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무사히!


또 다시 한 해가 지나 결산글을 작성하고 있자니 서운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작년 보다는 좀 더 다양한 소재로 나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반영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무임승차 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기대며 이렇게 저렇게 한 해를 이끌어 온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작년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주제로 베스트를 뽑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니 모쪼록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를! 


올해의 잘한 일_정리 수납함으로 정리하기

아이돌, 어벤져스,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산리오, 해리포터 등 이것저것 다양한 덕질의 결과물들에게 나의 소중한 공간을 내어 준지 몇 년이 지났다. 한 번에 조금씩 정리를 하긴 하지만 올해는 구역을 나누어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갔다. 책상 밑 수납 공간, 옷장 옆 수납 서랍, 신발장, 수납장 등 각각의 구역을 나누고 매주 한 곳 씩 수납함을 구매하여 들어갈 만큼만 채우고 나머지는 버릴 건 버리고 나눌 건 나누는 활동을 이어갔다. 정리 관련된 책도 여러 권 빌려보기도 했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기에 나에게 부담을 주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과감히 공간에서 제거하고 나에게 편안함을 늘려가자는 마음으로 정리에 임했던 것 같다. 


올해의 새로운 시도_당근마켓

올해의 잘한일과 이어지는 글이다. 정리를 통해 자리를 내줘야 하는 많은 물건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당근마켓은 필수였다. 본격적으로 당근마켓에 가입하고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들을 하나하나 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문의가 들어왔고 꽤 팔리기도 했다. 머그컵, 알람시계, 바디워시 등은 무료나눔을 하기도 했다. 약속을 해놓고 갑자기 잠수타는 고객님들이 나를 좀 빡치게도 했지만 무료나눔에 고맙다며 젤리를 가져온 고객님들에게서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배달음식과 함께받은 콜라를 10병이나 모아서 판매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그 동안 너무 좋은 쉴 곳이 되어 주었지만 점점 처치곤란이 되었던 소파를 팔았던 일이다. 10건 넘는 문의가 들어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거래가 파기되었고 포기하고 있던 차에 결국은 괜찮은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어 당근마켓의 존재감을 톡톡히 뽐냈다. 


올해의 소확행_애플코러

언제부턴가 아침으로 사과를 먹기 시작했다. 껍질을 까도 되고 까지 않아도 되고 4등분해서 씨를 도려내고 간편하게 먹기 쉽고 아침으로 먹는 사과는 금과도 같다고 하니 익숙하게 먹었던 것 같다. 유튜버의 브이로그에서 사용하는 한 장비를 보기 전까지는....! 바로 애플코러다. 씻은 사과의 가운데에 푹 찔러 넣으면 씨 부분만 쏙 빠져나오는 엄청난 장비다! 그날로 애플코러를 주문하여 사용해 본 결과 대만족이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 정말 소확행다운 소확행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이 훨씬 간편해졌고 세척도 쉬워 당분간은 꾸준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의 전시회_중남미문화원

주말이면 일부러라도 집에 있지 않고 작은 갤러리라도 다니려고 노력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다만 동생이나친구들의 러브콜에는 빠지지 않고 웬만하면 새로운 구경을 위해 돌아다니려고 노력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이었다. 이것도 역시 뉴스레터 별도의 글로 작성하기도 했다. 되도록이면 뉴스레터에서 소개하지 않은 곳들을 생각해 보았으나 역시나 나에게 인상 깊었기 때문에 뉴스레터에까지 소개한 거겠지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해외 여러 지역중에 가장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고 보통은 공공기관으로 운영되는 문화원이나 전시관이 개인의 수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 인상깊게 남았다. 꼭 다시 한 번 방문해서 멕시코 대사 부인께 전수 받았다는 레시피의 타코를 먹고 싶다. 


올해의 케이크_성심당 생글생귤

나는 빵의 도시 대전 출신이다. 사실 성심당에서 제일 맛있는 건 본점 2층에서 파는 돈까스와 키위 주스지만 케이크 부띠끄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게 되면서 여러가지 케이크들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꼭 먹어보고 싶었다. 내 기억에는 성인이 된 이후로 성심당 케이크를 먹어 본 적이 없어 엄마의 생신축하를 위해 대전에 방문하여 먹게 될 케이크가 거의 첫 케이크나 다름 없었다. 10월말 즈음이라 아직 딸기는 나오지 않아 대신 선택한 생글생귤 케이크. 부드러운 요거트 크림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또 크림이 무너질 만큼 귤을 왕창 올린 케이크를 보고 있자면 먹기도 전부터 새콤달콤함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다. 딸기와는 또 다른 상큼한 과즙이 부드러운 시트와 만나 촉촉함을 만들어내는 맛있는 추억.


올해의 빵_코끼리 베이글

성심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먹어 본 적이 없는 빵이 바로 베이글이다. 그 때 그 때 유행하는 빵 중에서 소금빵은 성심당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베이글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직 먹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여튼 서울 곳곳에 베이글 맛집을 다녀본 결과 가장 만족스러웠던 베이글은 코끼리 베이글이었다. 영등포의 본점도 아니고 새로 생긴 성수점에서 먹어봤는데 그 질감과 맛이 정말 인상적이고 만족스러웠다. 베이글의 짝꿍인 크림치즈를 꼭 바르지 않아도 베이글 그 자체로 쫄깃함과 단짠단짠이 느껴지는 맛있는 베이글 이었다. 코끼리 베이글이 처음 생긴지 약 6년만인 올해 처음 코끼리 베이글을 먹어봤으니 꽤 늦었다고 볼 수 있는데 왜 진작 먹어보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맛있는 베이글이었다. 내 최애는 버터솔트와 옥수수베이글. 

 

올해의 완독_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올해 도서관 대출내역을 살펴보니 약 70여권의 책을 빌렸는데 이 중 완독을 한 건 10권이 될까말까 이다. 앞부분만 대충 보고 덮어두거나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고 덮어두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마음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였다. 따로 뉴스레터로 썼을 정도로 나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던 책이고 작가의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에세이의 새로운 시선과 서간문의 따스함이 모두 담겨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보게 해주었던 책.


올해의 과소비_배달의 민족

카드사용내역을 쭉 살펴보니 소비의 30%가 배달의 민족이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8월에 취업한 이후 대부분의 지출을 배달의 민족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심 때 분명히 충분히 한 끼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 버스를 타고 집에오는 길 공허하고 시린 마음을 채워주었던 수많은 배달음식들. 주말 느즈막이 일어나 오늘의 하루를 열고 닫아 주었던 맛있는 배달음식들. 이제는 보내줄 때인것 같다. 우선 너무 많은 돈을 배달음식에 쓰다보니 제대로 월급을 운용할 수가 없고, 연말의 건강검진에서 주의를 요하는 지표들이 몇 개 나와 이제는 배달음식보다는 내 몸과 지갑을 챙기는 건강한 식단으로 저녁시간을 채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매일 저녁 화려한 메인 음식을 두고 동생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소박한 식사로 2024년을 맞이해 보고자 한다.  


올해의 유튜브_해쭈 

퇴근 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나의 여가 시간을 채워준 것은 팔 할이 유튜브 였다. 쇼츠 보면 전두엽이 살살 녹는다고 해서 그래도 꽤 길이가 있는 영상들을 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유튜브를 붙잡고 있는 그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옆으로 누워서 정신없이 지나가는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구독 채널을 20개 안팎으로 유지하며 아이돌 채널이 대부분인데, 유이하게 구독하는 브이로그 채널이 유트루와 해쭈이다. 유트루는 이미 뷰티 유투버로 시작했고 브이로그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베스트로 꼽자면 단연 해쭈다.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이민 가서 호주 에서의 삶을 찍어 올리는 브이로거이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가족 모임 브이로그인데 온 가족-글자 그대로 온 가족이다. 새언니의 어머니와 오빠, 남편의 누나네 가족까지 모두 모여 저녁을 먹고 레크레이션을 하는 가족이므로-이 모여 왁자지껄 시끌벅적 떠드는 모습을 보면 결혼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최근 임신을 해서 여러가지로 힘들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해쭈 오래오래 행복해줘.....!


올해의 노래_파이팅 해야지 , discord

단연코 올해의 노래는 파이팅 해야지 이다. 백수 기간을 절정을 우울하게 보내고 있던 나에게 빛과 소금이자 행복이자 그야말로 파이팅이 되어주었던 노래 파이팅해야지. 부석순이라는 가수 자체가 주는 힘과 퍼포먼스가 더해져서 취업을 한 이후에도 플레이리스트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노래가 되었다. 유튜브 뮤직으로 랜덤플레이로 들을 때도 취향을 완벽히 파악한 알고리즘 때문인지 잊을 만하면 반갑게 들려오는 파이팅~해야지~ 외침이 즐겁다. 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했으나 정말 혜성같이 떨어진 그 노래 qwer의 dicord를 아시나요? 틱톡이나 커뮤를 좀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리가 없는 그 노랫말 "들어줘 나의 Discord!" 를 외치는 보컬의 음색이 꽤나 특이한 노래다. 인터넷 방송을 하던 기획자가 인터넷 방송을 하던 멤버들을 모아 인터넷 방송을 겨냥해 만든 걸그룹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고 나도 아직 멤버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마치 아이돌 애니메이션의 OST같기도 하고 게임 배경음악 같기도 하다. 그런데 노래 자체가 너무 신나고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올해의 짤 

커뮤를 하다가 가슴과 머리를 때리는 짤이 있으면 중복일지라도 그 때 그 때 저장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올해의 짤을 뽑아 보고 싶었다. 다섯 개의 짤을 추렸고 그 중 1위로 뽑힌 것은 바로 아래 짤이다. 


책의 한 부분인데 아마 저 책을 2024년 첫 번째 책으로 읽어보게 될 것 같다. 미루는 사람의 인생은 언제나 잔잔하게 불행하다 라는 구절이 지금까지 나의 삶을 모두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항상 미루고 미루다가 닥쳐 서야 대충 해버리고 마는 나의 삶을 묘사하는 내용이라 가슴과 머리에 더 와 닿았다. 내 삶에 산재해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의 대부분의 원인은 무언가를 미루기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이제 그만 미루어야 할 때다. 나의 잔잔한 불행을 청산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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