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4년!



언제 다 지나가 버린거지? 2023년 연말호를 작성할 때까지만 해도 뿌듯하게 내년 한 해를 보내리라 다짐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 2024년 연말호를 작성하고 있다. 정신없이 지나간 2024년, 매년 작성해오던 다이어리도 올해는 작성하지 못해 아쉬움만 남는다. 그나마 사진첩을 거슬러 올라가며 올해의 ㅇㅇ 을 뽑아보았다. 


▶올해의 영화 : 하얼빈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에 약간 겁먹고 봤는데 불호인 포인트가 없어서 당황했다. 시작부터 압도하는 비주얼과 음악 덕분에 완전히 영화에 몰입하여 즐길 수 있었다. 잔인한 장면 또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인물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여자배우는 전여빈 한 명 뿐이었지만 영화의 적재적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흐름을 바꿔갔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 의거를 향해 달려가는 내내 어느 장면 하나 빌드업이랍시고 지루한 장면이 없었고,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진 부분도 납득가능한 정도였다. (물론 내가 주는대로 잘 받아먹는 관객이긴 하지만) 굳이 이 시국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가지고 있을 저 마음 깊은 곳의 작은 애국심이라도 찾아낼 수 있도록 문을 두드리는 영화였다. 영화의 요소 요소들은 2시간 내내 묵직하게 나를 밑으로 잡아당기는 동시에 내 안의 불꽃-삶의 의지-를 끌어 당겨 주었다. 


올해의 노래 : 네모네모 


처음엔 무슨 이런노래가 다 있나 싶었다. 그런데 우선 게임음악 같기도 한 이상한 멜로디에 중독되었고, 나중에서야 가사를 찾아보니 동그라미와 네모에 빗대어 사람간의 관계를 표현한 가사에 한 번 더 중독되었다. (지금 찾아보니 작사에 지코가 참여했다) 무대에서 능숙하게 네모와 동그라미를 그리며 앙증맞은 표정으로 노래하는 예나의 귀여운 모습은 강력한 어퍼컷을 날렸다. 삐뚤빼뚤해 like~ 네모네모 sign 등의 가사와 그에 붙은 멜로디는 마치 게임 사운드 같은 효과를 주었다. 노래가 나온 이후로 출퇴근길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넣어 다니고 있다.


올해의 디저트 : 망고시루


빵의 도시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살면서도 성심당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다가 상경한지 10여년만에 갑자기 이렇게나 유명해진 성심당에게 낯을 가리고 있던 중이었다. 이미 유명한 겨울시즌의 딸기시루를 넘어 봄 시즌의 망고시루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대전에 갔다. 망고시루를 구매하기 위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야하고 번호표를 받아 시간에 맞춰 갔지만 다시 1시간 동안 줄을 서야 구매할 수 있었던 귀한 케이크의 맛. 맛 없을리 없지만 맛 없기만 해봐라 라는 마음으로 한 숟가락 퍼먹은 순간 크림과 망고와 시트의 조화로운 맛이 입안을 휘감아 멈출 수 없었다. 기어이 앉은 자리에서 가족들과 한 판을 다 퍼먹은 순간 빵도시러로서의 자부심을 한 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쓰고 2023년 베스트 글을 확인했는데 2023년에도 성심당 케이크를 베스트로 뽑았네) 


올해의 음식 : 콩국수


올해 서울 2대 콩국수 시청의 진주회관과 여의도의 진주집을 모두 방문할 수 있었다. 강남과 강서에도 각각 유명한 콩국수 가게가 있었지만 전부 다 방문할 수는 없었고, 올해는 대표적인 두 곳을 꼭 가보자는 결심을 했는데 이루어 낸 것이다. 콩국수를 처음 먹어 봤던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콩국수를 향한 나의 사랑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서울에 와서는 집에서 먹었던 것 만큼 맛있는 콩국수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양대산맥을 경험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반전, 내 인생 최고의 콩국수는 바로 이전 직장이 있던 충무로의 충무로 칼국수에서 여름 시즌에만 판매하는 콩국수이다. 내가 근무하던 당시에는 한 그릇에 6천원이었는데 이제 9천원까지 올랐지만 양대산맥보다는 저렴하다. 충무로 칼국수의 백미는 매일 직접 담그시는 겉절이 김치인데 원조 메뉴인 칼국수와 별미 메뉴인 콩국수에 모두 잘 어울리는 엄청난 내공이 느껴진다. 여름이 한창이면 언제나 생각나는 콩국수에 대한 욕구를 250퍼센트 채워주는 제2의 고향같은 집이다. 


올해의 소비 : 브룩스 아드레날린 gts23


상반기 정신없던 일정의 업무가 끝나고 6월 부터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려던 어느 날, 집 앞에서 크게 넘어져 오른쪽 발목을 완전히 접질러 인대가 많이 늘어나는 부상을 입게 되었다. 정형외과 진료가 차도를 보이지 않아 방문한 한의원에서 신발을 바꾸면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듣게 되어 알아보던 중, 직접 내 발의 모양을 측정하고, 걷는 모습을 반영하여 신발을 추천해 준다는 런너스클럽에 방문하게 되었다. 약 1시간 동안의 상담이 끝나고 최종적으로 추천받은 신발은 브룩스 아드레날린 gts23 이였다. 발목이 많이 흔들리고 아치가 쉽게 무너지는 발의 모양과 걸음걸이를 발바닥에서부터 잡아줄 수 있는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아 구매하게 되었다. 약 20만원의 가격이었지만 언제 다시 발목을 접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고민없이 시원하게 질렀다. 12월 현재 약 5개월 간 아드레날린만 신고 다녔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일단 발모양을 단단하게 잡아주는데 발이 답답하지 않고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보통 기능화의 경우 모양이나 디자인을 신경쓰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브룩스 아드레날린은 디자인도 세련되고 색깔도 예쁘게 나와서 (물론 지금 신고 있는 것은 검정색이지만 다른 색도 곧 구매할 예정이다) 아주 만족스럽게 올해 최고의 소비로 뽑아 보았다. 


올해의 외출 : 2024년 12월 14일, 무임승차 연말모임


 
올해도 돌아온 무임승차의 연말모임, 너무나 아쉽게도 한 명이 빠진 모임이었지만 곧 완전체로 모일 예정이므로 부득이하게 2024년 올해의 외출로 뽑아본다. 올해 핫한 프로그램이었던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황진선 셰프님의 중식당 마포 진진에 방문해서 맛있는 음식으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토요일 점심시간이라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현장대기를 하려고 오픈하자마자 찾아갔는데 점심식사 예약예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직원분께서 다행히 예약을 받아 주신 덕분에 마음 편히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각자 준비한 마니또 선물도 나누었는데 내가 평소에 꼭 가지고 싶었던 아이템-김장털조끼와 감자튀김모양의 봉지집게-을 받은 덕분에 너무나 즐거웠다. 어렵게 찾은 카페에서 예상치 못했던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만났고,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 보니 탄핵이 결정되었다는 뉴스를 만나게 된 것 까지 하루종일 행복한 일들로 가득 찬 하루였다. 


올해의 유튜브콘텐츠 : 풍향고 


핑계고에 출연한 황정민의 말실수에서 비롯된 풍향고 프로젝트. 지석진, 황정민, 유재석, 양세찬의 어플없이 떠나는 해외여행을 컨셉으로 한 4부작 유투브콘텐츠이다. 3분만 넘어가도 지루해서 다 못본다는 전두엽 융해의 시대에 무려 한 편당 1시간 30분의 길이를 자랑하며 무작정 떠나는 우당탕탕 베트남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 뼛속까지 J인 황정민과 정확하게 그 대척점에 있는 P 성향 유재석, 지석진의 대환장쇼,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형님들을 아울러 여행을 진행시키는 양세찬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이미 영상이 끝나가고 아쉬움만 남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지석진의 유연함과 때로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단 부딪히고 보는 도전정신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밥친구로 간식친구로 일요일 아침을 열어준 고마운 영상으로 강력 추천한다. 


올해의 짤 : 내가 한다고 바뀌겠어?!


2024년을 관통하는 짤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다고 바뀌겠어? 라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나 자신도, 나를 둘러싼 세상도. 물론 한다=바뀐다는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것이다. 나 하나의 힘과 영향력은 작지만 분명히 이 세상에는 나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작은 '나'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를 이룰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니 미리 포기하지 말자. 시도를 주저하지 말자.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그리고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거대한 수레바퀴에 개미같은 힘이라도 보탠다는 마음으로 움직여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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