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한국영화 이것저것 찍먹해본 썰 푼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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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잘 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OTT 로 넘어오는 요즘 , 영화의 가치를 극장에 가서 보느냐 마냐로 이야기하게 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예전 같았으면 충분히 극장에서 개봉할 유명배우들의 영화도 OTT에서 단독개봉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 한 편 값의 가치만큼을 꼬박꼬박 지불하며 돈과 시간을 쓰는 올드한 방식 으로는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영화들도   한번   볼까 ?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쉽게 새로운 컨텐츠를 접할 수 있는 허들이 낮아진 만큼 대중문화에 대한 편식이 고쳐지는 점은 실로 이 시대의 이점이라 하겠다. OTT시대의 이점을 한껏 누리며 그동안 넷플릭스에서 '찍먹'해본 한국영화 몇 편에 대한 감상을 공유해 본다. - 타겟  신혜선 , 김성균 등 A급 주연배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B급 주연 정도는 될 배우들을 데리고 잘못 만든 스릴러. 평범한 직장인인 여주인공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일삼던 싸이코에게 잘못 걸리면서 일상이 무너지는 과정을 다룬 도시형 스릴러이다. 당근마켓의 출범 이후  스마트폰을 통한 개인 간의   중고거래가 비대면을 넘어 면대면으로도   자리잡은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설정과 주제의식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화라지만 개연성 없고 현실성 떨어지는 전개, 예를 들어 당근에서 여자를 만날 목적으로 중고물품을 올리고 구매자를 꼬실 생각에 신나한다던지(인터넷으로 여자를 만날거면 데이트 어플을 쓰지 않나 보통?), 동일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같은 계정으로 사기를 반복하는데 잡히지 않는다던지 아무리 대포폰을 쓴다 해도 여기저기 배배달 주문을 ...

쇼츠로 보느라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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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의 자체 최고 기대작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는 3월 한 달 동안 매주 4화씩 4주에 걸쳐 공개되었다. 캐스팅 소식과 공개 예정 소식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일 년 중 가장 바쁜 3월에 공개가 되어 우선 시청을 미뤄두어야 했다.  아침일찍 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하고 돌아와서 바로 잠들기 아까운 마음에 자기 전 1~2시간은 꼭 유튜브 쇼츠를 슥슥 밀어올리다가 잠들곤 했는데 90%는 폭싹 속았수다를 편집해 놓은 영상이라 드라마에 기대와 궁금증으로 가득 차있던 나의 마음은 매일 밤 쇼츠와 함께 울고 웃었다.   그래서 1화 부터 16화를 넷플릭스로 단 한회도 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70%정도의 내용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시간에 조금 더 여유가 있었는데 드라마 본편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 방송분을 정리하고 분석한 후기 영상을 보는 것으로 대신 했다.  특히 뭐랭하맨 채널과 김단군 채널은 매주 공개된 회차에 대한 후기가 올라왔는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았다. 뉴스레터를 쓰기 위해 겨우 넷플릭스를 켜고 각 화의 소제목과 설명글을 읽어보니  한 달 동안 쇼츠로 함께했던 영상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호로록 봄,  꽈랑꽈랑 여름,  자락자락 가을, 펠롱펠롱 겨울,  만날 봄.  오애순과 양관식, 특히 오애순의 삶의 계절들을 면면히 따라가며 보여주고, 그의 삶을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차갑게 만들었던 수많은 주변사람들을 표현하는 드라마의 장면들이  마치 4D영화를 보는 것처럼 피부에 와닿았다.  쇼츠로만 보는데도 이렇게 스펙타클하고 절절한데 한 시간 안팎의 영상으로 여유있게 푹 빠져 본다면 쇼츠에 선택되지 못한 여러가지 장면들을 또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더 커져간다.  어느덧 날씨는 따듯하고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 돌아왔고 봄의 한가운데에서 보는 폭싹 속았수다는 또 내게 어떤...

쓸쓸하고 찬란했던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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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가족들과 함께 경주에 다녀왔다. 수학여행, 대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여행으로 찾았던 도시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봄의 경주를 경험했다. 뜨거운 여름날, 선선한 가을의 낭만을 기억하며 늘 다시 가고 싶은 도시였는데, 봄의 경주는 또 다른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예전 어느 경주의 택시 기사님이 낭산은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셨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도 그곳을 가지는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보니 마음대로 동선을 짜긴 어려웠지만, 어쩌면 다음 경주 방문의 이유가 남겨졌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였다. 바닷가 가까이에 이렇게 장대한 이야기가 깃든 장소가 있었나 싶을 만큼, 대왕암과 그 주변의 풍경은 쓸쓸하고도 처연했다. 신라를 통일한 문무왕이 죽음 이후에도 왜적으로부터 신라를 지키고자 수중의 용이 되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의 유해가 뿌려졌다는 대왕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바다를 바라보니, 그의 죽음 앞의 두려움과 결의가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와 연결된 절터인 감은사지 . 그곳은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지은 절로, 용이 되어 다시 육지로 올라와 후손들을 지키게 하려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지금은 터만 남은 이곳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염원과 사연은 오히려 더 깊게 전해졌다. 한때 찬란했던 왕조의 기운이 이렇게 조용하고 덤덤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 인간의 역사가 얼마나 허망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첨성대 도 이번 경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였다. 선덕여왕이 하늘의 이치를 읽어 백성들을 지키고자 만들었다는 이 관측소 앞에 서니, 그녀의 깊은 고심과 의지가 느껴졌다. 왕으로서의 책임감과, 예기치 못한 하늘의 재난 앞에서 느꼈을 두려움이 함께 전해졌다. 9미터 높이의 석조 구조물은 단순한 천문대가 아닌, 하늘을 향한 여왕의 기도처럼 보였다. 비록 이번 여행에서는 직접 갈 수 없었지만, 선덕여왕의...

바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삶 속에 쉼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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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정신없이 지나갔네 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  나의 삶에 잠시나마 폭닥한 쉼을 가져다 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인상주의라는 큰 흐름 속에 작품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기도 전에 티켓팅 부스와 전시관 입장 안내, 관람 동선, 전시관 안내원까지 뭐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 아까워 화가 날 따름이었다. 모바일 티켓을 지류 티켓으로 교환하는 줄과 입장을 위해 대기 번호를 입력하는 줄, 실제 전시관에 입장하는 줄이 모두 꼬여있는데 이것을 정리하는 안내원들도 뭐가 뭔지 제대로 몰라서 서로 말이 다르게 안내를 하는 통에 관람객들은 계속해서 이리 저리로 움직여야 했다. 주최 측에서 한번에 너무 많은 인원을 입장 시키는 바람에 입구부터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안쪽으로 들어가니 입구보다는 나은 수준이었으나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관람객이 너무 많았다. 최대한 관람객이 많이 없는 작품 위주로 관람을 해야 했다.  인상주의 작가들의 자유롭고 평온하면서도 햇빛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지치고 화난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15세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시각 장애인이 된 작가의 소소한 때로는 강렬한 경험들을 한 편 한 편의 글로 써 지랄 맞은 인생의 순간을 담담함과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엮어냈다. 무엇을 보는가, 듣는가, 냄새 맡는가, 만져 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었는가, 나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가가 결국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조승리 작가의 관찰력과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이고, 그것을 생생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묘사하는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만둘 수 없는 마음  <저 청소일 하는데요?> 의 저자 김가지 작가의 신간이다. 10년차 청소부로서, 작가, 일러스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슬픈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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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몇번씩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감정의 기복과는 별개로 일상은 대체로 평온하다. 세상은 시끄럽다고들 하지만 그 세상의 다양한 풍파들이 우리에게 시시각각 들이닥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너무나도 단조롭고 심심한 것이 보통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일상의 단조로움과 안전함을 담보로 과감하고 위험한 상상을 만끽(?)하기도 한다.(비행기가 추락한다거나 엘리베이터에 갇힌다거나 터널이 붕괴된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별별 상상을 다 하지만 차마 공개적으로는 적지 못하겠다.) 하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일은 물론이고 안 좋은 일마저.   줌파 라히리의 단편집 “축복 받은 집”은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무언가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긴장감이 차오르지만 결국 달라진 것 없는 못내 쓸쓸한 일상. 다른 리뷰를 보면 대체로 이를 소통의 부재로 인한 슬픔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요한 걸 말하고 싶지만 듣는 이가 없고, 아껴둔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전할 이가 없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떠날 곳이 없는, 그래서 느끼는 일상의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서. 그렇다 소통의 부재, 아무리 노력해도 내 안의 어떤 부분은 나만 알 수밖에 없기에 사는 건 외롭고 쓸쓸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삶에 무언가 다른 자극,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지만 (소통의 부재 때문이든 다른 것 때문이든)그 기대가 모두 허물어지고 마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슬픈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질병 통역사’에서 카파시 씨는 미국에서 인도로 여행 온 다스 부부에게 관광지를 안내한다. 인도인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라 인도어를 못하는 것은 물론 모든 생활방식마저 미국식인 다스 부부에게 카파시 씨는 처음에 거리감을 느낀다. 부부와 의례적인 대화만을 나누다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갈 무렵, 그가 평일 중에는 병원에서 환자의 통증을 의사에게...

못 읽으면 죽는 병에 걸리진 않겠지만...

인터넷 좀 한다 하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 제목, 일명 '데못죽'의 세계에 나도 빠져버렸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고 빌려왔다가 순식간에 400여 페이지를 읽었고, 과몰입은 현재진행형이다. 단행본 기준 3부 구성 총 10권 분량인데, 도서관에는 1부의 1, 2권만 있어서 뒷편을 읽기 위해 '카카오페이지'에 가입까지 해보았다. 웹툰을 잘 보는 편이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에 본격 진입해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 무궁무진한 데이터 양에 놀랐다. 웹툰, 웹소설, 그리고 서로를 원작으로 재창작한 콘텐츠가 매일매일 수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에 비례해서 광고도 쉴틈없이 떴다. 게다가 한 편 한 편의 분량도 어마어마해서, 성경보다 토지의 글자수가 더 많고 토지보다 화산귀환 글자 수가 더 많다던 게 실감났다. 데못죽만 해도 각 400페이지가 10권이다. 나름 의기양양하게 단행본 2권을 클리어하고 카카페에 입문했건만, 600여편 중에 채 100편이 안 되는 정도만 읽은 셈이었다. 그리고 오늘을 기준으로, 143화까지 읽었고 앞날은 까마득하다. 여전히 이 작품의 큰 그림을 보지 못한 이 시점에,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작품은 공시생이었던 주인공이 어느 날 다른 누군가의 몸에 빙의된 채로 회귀한다. 그리고 주어진 미션, 데뷔하지 못하면 죽음! 제목 그대로다. 그리하여 데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까지가 1부, 내가 읽은 단행본 1-2권의 내용이다. 그러니까 어그로성 제목은 초반부에 한정되어 있는 셈이다. 이 작품은 흔히들 말하는 웹소설의 전형적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이 거의 먼치킨식으로 능력이 있고 앞을 꿰뚫어보며 전략적으로 나선 행동들은 효과적으로 먹힌다. 두 번째, 서사에서의 갈등은 1-2회 내에 해결된다. 그러니까 '고구마'보다 '사이다'에 집중한다. 세 번째, 그럼에도 끊임없이 갈등은 발생하기 때문에 일명 '끊기신공', 그러니까 다...

꽁꽁 얼어붙은 계좌 위로 공짜 도파민이 지나갑니다 (feat. 돈은 건실하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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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직무 상 11 월 ~ 1 월 말이 제일 바쁘 다 . 폭풍처럼 그 시즌이 지나가고 나니 2 월은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한결 덜 했던 시기였다 . 그래서 이번 호 마감은 기필코 , 그간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   편식으로만 가득했던 뉴스레터에서 벗어나 그래도 조금은 신선하게 내 일상과 나름의 문화생활을 간추려 써 보려고 한다 . 원래 생각했던 건 최근 몇 달 간 OTT 에서 몰아 봤던 한국영화들에 대한 짧은 소감을 여러 개 적어볼까 했는데 ( 귀찮아서 평생 각각의 영화에 대한 리뷰는 평생 쓸 일 없을 테니 ) 그건 인기 웹툰 웹소설 작가에 빙의한 것 마냥 다음호를 대비하여 원고를 세이브 (?) 한다는 느낌으로 3 월로 미루기로 했다 . 아무튼 약간의 겨울방학 모드로 비록 공휴일은 없지만 월초 2-3 일 정도 말고는 야근도 없이 깔끔했던 2 월 , 그러면 나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 뒤돌아보니 조용하지만 오히려 도파민으로 가득 채운 한 달이었다 . 그토록 부르짖던 (?) 다이어트 , 운동 , 자기계발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을 정도로 평화로웠던 한 달인데 결국 시간이 생겨도 나란 인간은 그냥 똑같다 . 퇴근 후나 아니면 주말에 누워서 폰이나 노트북으로 그저 뒹굴뒹굴 , 뇌를 도파민 자극으로 채우다 보니 어느새 28 일이 훅 갔다 .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건 도파민은 다 거의 공짜로 때웠다는 점 . 내 한 몸 누울 이부자리와 와이파이만 있으면 그곳이 나의 천국이니 도파민도 철저히 가성비로 즐긴다 . 대신 생각보다 넉넉하게 돌려받은 연말정산 환급금은 뇌에서 도파민을 좀 빼 줄 건전한 취미에 정착하기 위해 과감하게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