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23의 게시물 표시

리디아 포에트의 법 - 내 삶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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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추천작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탈리아 드라마이다. 1) 리디아 포에트라는 이탈리아 여성 변호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 2) 담당하게 된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 발로 뛰는 추리극 이라는 소개글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시작부터 쏟아지는 이탈리아어에 잠깐 귀가 어색했지만 19세기 이탈리아 토리노의 도시 모습과 등장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이 눈을 사로잡았다. (물론 19세기 이탈리아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고증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6부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로, 1화부터 주인공 리디아 포에트는 변호사 자격증을 박탈 당한다. 여자가 중학교만 가려고 해도 집안과 사회의 허락이 필요했던 그 시절에 리디아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증 까지 취득했지만 법원에서는 곧 그 자격증을 박탈한다. 의뢰인의 변호를 멈출 수 없었던 리디아는 역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오빠를 찾아가 대신 변호를 맡아 줄 것을 요청하고 본인은 보조원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오빠와 리디아가 생각하는 '보조원'의 업무에는 이견이 있다. 오빠는 가만히 사무실에 들어앉아 서류 작성이나 담당하라고 하지만 리디아는 의뢰인의 무죄를 밝혀 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탐문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과학적 수사 기법이 아직 도입되지 않아 대부분 초기 증거와 증언에 의해 범죄자가 결정되던 당시 상황에서 리디아는 검시소 직원에게 뇌물을 전하면서 까지 시체를 직접 조사하고, 수사 과정에서 지문 채취나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하기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매 화 리디아가 변호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예술가, 공장의 직원, 창녀 등 사법 제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이미 범죄자로 낙인 찍힌 피고를 변호할 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 본인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리디아의 태도는 자칫 무모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드라마의 큰 줄기는 1화에서 박탈된 변호사 자격증을 되찾기 위해 법원에 제출할 항소...

제목만큼 재미있지만 찜찜함을 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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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살린 독일 역사’라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이 있다. 대략 제목에 ‘나치’, ‘히틀러’가 들어가면 재미 없는 내용이라도 혹은 같은 내용이라도 더 잘 팔린다는 말인데, 한마디로 ‘나치’, ‘히틀러’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어그로를 끌기 좋다는 그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실제로 나만 해도 제목에 ‘히틀러’가 들어가면 눈길이 간다. <히틀러 최후의 14일>,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모두 제목 어그로(?)에 끌려 읽게 되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경험을 선물한 책이다. 그뿐인가 히틀러가 소재인 영화는 또 얼마나 많은지, 히틀러의 최후를 그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에서부터(다운폴) 히틀러 암살시도를 소재로 한 영화(작전명 발키리), 그리고 타란티노 특유의 상상력으로 히틀러를 과감히 죽여버리는 영화까지(바스터즈 거친녀석들) 확실히 나치, 히틀러는 대중문화에서 사랑(?)받는 소재인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그리하여 이번에 읽게 된 책은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이건 또 무슨 어그로람, 하며 눈을 흘겼지만 어찌 읽지 않을 수가! 히틀러가 먹는 음식을 미리 먹고 독이 들었는지 아닌지 일종의 기미상궁 역할을 하게 된 여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인데, 대충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면서도 ‘실화’만이 주는 구체적인 에피소드, 당시의 상황과 느낌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 일단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긴 했지만 소설, 즉 가공된 이야기이다. 따라서 (소설인 줄 모르고 읽었던)내가 바라던 그때 당시의 긴장감, 생생함, 역사로는 배우지 못할 남모를 후일담 같은 것은 없다. 그러니까 진짜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다기 보다 아무리 당시의 긴장감, 생생함, 뒷이야기가 나온다 해도 실화라는 딱지가 떨어지고 작가의 상상력이 붙은 소설이라고 하면 신뢰감이 한풀 꺾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당초 가졌던 기대를 접고 소설로서 이 글을 읽는다면 금세 몰입되고, 뒷내용이 자꾸 궁금해지고, 한문장 한문장 ...

어쩐지 잘 읽히지 않는 책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휴식시간은 꽤 소중한 것이어서 책이든 영화든 음악이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가 많이 망설여진다. 이 한정된 소중한 시간을 한톨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 혹은 최대한 가성비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내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지라 어쩌면 무임승차를 구독하는 이들 역시 같은 마음으로 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추천글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무임승차 뉴스레터로 말하자면 이른바 서로의 ‘문화자산에 무임승차’하자는 취지아니던가. 따라서 취향에는 맞지 않을지언정 적어도 ‘속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최근에 읽고 있는 책들이 이상하게 엄청 별로인 것도 아닌데 영 읽는 속도가 지지부진해 이번호에는 어쩐지 잘 읽히지 않는 책 이야기를 간단히 해보겠다.(실은 잘 안 읽혀서 돌려가며 읽고 있는데 여전히 다 못 읽었다.) 지난 호 다른 친구의 글처럼 ‘굳이 비추천 감상을 공유하며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랄까. 라우라 비스뵈크 <내 안의 차별주의자> ‘보통사람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이 부제이다. 누가 지었는지 제목 한번, 부제 한번 아주 매력적으로 뽑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금의 편견도 없이 누구에게나 어떤 대상에게나 공평하고 타당하게 대한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누구나 마음 속에는 어느 정도의 편견, 우월감, 그로 인한 차별적 시선이 내재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차별적 시선을 낱낱이 목도하고 반성하여 조금쯤은 지적인 우월감(결국 우월감으로 귀결되지만..)을 누리고 싶어 선택했으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너무 일반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챕터 ‘일’은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쉽게 풀어 쓴 것 같은 내용인데, 자아실현과 자기착취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은 예전이라면 ‘유레카’를 외치듯 감탄했을 분석이지만 이제와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심드렁한 감상만 남게 된다.(물론 그 지적이 타당하다고 생각은 한다.) 사회에서 주...

무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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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g days are over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어영부영 5월을 보내고 맞이한 6월의 첫 번째 과업은 가오갤3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보기 전부터 이보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며 호평의 호평을 더하고 있어 무척 이나 기대가 되었다. 시작부터 새로운 존재의 등장, 예고편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로켓의 과거와 비밀, 여전히 잘 맞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는 가오갤 칭구칭긔들의 눈물나는 우정과 모험으로 꽉 찬 영화였다. 가지마 가지마 가지마 ㅠㅠㅠㅠㅠ ● 두 발 늦은 영화 관람 -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 허심탄회한 대화의 중요성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꽤 괜찮은데.....? 두 영화 모두 그렇게 좋은 평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름 재밌게 봤다. 혹자는 마블이 망해가는 징조라고 악평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두 영화 모두 부족한 점은 있으나 나름 그 안에 즐길거리 들이 있었다. 역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는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 읽고 싶다 읽고 싶지 않다 -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책을 한 권 다 읽었다.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른 카페에 책이 많았는데 사장님께서 책을 신경 써서 고르셨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그 중 눈에 띈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라는 책을 골라 앞 부분만 대충 읽어볼까 하다가 어느새 한 권을 후루룩 읽어나갔다. 뉴스레터를 쓸 때마다 좀 더 세밀하게, 섬세하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서술하자 하다 가도 어느새 마감일이 다가오면 그저 몇 자 채우기에 급급한 내 마음을 설명한 제목 같았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3주에 한 번 도서관에 반드시 가서 책을 빌려오지만 3주를 한 글자도 읽지 않고 그저 책상에 올려두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나를 잠시 나마 붙들...

나의 6월을 함께 보낼 책과 영화 위시리스트.zip

  영어, 특히 비즈니스 상황에서 아주 흔하게 쓰이는 말 중에 settle down이 있다. 주어진 태스크나 이슈 등을 해결한다는 의미이다. 2월 초 이직 후 그야말로 엉망진창 우당탕탕이던 초반 3개월을 지나, 그래도 초반보다는 훨씬 업무에 적응했다고 느끼고는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조차 입사 첫 달에 저지른 큰 실수를 당시는 몰랐다가 이제서야 발견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처음보다야 조금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settling down 중이어서 마음의 여유를 완전히 되찾지 못했다. 그래서 6월도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가벼운 문화생활만 지속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차피 완벽하게 적응 완료하고 빈틈없이 해 내는 나 자신은 평생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의 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평생 settle down이 아닐까. 완벽한 시기를 기다리지 말고 그냥 지금의 순간순간에 가장 충실하고 가장 누려 보자고 괜히 다시 다짐해 본다.  책 <전쟁터의 요리사들> / 후카미도리 노와키 83년생의 후카미도리 노와키라는 여성 작가가 무려 2차 세계대전 중의 취식병을 주인공으로 하여 쓴 일상(?) 미스터리이자 일본에서 나오키상, 서점대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에도 후보로 오른 소설이다. 경기도 전자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부터 나중에 읽으려고 아껴 두고 있는 중이다. 덕후라거나 잘 안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의외의 은밀한 관심사는 전쟁, 특히 19~20세기 현대사의 전쟁이다. 전세계 유일의 휴전 국가여서 그런지 남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징병제가 한국 남성들에게는 역린인지라, 유독 한국에서는 여성이 군대, 전쟁에 대하여 말을 꺼내는 것이 터부시되어 왔다. 만약 한국에서 젊은 여성 작가가 이런 소설을 냈다면 어땠을지 길게 말을 꺼내지 않아도 다들 느낄 것이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분야에서 젊은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선순위인데 심지어 전쟁터가 배경이라니. 아직 읽기도 전이지만, 내가 관...

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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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일지와 일기장에 매일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가 채워지고 있다. 마음이 수런거리는 6월. 책도 잘 읽히지 않아 가벼운 실용서들만 읽고 있다. PPT 제작이나 포토샵 스킬, 유투브 편집 등에 대한 책들을 보았다. 아, 혹시 마포농수산쎈타님을 아시는지? 자취중이긴 하나 요리는 일절 하지 않음에도 종종 요리책을 찾아 읽는데, 마침 '밥 챙겨 먹어요, 행복하세요'가 도서관에 있길래 호다닥 대출해왔다. 요리하지 않는 사람이 읽는 요리책이란, 조리의 과정을 상상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상하게 위장대신 마음이 든든해진달까. 유투브로 먹방 보는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쎈타님의 푸근하면서 맛깔나는 말투 때문인지, 잠들기 전에 한 두 장씩 넘기며 왠지 나도 도전해봐야겠다는 기특한 생각도 들었다. 일단 순두부를 쟁여놔야지. 마음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 재테크 책도 몇 권 읽었는데 영 재미가 없었다. '돈은 좋지만 재테크는 겁나는 너에게'는 그냥 유투브를 보면 될 것 같다. 부디 앞으로 날이 더 뜨거워져도 책 읽을 기운은 남아있길 바란다. 읽어야 할 책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팟캐스트로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듣다가 이준혁 배우에게 반한 기념으로, 범죄도시3를 보고 왔다. 한국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보는 내내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유투브 채널에 올라온 '범죄도시 흥행에도 한국영화 위기론이 필요한 이유'라는 영상이 떠올랐다. 물론 당장 내 코가 석자긴 하나 한국영화도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럼에도, 6월 문화의날엔 스파이더맨:어크로스더유니버스를 보러 갈 예정이다. 필름클럽 얘기를 꺼낸 김에, 원래 듣던 팟캐스트들 외에 추가로 듣게 된 것들이 있다. 디바제시카의 토요미스테리. 최고의 딕션 덕에 2배속으로 들어도 볼륨을 작게 해서 들어도 또렷하게 들린다. 특히 1시간, 2시간 짜리 콘텐츠는 약 80km를 오갈 때 매우 듣기 좋다.  딱히 갈 생각이 없...

2023년 5월 9일 화요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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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쿠키까지 야무지게 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 마음이 이스트 넣은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크로플처럼 납작하게 꾸욱 눌렸다. 이 싱숭생숭 울렁거리는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일단 생각나는대로 메모했던 기록들. (스포 매우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