 삼중나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X선 회절분석을 통해 얻어낸 그 유명한 ‘51번 사진’은 DNA의 구조가 사실은 이중나선으로 되어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했고 이를 통해 왓슨과 크릭은 본인들의 가설을 입증하여 후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사연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DNA의 구조를 연구하던 킹스칼리지의 로질린드 프랭클린과 윌킨스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프랭클린이 킹스칼리지에서 버크벡으로 연구소를 옮기려던 중 윌킨스가 왓슨에게 프랭클린의 동의 없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명확히 찍힌 ‘51번 사진’을 보여주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프랭클린이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 또한 크릭에게...

9월은 다정하게 함냐함냐 찰칵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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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적응하느라 별로 한 것도 없이 시간이 다 갔네...하고 핸드폰 갤러리를 보는데 기분 좋은 사진이 한가득 이었다.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라는 책의 제목이 떠올랐다. 처음 봤을 땐 진부하다고 생각했는데 갤러리 속에는 소소한 행복들이 가득해서 뉴스레터를 기분 좋게 쓸 수 있었다. 더위는 한 풀 꺾이고 시원한 비까지 내리는 주말, 핸드폰 속 갤러리를 소개해 본다. 멋진 공식 사진과 갤러리 속 현실 사진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신기한 경험을 했구만 - 9월의 휘둥그레 SELECTED WORKS 스톤 아일랜드 아카이브 전시회 성수 스톤 아일랜드 배지의 컴퍼스 모티브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브랜드의 팬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통분모입니다. 고객은 소비자를 넘어 열렬한 지지자이고, 팬이자 친구이며, 브랜드의 특별한 매력을 알아보는 이들입니다.  - 스톤 아일랜드의 수장 카를로 리베티 (Carlo Rivetti)  H의 추천으로 가보게된 스톤 아일랜드의 아카이브 전시회. 의류 브랜드 전시회는 처음 가보는 거라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장소도 성수의 어느 한 창고같은 곳에서 진행하고, 방문한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태도가 엄청 힙해 보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전시회를 즐기기 위해 설명들도 열심히 읽어보고 전시물 하나하나 눈에 천천히 담았다. 1층에는 스톤아일랜드 의상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연도별로 대표 컬렉션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었다. 2층은 스톤아일랜드에서 시도한 새로운 소재의 의상들, 3층은 스틸 및 브론즈 파카 35벌로 구성된 전시물과 프로토타입 리서치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다. 스톤아일랜드의 실험실 한 켠을 옮겨 놓은 것처럼 아직 산업화 되지는 않은 실험에서 탄생한 패브릭과 처리과정을 통해 완성된 옷들을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패션이라는 소재와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의 조합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전시회를 모두 둘러보고 나니 새로운 미술작품을 만난 것과 같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영화 <다음 소희>: 수많은 지금 그리고 다음 소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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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무심코 받았다 . 기계음으로 ‘ 고객님 신한카드 ~’ 음성이 나오길래 흔한 스팸전화라고 생각하고 바로 끊으려던 차 , 기계음 안내원이 나에게 신한카드 대금이 연체중이어서 연락 드린다며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음성으로 말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 그제서야 깜빡하고 신한카드 이번 달 대금을 계좌에 이체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 콜센터에서 사람이 직접 전화할 필요 없이 이젠 AI 봇이 고객과 음성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다 . 그러고 보니 은행 , 카드 어플 등에서도 기본적인 질문은 챗봇으로 전부 해결할 수 있다 . 대표적인 감정노동자 직업인 고객상담원들의 고충이 이 AI 기술 덕분에 한시름 덜게 된 것인지 , 혹은 또 하나의 진입장벽 낮은 저숙련 일자리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일까.   올해 화제가 된 독립영화 < 다음 소희 > 를 넷플릭스로 보았다 . 백상예술대상에서 3 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는 등 상당히 성공한 독립영화라 하겠다 . 학교와 기업의 협력프로그램 일환으로 대기업 L 모 통신사의 콜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던 전주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 3 학년 학생이 고객들의 갑질과 기업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고통받다가 세상을 등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소희는 춤을 좋아하고 잘 춰서 연습도 열심히 다니고 술자리에서 쓸데없이 시비거는 찌질한 남자들에게 통쾌하게 할 말은 하고 사는 당당한 성격의 고등학교 3 학년이다 . 당찬 19 살 소녀는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좋은 실적에 대해 제대로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지만 오히려 너무 해지방어를 잘 하니까 소희 때문에 상사들의 기대 실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