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

연말을 고대했다. 아기가 약 두달째 앓던 독감과 기관지염을 막 회복했고 어린이집에서도 여전히 점심만 먹고 오는 정도이긴 하지만 울지 않고 잘 놀고, 잘 먹고 온다고 했다. 마침 엄마도 연말에 휴가라고 하기에 금요일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바로 친정으로 향해야지, 당장 지난주였던 크리스마스 연휴 때에도 친정에서 엄청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어서 행복한 연말을 보낼 수 있겠거니 했었다. 과거형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국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아기가 노로바이러스 장염에 걸린 탓이었다. 밤새 토를 수차례 하고 더이상 나올 것이 없어 물만 토할 때에도 그저 급체일 거라 믿었는데 노로바이러스 장염이라면서 증세가 지속되면 입원해서 수액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에 노로바이러스라고 검색하면 수없이 나오는 후기가 있는데도 이상하게 나한테만 불운이 찾아온 것 같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편과 나도 노로바이러스 장염에 걸려 고대했던 연말을 배를 움켜쥐며 화장실에만 들락날락하고 있다. 어디가 불편한지 말도 못하고 그저 울고 짜증만 내는 아기를 보면 이도저도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또 안다. 이 시간은 지나가리라는 것을. 늘 그랬다. 하루가 너무 지옥같고 힘들었던 날의 다음 날은 살아가라고 힘을 주려는 듯 조금은 할 만 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울고 짜증내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고 애교도 부리고 기운차게 돌아다닐 것을 나는 안다. 인생에 들고 남이 있다는 것,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것을 떠올리면 자연히 인생이 참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어차피 당장 죽을 것도 아니고(ㅎㅎ) 살아야 한다면 오늘 힘들었다면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내보려 한다. 이 별 것 아닌 자기 위로가 새해를 맞이하는 결심이라면 결심이겠다. 덧붙여 얼마전 무임승차 친구들과 이런 시시하게 느껴지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살면서 느끼는 여러 생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