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느 아는 동생을 처음으로 1 대 1 로 만나게 되었다 . 모임 안에서 여럿이 본 적은 다수 있지만 1 대 1 로는 딱히 계기가 없었기에 만날 이유도 없었는데 ( 냉정하지만 ), 서로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만날 겸 식사도 하고 간단히 술도 마시면서 그동안 몰랐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그 친구가 나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과 지레짐작 등을 솔직하게 들으면서 , 나는 항상 똑 같은 ‘ 나 ’ 라는 한 명의 존재이지만 나와의 관계와 알게 된 시기 등등에 따라 얼마나 나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지 실감했다 . 가족 , 깊은 친구 , 여럿이서는 친한데 1 대 1 로 친할 정도는 아닌 지인 , 회사 사람 등등 수없이 많은 층위의 지인과 엮이면서 사는 요즘 세상 , 비록 현실의 나는 단 한 사람이지만 각자가 아는 나의 모습만큼이나 여러 명의 내가 존재한다는 기분이다 . 실제로도 그들 각자가 묘사하는 ‘ 나 ’ 를 모아놓고 보면 전부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 똑 같은 사람 혹은 사건일지라 해도 각자가 얽힌 이해관계에 따라 각각 전혀 다른 기억을 만들어낸 . 고전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소설 < 라쇼몽 > 이나 , 맹인들이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분만 만져보고 코끼리라는 동물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우화처럼 . 동일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둘러싸고 여러 명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해설을 독자에게 들려주면서 , 독자는 그에 따라 점점 사건의 감춰졌던 이면을 알게 되는 전개의 추리소설이 그래서 재미있다 . 화자에 따라 똑 같은 인물도 다르게 평가하면서 입체적인 인물들이 살아 숨쉬게 되고 , 얼핏 단순해 보였던 사건이라도 뒤로 갈수록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과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생명력을 얻는다 .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 중 이렇게 여러 명의 화자를 통해 다중 과점을 적용한 소설들을 간단히 추천해 보고자 한다 . - 정해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