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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체력이 합쳐져 건강한 지덕체를 지향하던 삶을 놔버리고 들풀 같이 흔들리며 보낸 지가 언 3개월, 나를 내버려 두지 않고 챙겨주는 친구들로부터 조금씩 힘을 얻어 텅텅 비어있던 찜해 놓은 목록을 하나 둘씩 채워가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소개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넷플릭스>
#1. 그렇게 사건현장이 되어버렸다
동생의 강강강력 추천을 받아 제일 먼저 목록에 담은 시리즈물이고 총 8편 중 5편까지 시청하였다. 8편까지 다 보고 뉴스레터를 쓸까 하다가 아무래도 시간이 늦어지면 또 내일로 미루려는 고약한 습관이 튀어나오기 때문에 저녁 먹기 전까지 후딱 뉴스레터를 작성하고자 글을 시작했다. 백악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탐정 코델리아 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하룻밤 사이에 범인을 밝혀야 하는 임무를 맡은 탐정, 밀실 살인 사건의 전형인 백악관이라는 장소, 수많은 등장인물의 진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추리물의 전형을 띄고 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디테일과 실제 백악관을 실감나게 (사실 백악관은 가본 적이 없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재현한 미술적 배경, 긴장감과 생동감을 놓치지 않도록 역할을 담당하는 음악이 어우러져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고 감상할 수 있었다. 얼른 뉴스레터 완성하고 남은 세 편을 보고 싶다!
#2. 베이비 레인디어
사실 줄거리나 후기를 이야기하는 유튜브를 봤을 땐 이야기 자체가 내가 선호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심지어 직장에서도 추천을 받아 도대체 어떤 시리즈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되는 일이 라곤 없던 코미디언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여성에게 친절을 베푼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삶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숨 막히는 집착이 시작된다(넷플릭스 소개글) 스코틀랜드 지방 출신의 감독이 직접 자신이 겪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각본을 만들고 주연으로 연기까지 해냈다는 소개를 들으니 더욱 궁금해진다.
#3. 머더미스터리 1, 2
너무 진부한 표현인데 한 번만 쓰겠습니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애덤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턴이 부부로 나오는데, 황당하게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고, 결국엔 사건을 해결한다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스토리이다. 2019년에 1편, 2023년에 2편이 나왔다는데 진짜 모르고 있다가 동생의 추천을 받아 목록에 일단 넣어 보았다. 어느 정도의 코미디와 재미가 예상되는데 또 그 기대가 채워졌을 때의 만족감을 알고 있기에 다가오는 9월의 주말, 즐겁게 시청해 보고자 한다.
#4. 슈츠 (Suits)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법정 드라마 시리즈. 시즌9를 끝으로 이미 종영했다. 처음 나왔을 때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어떠한..... 경로로 시즌 3정도까지는 따라 갔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시즌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았고, 새로운 시즌이 나오기 까지의 기다림과 손쉽게 볼 수 있는 플랫폼의 부재로 시청에 대한 욕망이 흐지부지 사라져 버렸던 것 같다. 실시간으로 방영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최근 서초동과 에스콰이어를 재밌게 보게 되어 또 다른 법정 드라마가 있을까 찾아보던 중, 추억의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9시즌의 드라마를 다시 처음부터 봐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완결까지 시청에 도전해 보고 싶은 시리즈이다.
<유튜브>
#1. 장동선의 궁금한 뇌 (www.youtube.com/@CuriousBrainLab)
직장과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무기력이 심해져 병원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애초에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끊고 운동과 독서에 집중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그렇게 살 수 있었다면 애초에 무기력 해지지도 않았을 것. 유튜브를 굳이 봐야겠다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려고 찾아보다가 구독 목록에 추가한 채널이다. 뇌과학자 장동선이 뇌의 작용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20분~30분 사이로 짧게 이야기 해주는 영상으로, 너무 길지 않아서 그래도 그나마 다 터져버린 집중력에도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요즘 자주 나오는 말들 중에 유튜브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을 말할 수 있게 되고 그 영상을 듣고, 볼 수 있게 되면서 레거시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의 발성과 발음이 얼마나 훈련된 것인 지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나도 여러 채널을 클릭하다 보면 단 5초도 듣기 힘든 목소리와 발음으로 괴로워 지는데, 장동선은 약간 느리긴 하지만 듣는 사람을 배려하고 고려하고 있음이 느껴져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
#2. LIFE PLUS TV (www.youtube.com/@LifePlus_h)
한화보험사 그룹에서 만든 채널로 원래 궤도, 이동진, 안현모 셋이 진행하는 라플위클리 영상이 몇 번 알고리즘으로 올라왔는데 일단 영상이 1시간 안팎으로 너무 길기도 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썸네일 만큼 흥미롭지 않아서 몇 번 보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몇 개월 전부터 새로 시작한 라이프플러스 피플 영상에 최근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 박정민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와서 보게 되었다. 진행을 맡은 PD의 목소리와 발음이 정말 깨끗하고 출연자와의 호흡이 좋아 내가 크게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 쯤 보면 괜찮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3. 백은하의 주고받고 (www.youtube.com/@Joogobatgo)
일단 영상이 30분 넘어가면 한 7-8분에 한번씩은 일시정지 하고 딴 짓을 하다가 다시 돌아오거나 결국 집중하지 못하고 꺼버리게 된다. 그런데 백은하의 주고받고는 한 편이 50분 가까이 되는데도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씨네 21 기자 출신으로 현재 백은하의 배우연구소를 오픈해서 책도 내고 영상도 만드는 백은하님의 삶은 대학교 때부터 항상 내가 꿈꾸어 오던 삶에 가까워서 부러운 마음으로 계속 보게 되는 면도 큰 것 같다. 싸이월드, 네이버블로그, 이글루스, 티스토리, 포스타입까지 이것저것 시도는 했지만 지속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냥 그렇게 멈춰버린, 또는 사라져버린 나의 블로그들을 아쉬워하고 기억하며 역시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끝까지 하는 것이 강하고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
정말 오랜만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본다. 남은 4개월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독서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보니 모두 에세이를 빌렸다. 독서에 집중하지 못하고 책 한 쪽 (한 장이 아니라 한 쪽 그러니까 1페이지) 을 넘기기 힘든 사람이라면 에세이를 추천한다. 소설은 왠지 호흡이 너무 길고, 비문학은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못 알아 듣는 지경에 이르러버린 퇴화된 뇌에게 그나마 독서를 시작할 수 있는 어떤 실마리를 찾게 해주는 장르가 에세이 같다. 그 와중에도 그러를 그러세요. 같은 제목의 짧은 글 반, 그림 반이 들어있는 그런 책은 지양하고 싶다. 나 같은 경우엔 장르도 장르지만 에세이를 쓰는 작가에 조금 더 집중하는 편이다. 평소에 관심 있는 인물이 마침 에세이를 썼다! 와 같은 루트로 읽게 된 책들은 대부분 그 사람의 생각에 조금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어 좋아하는 편이다. 따끈따끈 어제 빌려서 제목과 서문만 읽은 상태의 책들을 소개해 본다. 목표는 다섯 권의 책을 모두 읽고 그 중에 한 권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생각을 담아 긴 글을 써보는 것이다.
#1. 쓸 만한 인간 - 박정민
최근 출판사 무제의 대표로 일하고 있는 박정민의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가 거의 10년전 쓴 산문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여기저기서 주목을 받고 있어 혹시 대출중이면 아쉬울 뻔 했는데 다행히 대출가능 상태라서 빌릴 수 있었다. 2013년부터 매거진 〈topclass〉에 실었던 칼럼의 모음집으로 연기하고 읽고 쓰는 박정민이라는 사람의 시작? 즈음의 생각들이 궁금하다.
#2. 저는 언제쯤 잘 풀릴까요 - 곽민지 외
곽민지 작가는 꾸준히 잊지않고 찾아보는 작가이다. 새로운 활동들이 있나, 신간이 있나 생각이 날 때 마다 찾아본다. 2021년 아니 요즘 세상 누가 라는 책 이후 3년만에 나온 공동에세이 이다. 심상치 않은 제목을 따라 무려 사주와 팔자에 관한 이야기 라고 해서 더 궁금해졌다. 무려 7명의 재밌는 글 전문 작가들의 글을 모았다고 하니 기대가 되고, 또 반가운 이름 윤혜은 작가도 발견하여 반가웠다.
#3.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천선란, 윤혜은, 윤소진
2021년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아무튼, 아이돌 이라는 책의 작가로 처음 알게 되었고 망원동에서 서점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서점까지 찾아가서 책에 싸인도 받았던 작가이다. 잠시 기억 너머로 잊고 있었는데 2번 책에서 이름을 알게 되어 근황을 찾아보니 일기떨기라는 팟캐스트에 참여하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 나와있어 바로 대출했다. 2023년 12월에 나온 책이라 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요즘은 내가 느끼는 시간의 덩어리가 점점 커져 뭐 5년 안쪽이면 엊그저께로 여겨진다. SF소설장르로 유명한 천선란 작가와 윤소진 편집자와 함께 서로의 일기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팟캐스트라니. 라디오 없이는 못살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니 귀로 듣는 콘텐츠에는 영 취미가 없었는데 팟캐스트의 세계를 새롭게 알게 되어 한 번 흥미를 붙여볼까 싶다.
#4. 다정한 매일매일 - 백수린
에세이 추천글에 거의 빼놓지 않고 올라오는 책이라서 오래전 부터 읽어 보고 싶었다. 물론 그만큼 항상 대출중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서가에서 발견하여 바로 대출했다.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책굽는 오븐이라는 칼럼을 모은 모음집이고, 책 한권에 빵이나 케이크 하나를 연결시켜 소개하는 글이다. 빵냄새는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언제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솜사탕같이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처럼 온기를 글로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서문이었다.
#5. 어떤 어른 -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다정하고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을 말하던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가 새로 나왔다는 소식이 아주 아주 반가웠다. 어른이 될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 어린이들을 어떤 어른으로 맞이할 것인지 확장한 이야기라고 한다. 나의 미래의 삶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아마 어린이와는 그렇게 거리가 가깝지 않은 삶을 살게 될텐데 그것과 별개로 어떤 어른이 되어갈지는 누구에게나 고민이고 관심이 가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한 명의 어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내용이다.
무임승차 뉴스레터를 2회나, 무려 3개월이나 참여하지 못해
함께하는 친구들과 독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물론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지는 뉴스레터이고
그래서 우리의 모임도 무임승차로 지었지만 역시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뜨겁고 지쳤던 여름날을 버텨내고 무임승차를 꾸준히 이어준 친구들에게,
가까이서 또 멀리서 우리의 생각과 글을 들어주고 읽어주는 독자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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