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잘하고 있습니까.

 

올해 3월 내가 스스로 해낸 첫 주차


  바야흐로 운전면허를 딴 지도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운전, 잘하고 있습니까.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시작하는 우당탕탕 우여곡절 초보운전자의 피땀눈물 수기.


• 브레이크는 밟은 동 만 동

  이 이야기를 하려면 면허도 취득 전 연습면허로 운전연수를 받은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는 운전면허를 독학으로 취득하겠다고 실제 차도 안 몰아보고 도로주행 시험마다 낙방하던 때, 결국 연습면허도 받아 준다는 강습자를 찾아 시세보다 높은 단가로 연수를 받고야 말았다. 의외로 초반에는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긴장을 풀어야 한다며 커피까지 사 주기에 ‘바가지 쓰는 건 아닐지도?’ 생각했던 것은 잠시, 운전의 기본 자세가 안 되어 있다며 허공에 핸들 잡고 돌리기 연습을 시킬 때부터 쎄함은 바로 감지되었다. 금쪽 같은 연수 시간의 절반을 바보 같은 모양새로 허공에다 대고 핸들 돌리기를 하는 게 아까워 실제 운전을 해보자고 말을 꺼낼라 치면 연수를 100시간을 받아도 아직~~~도 운전을 못해서 자기를 찾아 오는 사람이 많다며 수첩을 들이미는데 그때만 해도 내 운전실력에 강사한테 어깃장을 놓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서울대 나온 사람, 의대 나온 사람, 변호사 하는 사람도 운전이라면 자기를 찾아 온다는 빤한 레파토리는 덤. 당시 휴직 중이었던 내가 그저 (쉽게 말해 소위)아줌마로만 보였던지 애엄마도 운전은 해야 한다는 둥, 서울대 나온 사람도 운전은 못하니 (너는 서울대도 못 나왔지 않느냐)속상해 하지 말라는 둥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조금 속도 상했다. 그랬던 강사가 유달리 강조하는 것이 바로 브레이크 밟기였다. 당장 면허 취득이 급하고 시내 운전을 해야하는 내게 매번 허공에 핸들 돌리기만 시키고 교외 운전만 시켰기에 막판에는 대충 시간 때우고 날로 먹네 싶었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브레이크 밟기만은 꽤나 도움이 되었는데, 브레이크는 살살 밟아야 한다면서 염불처럼 옆에서 하던 말이 ‘밟은 동 만 동’이었다. 표준어로 말한다면 ‘밟는 둥 마는 둥’이겠지만 강사의 입에 배어버린 그 쪼가 너무 우스워서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브레이크를 밟을 때면 ‘밟은 동 만 동’ 속으로 외치게 된다. 그 덕에 브레이크만큼은 부드럽게 잘 밟는다고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다.


• 후진을 잘해야 주차를 잘한다

  면허를 따고 두 번째 난관, 그것은 바로 주차였다. 주행은 어떻게든 하겠는데(였지만 조금이나마 운전을 더 하고 보니 지금은 주행이 51:49 정도로 더 무섭다. 이 이야기는 후에..) 주차는 당최 감이 안 잡히는 것이었다. 일단 공간지각능력에 진지하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현재까지도 의심을 하고 있는데 그 공간지각능력이 문제였다. 여기서 질문 하나, 전면 주차된 차를 후진으로 뺄 때 차의 머리를 오른쪽으로 향하게 하고 싶다면 핸들을 어디로 돌려야 하는가? 난 여기서부터 꽝이었다. 차 바퀴의 원리를 이해하기 전까진(원리라고 말하는 것도 창피하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 중 기본이니까) 멍청하게 ‘오른쪽…?’ 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후진으로 차를 뺄 때 차의 머리를 오른쪽으로 향하게 하고 싶다면 당연히 핸들은 왼쪽으로 돌려야 하고 이는 바퀴의 원리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임에도(바퀴는 샤넬 모양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할 것) 바퀴가 샤넬 모양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아예 공식처럼 외우기까지 했다. 후진으로 차를 움직일 때는 가려고 하는 방향 반대로 핸들을 돌려야 한다고. 그런데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주차는 후진을 잘해야 한다. 주차 공식이 가장 잘 먹히는 후진 주차(이름부터 후진주차다) 역시 앞으로 갔다가 각을 잘 잡아서 후진으로 차 엉덩이를 밀어넣는 것이 핵심이기에 이 후진을 못한다면 주차는 안 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정말 이상한 건 분명히 공식 그대로 했는데도 공식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분명 주차선에 어깨를 맞추고 핸들을 이빠이(이런 표현 평소엔 안쓰지만 이상하게 운전과 관련해서는 싼마이 표현을 쓰고 싶어진다) 돌려 대각선으로 전진해서 갔다가 또 반대로 이빠이 돌려 후진해서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이제는 조금 안다. 그 공식이 먹히기에는 주차장의 사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주차의 핵심은 수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안다. 대각선으로 전진해 나가는 건 엉덩이를 밀어넣기 위한 각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을. 앞으로 덜 나가도 혹은 더 나가도 각이 맞지 않아 옆차에 부딪치기가 쉽다. 그럴  때는 ‘가뒤먼앞’ 수정 공식을 적용하면 열에 아홉은 먹혀든다.(이 수정 공식 진짜 짱이니 참고요망!!) 솔직히 이 수정 공식도 처음에는 그저 외워서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이제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된다. 각을 맞추기 위해 앞으로 덜 나갔을 때는 조금 더 나간 후 후진을 해야 하고 앞으로 더 나갔을 때는 핸들을 풀어 후진을 해야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나갔을 때가 덜 나갔을 때보다 무서운데 이는 뭔가 수정의 기회가 덜 나갔을 때보다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초보운전자 나름의 논리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이해 못하셔도 당연합니다;;)

주차수정의 귀감이 되는 모델 ‘가뒤먼앞’ 주차 공식


바퀴는 샤넬 모양으로 움직인다!


• 끼어들기는 대가리부터 살살

  시트콤 ‘세친구’의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 도로연수를 받던 안문숙이 차선변경을 하지 못해 내리 직진만 하다가 부산까지 가고야 만다는 에피소드인데 이게 정말 운전을 하다 보면 남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차선변경에도 물론 공식은 있다. 사이드미러를 상/하로 나누어서 혹은 좌/우로 나누어서 옆 차선 차량이 상(혹은 좌)에 있으면 충분히 끼어들 공간이 있다는. 그러나 그 공식을 적용해서 판단하려는 사이 이미 차들은 쌩쌩 달려오고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옆 차선으로 가야하는데 이미 옆 차선이 꽉 막혀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을 것 같을 땐 옆으로 쌩쌩 달려오는 차들이 양반일 지경이니, 끼어들기란 정말 고수의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끼어들기를 하지 못해 잘못된 길로 돌아간 적도 있고 p턴으로 돌아(p턴을 최근에 알아 써먹고 싶었다) 어찌저찌 빠져나온 적도 있다. 보통은 이동 시간을 줄이려고 차량을 이용하지만 오히려 나는 차로 이동할 경우엔 끼어들기를 못해 길을 잘못 들 경우를 대비해 시간을 더 넉넉히 잡는 편이다. 그래도 그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대가리를 살살, 그러니까 핸들을 아주 살살 돌려 대가리를 조금 디밀고 간을 본 뒤 마음씨 좋은 사람이 봐 주는 거 같으면 그때 재빨리 끼어들어 휙 앞으로 엑셀 밟기를 시전해야 한다 정도는 머리로라도 익힌 바이니 부디 몸도 여기에 따라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이 모든 걸 잘해도 이걸 잘 못한다면

  이 모든 걸 잘해도 이걸 잘 못한다면 운전을 잘 못한다! 에서 이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무도 안 궁금하겠지만 슬쩍 또 퀴즈를 던져 보는 바, 초보운전자인 내가 내리는 답은 바로 ‘눈치’이다. 쉽게 말해 눈치,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상황 판단 능력이 되겠다. 차가 한 대도 없는 나대지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맘 같아서는 나대지에서만 운전하고 싶다 진짜 정말..) 도로는 정말 다이내믹 그 자체다. 아무리 아는 길이어서 여기서는 3차선으로 달려야지, 미리 차선 변경을 해 놔도 거기서 공사를 한다면 꼼짝없이 바로 2차선으로 끼어들었다 다시 3차선으로 급하게 끼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사뿐 아니라 정차되어 있는 차들, 이리저리 다니는 오토바이, 차선을 경계로 얌체 같이 달리는 택시,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에는 북악스카이웨이길을 달리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이 차선을 넘길래 운전 잘하는 척 괜시리 흉을 봤는데 알고 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때문에 반대편 차들이 차선을 넘을 수밖에 없는 거였고 나는 그걸 감안해서 더 오른쪽으로 붙어 운전해야 맞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너무 많다, 어디에서는 차선이 갑자기 합쳐져 (오른쪽에서 합류할 차량을 예상해)미리 왼쪽으로 붙어야 했고 저 앞에서는 시장 길이라 도로까지 인파가 많아 가급적이면 2차로로 달려야 했다. 비보호 좌회전일 때는 직진 차량이 우선이기에 기다려야 하지만 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적당히 직진 차들이 양보해 주는 눈치를 재빨리 알아차려 가야만 한다. 이 모든 건 공식도 없다. 도로와 차량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빨리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어느 순간 주차보다 도로를 달리는 게 더 무서워졌다. 주차야 조금 욕을 먹어도 인명사고는 안나지만 도로는 순식간에 판단을 잘하지 못하면 사고는 금방이라는 생각이 드니 나는 어쩌면 평생 운전과 가까워질 수 없을지도.


• 세상은 요지경~~

  하하! 그렇지만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런 나도 운전을 한다. 잘하지도 못하고 자주 하지도 않지만 하기는 한다. 이 사실이 나에겐 큰 힘이 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운전은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필요 없다고도 생각했고. 1년 동안 아무것도 해낸 게 없지만 운전만은 해냈다. 사실 최근에 관심 있던 글쓰기 분야에 도전을 했는데 너는 애초에 그럴 깜냥이 조금도 되지 않았다는 듯 아예 1차부터 고배를 마셨다. 뭐 유명한 공모전 같은 것도 아니었고 완전 듣보잡(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후려치는 거고 나는 통과가 안 되었어도 무임승차 멤버들이라면 충분히 통과할)대회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조금 아니 꽤 많이 주눅이 들었다. 해서 뭐 해, 잘하지도 못하는데, 꾸준히 하는 게 뭐가 중요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이것이 바로 지난 무임승차에 내가 글을 올리지 못한 이유, 답이 좀 됐으려나? feat.킹차갓무직) 허나 한편으론 평생 하지 못하고 나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운전도 하고 있으니 그냥 이 모든걸 퉁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운전연수 때 바가지 씌운 강사 말고 두 번째 운전 연수 때 강사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냥 해야 해요. 제가 없어도 혼자 하는 거예요. 누구도 자신감 있는 상태로 운전을 시작하진 않아요. 장담하는데 다 비슷해요.”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께서는 사진을 클릭하면 잘 보입니더  

  이대로는 아쉬우니 첫 번째 바가지 강사와의 요지경 에피소드를 하나 더 말해 본다. 그 강사가 커피를 사준 건 오직 첫 수업뿐이었고 그 후로는 은근히 커피나 간식을 요구했더랬다. 자기는 수업이 너무 많아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는 동, 그래서 (받은 기프티콘을 엄지손가락으로 쭉쭉 아래로 드래그해 보여주며)수강생들이 이렇게 기프티콘을 보내준다는 동. 그래서 소소하게 커피나 도넛 같은 걸 수업때마다 사다 바치다 마지막엔 결국 버거킹 와퍼주니어세트 기프티콘을 사서 줬다. 제값 주고 사긴 아까우니 은행 제휴 쿠폰마켓으로 유효기간이 짧게 남은(기한 연장 안됨 주의) 저렴하게 할인 들어간 기프티콘을 사서. 그렇게 수업이 끝난 지 한참 후, 이런 문자가 왔다. 사용 완료된 쿠폰일까봐 어지간히 걱정됐던 모양이다. 시간되실 때 소개해 달라는 마무리까지 정말 킬링포인트의 연속! 감동적인 마무리는 아니지만 귀한 에피소드 하나 선물해 주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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