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로 푸들 말티즈 비숑 포메라니안 사고 싶은데 좋은 펫샵/브리더 추천 좀!
일단 제목에 답하자면 그런 거 없다.
이번 나의 글이 서로의 ‘문화 경험’에 무임승차한다는 취지에 맞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우리 뉴스레터의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면 미리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작년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경험 그리고 기억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시절, 대형마트에 가면 햄스터, 거북이, 새 등 소동물을 파는 코너가 꼭 있었다. 강아지를 너무나도 키우고 싶었지만 그때만 해도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드문 시절이었기에 엄마 아빠는 강아지, 고양이 등의 큰 반려동물 대신 햄스터나 잉꼬 등의 소동물까지만 허용해 주곤 했다. 물론 데려와도 뒷바라지는 결국 엄마 몫이었기에 지금은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더 크지만. 아무튼 그렇게 집에서 키우는 동물 = 어딘가에서 사 오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 한때 존재했다. 너무나 쉽게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사올 수 있었고 강아지나 고양이도 그저 가게 진열장 안에 있는 존재, 부모님의 허락만 떨어지면 진열장에서 꺼내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내가 연초에 썼던 글 중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영화가 헐리우드 가족영화 <베토벤>이었다는 부분이 있는데, 시대적 배경 탓에 베토벤 역시 펫샵(pet store)에 진열되어 있다가 안 팔려서 싼 값에 베토벤네 가족이 데려가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2026년, 시대가 바뀌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이라는 시대. 반려동물 특히 인간과 가장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반려견 시장은 저출생, 핵가족 트렌드와 맞물려 10년~2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팽창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친구들을 위해 요즘 펫 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자면, 펫보험, 반려동물 장례업체, 가격이 비쌀수록 커리큘럼(!)이 좋다는 강아지 유치원, 반려견 동반 단체 패키지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등등…
그러나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규모만 단기간에 팽창했을 뿐 그 이면은 매우 암담하다. 매년 유기동물 약 10~11만마리가 발생하며 평균적으로 20%는 안락사되어야 시보호소의 예산, 공간, 인력 등의 한계를 넘지 않고 개체들을 수용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물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왜 유기 문제는 끊이질 않는가? 한국의 유기견 문제를 추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기괴한 펫샵의 공급 그리고 소비 구조와 맞닥뜨리게 된다. 펫샵 구매자들 중에 유기하는 비율이 얼마인지 아주 정확하게 추적할 수는 없으나 매번 바뀌는 유행 품종들이 유행이 지날 때가 되면 우르르 보호소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매우 높으며 말티즈, 포메, 푸들 등 클래식한 스테디셀러 품종견들은 각종 시보호소와 동물단체에 차고 넘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쉬운 펫샵 구매가 책임감 없는 유기로 이어진다는 점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 의거하여 2개월령 미만 개체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에 한국의 펫샵은 품종견 품종묘들을 2개월부터 바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팔리지 않은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가족 단위로 많이들 거주하는 경기도 신도시에 한 골목 건너 있다는 펫샵, 그 유리창 안의 인형 같은 품종견들은 어디에서 뚝 떨어졌을까. 나는 인스타에서 열심히 2개월 품종견 분양 할인을 광고하거나 무료입양인 척 하는 펫샵, 신종펫샵 업체 여러 군데에 직접 질문했다. 안 팔리면 재고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왔는지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고 싶은데 어디서 데려왔느냐. 그러나 비율로 보아 10곳 중 9곳은 말 없이 나를 차단했고 1-2곳은 그런 것이 궁금하시면 유기견을 입양하기를 권장한다, 본인도 유기견 입양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당당히 국가의 허가를 받아 동물을 생산 및 판매하는 업장 조차도 ‘고객’의 문의사항에 대답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시대가 다르다는 핑계로 어린 시절 마트에서 철없이 사온 소동물들에 대해 정당화하며 그땐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지금 내가 유기견 문제에 셀프 고통받으며 강박적으로 돈을 지출하고 봉사를 다니는 것은 내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내 어린 시절 햄스터, 잉꼬 등에 대한 속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우리는 지금 2026년을 살고 있다. 365일 24시간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펫샵 안 귀엽고 작은 강아지들을 뽑아내기 위한 불법 혹은 합법 번식장의 실체들은 일부 ‘커뮤사세’가 아닌, 지상파 뉴스를 통해서도 수 차례 고발되었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반려견은 평생 자라지 않는 3-4세 아이와도 같은 수준으로 돈이 들며 최소 10-15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 가족이라는 것도 더 이상 모를 수 없다. 충동적으로 ‘가정의 달, 어린이날 특별할인’ 따위에 현혹되어서, 아이가 사달라고 졸라서, 신혼부부가 아이 낳기 전 육아 예행 연습으로(놀랍지만 SNS에서 정말로 대놓고 이런 이유로 펫샵에서 사왔다고 당당하게 쓴 글도 있었음)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 오는 것은 동물학대다.
소비자는 펫샵에 속은 피해자가 아니라 동물학대의 공범이다.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만 패길 원하면 그 구조에서 소비자가 사라지는 것이 우선이다. 일부 인지능력이 부족한 자들은 ‘그럼 펫샵에서 안 팔린 강아지들은 어떡하냐, 그렇게라도 구조(?)해 온 것이다’라며 추악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그런 재고를 처리해 줬다고 해서 업자들이 딱 거기까지만 팔고 아 이제 생명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펫샵 일은 그만해야지 ㅠㅠ 하고 회개한다고 믿는 지능인 것일까. 넌 그저 업자들이 처치곤란 재고도 편리하게 떠넘기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 호구 손님일 뿐이다.
유행하는 비싼 품종견이라고 해서 출처가 다를 것 같은가? 혹은 펫샵이 아닌 전문 개인 브리더(일명 전문견사, 켄넬)이니까 펫샵 출신이 아닌가? 최근 몇 년 간 동물단체들이 구조한 불법/합법 번식장과 전문견사는 모두 시보호소만도 못한, 지옥 같은 번식장이었으며 그 중에는 쇼독 혈통을 자랑한다는 코카스파니엘 전문견사도 있었고 요즘 한창 유행인 미니비숑의 합법 번식장도 있었다. 작년 가을 강남구 논현동에서 적발된 무허가 펫샵은 수백만원~수천만원대의 분양가를 과시했지만 가짜 혈통서 종이쪼가리가 수두룩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펫샵 논쟁은 품종견 vs 믹스견의 비교가 아니다. 간혹 뇌세포가 개농장 구더기들에게 잡아먹힌 펫샵 소비자들이 품종견 살 돈 없어서 유기견 주워오는 주제에 열폭하냐는 논리가 있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펫샵 수요와 공급으로 인하여 유기동물의 대다수가 여전히 ‘품종견’이다. 지금 비싼 유행품종도 몇 년 기다리면 결국 보호소에 쏟아진다. 세상은 느리지만 그래도 바뀌어 가고 있다. 2019년에 정점을 찍고 매년 조금씩이나마 유기동물 수는 감소하고 있고, 펫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이 늘었음을 느끼고 있다. 요즘은 심지어 펫샵 출신이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꽥꽥거림도 있는데, 나는 그런 자들을 보며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부르짖는 한국남성(줄여 쓰면 큰일남)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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