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가족, 좋은 삶

2023년을 돌아보며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최근의 일들이 가장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12월을 불태웠던 주제, '스웨덴'이 올해 나의 무임승차 뉴스레터의 주제이다.



사진출처: 스웨덴 홈페이지 https://sweden.se/


박사과정 4학기를 마무리하며 드디어 수료 상태가 되었다. 4학기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에 관한 것이었다. 수업 초반부터 나에게 깊이 다가온 국가가 있었는데 바로 스웨덴이었다. 늘 복지국가 하면 북유럽 국가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막상 그들이 어떠한 역사와 정치, 문화적 맥락에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수업이 스웨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나는 계속 스웨덴에 꽂히게 되었다. 그래서 무리수를 두게 되었는데, 스웨덴의 장례 복지 정책을 분석해보겠노라고 목표를 잡았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었는데 목표를 정하고 보니 참으로 무모했구나 싶었다. 가본 적도 없는 그 나라의 장례를 알아보려니 '언어'에서부터 턱 막혔다. 그래도 챗GPT와 Deepl의 훌륭한 언어 비서가 있었기에 도전해볼만했다. 그렇게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먼저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책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주변 국가들에 관한 책들도 살펴보았다.


<리얼 스칸디나비아: 북유럽 사람이 쓴 진짜 북유럽 이야기>

<도서관과 작업장: 스웨덴, 영국의 사회민주주의와 제3의 길>

<네덜란드에 묻다, 행복의 조건: 네덜란드는 왜?>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

<핀란드 경쟁력 100>

<상상 속의 덴마크: 오해와 과장으로 뒤섞인 '행복 사회'의 진짜 모습>

<스웨덴 일기: 1등을 우대하지 않고 꼴찌를 차별하지 않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의 빛과 그림자>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

<행복한 나라의 불행한 사람들: 복지국가 스웨덴은 왜 실패하고 있는가>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

<인구위기: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 이 책은 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읽고 보니 북유럽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가 자주 접할 일이 없으니 그들의 삶의 감각들을 책으로 (간접)경험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우리는 늘 중국과 일본, 미국에 둘러싸여 이 강대국 세 곳의 매우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정책들을 경험해 볼 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스웨덴 홈페이지 https://sweden.se/


최근 변화하는 스웨덴의 사회를 살펴보면 '가족'의 의미가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들에게 가족은 직계 혈연 관계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매우 큰 의미의 가족이었는데 예컨대 파트너, 동거인, 이웃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었다. 국가가 말하는 '가족'은 친족의 의미가 더 강했으며 '친밀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관계'가 가족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그러한 관계라면 충분히 '가족'이라 할 수 있고, 그들 사이에는 서로를 존중하고 돌볼 수 있는 책임과 역할이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부양은 혈연 가족들의 의무나 강요라기 보다는, 전체 사회가 하나의 가족처럼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개념이 짙어 보였다.


아주 얕게 나마 이번 한 학기를 스웨덴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우리 사회를 돌아보았다. 치열한 경쟁은 둘째고, 그 모든 보호체계가 혈연 가족에게 얽매여 있는 이 구조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올해 내가 스웨덴보다 더 천착했던 주제는 사실 인터넷 공간에서 범람하는 혐오의 언어들이었는데, 그 언어들을 수집하고 조사하면서 부모에 대한 원망과 태어난 것 자체에 대한 불운에 대해 자기혐오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될 것 같은 위기감 마저 들었다. 자기혐오와 가족혐오, 더 나아가 인간혐오로까지 확장되는 오늘날의 비관적 삶의 태도를 그저 '어쩔 수 없는' '도태된 사람들'로 낙인하고 가려버리면 그만인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은 자명하다. 올해 참으로 많았던 사건 사고들이 살인과 자살로 얼룩졌다. 좋은 삶은 무엇일까, 좋은 사회는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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