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23의 게시물 표시

가을의 입구를 지나며, 작은 추천 여러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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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입구를 열고 지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작은 추천들로 가을의 하루를 채워 본다.  아이묭 일본에서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여자가수라는 아이묭(Aimyon) 노래에 좀 늦게 입덕했다. 한국으로 치면 아이유인데 장르가 기타와 락인 느낌이려나? 듣기 좋고 편안한 소프트 락이어서, 방에 혼자 있을 때 책을 읽거나 빈둥댈 때배경음악으로 켜놓기에 딱 좋다.  특히 마음에 드는 곡들은 <君はROCKを聞かない(Kimi wa rock wo kikanai)>, <愛を伝えたいだとか(ai wo tsutaetai toka)>,<マリーゴールド(marigold)>등이 있다.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을 소프트 락이니 한번쯤 들어보시길. https://youtu.be/s9eKNFI4WRM?si=4tnsdGv3eEZU5gzR  국가를 막론하고 확실히 장르소설 쪽에서도 여성 창작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단순히 여성 캐릭터의 양 자체가 많아진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관통하는 관점 자체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써 나와 시대를 투영해서 읽기 좋은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은 10년 전의 한국 추리소설 시장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정말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구나 실감한다. 여성서사라고 해서 비장하고 준엄하게 여성인권을 외칠 필요 없다. 그저 재미있는 장르소설이지만 관점이 여성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그간 각종 창작물의 시점이 당연하다는 듯이 남성의 관점과 가치관이었을 뿐이다. 추리,장르소설 팬으로써 원래 내가 좋아하는 장르소설에 내가 중요시 여기는 여성의 관점이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까지 더해지다니 그야말로 천국이다. 그 중에는 단편으로 끝내기엔 아쉬운 '여캐'들도 있고 다소 완성도 낮은 듯한 작품들도 있지만, 최근에 접한 여성+장르소설 조합을 한번 정리해 본다. <모던 테일> 수록작, 민지형 '신데렐라 프로젝트': 결말이 조금 작위적인 '사이다'설정이긴 ...

내 가방 속 책, 이탈리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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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내 가방과 함께 걷는 책은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라는 책이다. 여행 책은 아니고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구조면에서 상당히 비슷한 나라가 미국도 아닌, 일본도 아닌, 바로 이탈이라라고 주목하는 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복지 정책은 이탈리아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전통적 가족제도의 유지와 보존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유사하고,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기업복지 혜택,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율, 남성의 양육불참 등의 문제가 상당히 흡사하고 그 결과 초저출산 국가로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형제의 나라'이다.  책의 목차를 읽으면 상당히 흥미로운 구절들이 많다. 특히 1장이 가장 이 책의 핵심 주장이 들어가 있고, "포퓰리즘 정치의 약속의 땅, 한국과 이탈리아"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적 무능력의 늪"을 다양한 경험 자료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 대중들을 위한 책이라면, 위 <복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저자: 에스핑 앤더슨)는 오늘날 다양한 복지국가들의 유형들을 분석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과 <이탈리아로 가는 길>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와 얼마나 유사한지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뻑뻑한 사회과학책이기는 하지만, 복지국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 앞으로 기후변화+바이러스+초고령+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국가'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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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훅 다가온 가을. 거리감을 줄일 새도 없이 벌써 떠나가는 것 같아 작은 것 하나라도 더 가을을 느껴보려고 노력 중이다. 마음은 바쁘고 할 일은 많지만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심호흡 깊게 들이마시는 것 만으로도 가을은 내 안에 가득 찬다.   ●파란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리는 도시 - 수원시립미술관, 수원 화성 나들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갑자기 수원 나들이! 수원 화성이 있는 행궁동이 요즘 행리단길로 뜨고 있다는 소식에 출동했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버스 안에서부터 사람이 많았다. 내리자마자 보이는 수원시립미술관 뒤로 보이는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 잠시 미술관 안과 밖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낯선 동네의 미술관 관람이라니 큰 기대가 없었지만 생각보다 눈에 띄는 작품들이 많아 알찬 시간이었다. 행리단길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정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며 맛있는 것도 먹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보낸 즐거운 하루.  ● 구수한 가을과 잘 어울리는 맛 - 코끼리 베이글  서울 3대 베이글로 유명한 코끼리 베이글이 성수에도 문을 열었다. 주말에 슬슬 산책 삼아 걸어 가봤다. 주택과 상가가 있는 골목으로 돌아 들어가니 갑자기 힙한 건물이 등장☆ 코끼리 베이글 간판이 건물 꼭대기에 멋들어지게 걸려있었다. 주말 아침 브런치로 딱인 하몽베이글샌드위치와 라떼 한잔, 그리고 주말에는 1인 당 8개 까지만 구매할 수 있어 종류 별로 구매해보았다. 쫄깃하면서도 화덕에 구워져 살짝 불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추천 받은 버터솔트가 역시나 가장 맛있었고 옥수수 베이글도 나름 특색이 있었다. 화덕에 굽는 방식이 몬트리올식 베이글이라고 하는데 뉴욕식 베이글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져 새로운 발견이었다.  ● 요즘 일하면서 듣는 노동요 -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음악을 듣다 보니 나도모르게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확실히 여름엔 걸그룹노래가 대세였다면, 9월~10월엔 보이그...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부제: 아기에게 화를 내지 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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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를 키우다 보면 종종 화가 난다. 처음에는 타이르는 말로 시작했다가도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지고 열을 내며 흥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쯤 되면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이른바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정’이 순식간에 나를 덮치면서 주체하지 못할 지경으로 화가 나는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아무리 내 감정이라 한들 조금도 건드릴 수가 없다. 그저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감정에 끌려다닐 뿐. 여기서 말하는 이 감정은 분노이지만 다른 감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슬픔도 공포도 모두 나를 ‘덮쳐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것들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즉 감정은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촉발되는 자연스러운 정신적, 신체적 반응이자 결과인 것처럼 느껴지곤 하는데 이 관점이 바로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쁨을 슬픈 일이 생기면 슬픔을 또 저마다의 사연들로 희노애락을 느낀다. 핵심은 이러한 감정들을 내가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감정을 관할하는 뇌 영역이 있어 평상시에는 잠잠하다가 자극이 들어오면 그에 반응하는 것처럼 인식한다는 점이다. 뇌에 감정을 관할하는 영역이 있다면 당연히 감정은 인류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며 신체적 반응 역시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실제 연구 결과를 살펴 보면 감정을 관할하는 뇌 영역은 존재하지 않고 그에 따른 신체적 반응 역시 일종의 사회적 합의일 뿐 뇌의 작용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그로 인한 웃음, 눈물, 비명 등과 같은 신체적 반응은 전부 뇌가 과거 경험을 통해 적절한 감정개념을 부여하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해 신체예산을 조절하는 것이지 외부자극에 의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감정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시작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만약 감정이 뇌의 특정 부분에서 촉발되는 것이고 그로 ...

비일상적이었던 9월 일상의 순간과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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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상적인 일들이 많았던 9월이다. 정말정말 흔치 않은 6일 연속 꿀휴일이야말로 가장 비일상적인 일이려나. 앞으로 당분간은 오지 않을 6연속 휴일을 끝내며, 9월의 몇몇 비일상적 순간과 그때의 내 기억을 남겨 본다.  내 기준 매우 비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캐리어이다. 사실은 아는 동생이 넷지오 30% 직원할인이 된다고 해서 큰 맘 먹고 구입했다. 싱가포르 생활 8년 내내 쓴 오래된 캐리어들은 다 버렸고, 튼튼하고 좋은 거 하나 사서 오래 쓰면 된다는 정신승리와 함께. 나에게는 정말 흔치 않은 고가 브랜드 물건이어서 비일상적이었다.  낯선 장소 그것도 외국에서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간 식당이 마음에 들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물론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서 외식 퀄리티 수준이 낮은 게 더 이상한 일이겠으나, 일본 출장 첫날에 같이 간 한국지사 동료들과 함께 눈에 띄는 대로 들어갔던 1차 선술집과 2차 라멘집은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어쩌면 '사전정보 없이 그저 끌리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엄청 맛있었다'는 여행용 서사로 인한 맛 보정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약 6년만에 방문한 일본에서 먹은 현지의 저렴한 선술집과 라멘집은 내 마음 속 2023년 9월에 오래도록 남을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다.  (기억하니?!) 이 뉴스레터를 같이 쓰는 친구와 함께 갔던 2019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산 여권 커버이다. 한 야시장에서 영어 이니셜을 박아 커스터마이징(?)한 여권인데, 싱가포르에서 2020년에 귀국한 이래 3년도 더 책상 한 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공항 공기를 맡았다. 코로나 전에는 그래도 연 1회 한국으로 귀국, 1회 정도는 해외여행도 하고 그래서 공항과 해외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는데 3년만이다 보니 은근히 설렜다.  40년 KBO 역사상 첫 고척돔 더블헤더, 그리고 내 인생에서도 첫 더블헤더 1,2차전 모두 직관. 이때 찍은 사진을 보면 1차전 때는 집에서 씻고 바로 나온 상태이고 아직 쌩쌩해서 얼굴과 머리가 뽀샤시한데 ...

인류세, 스필오버,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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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계일보 2020년 1월 28일 기사 2020년은 우리 삶에서 오랫동안 각인될 해임이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생과 사를 오가는 끔찍한 시간을 동시에 경험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더 불행한 사실은 앞으로 우리 삶에서 'X' 바이러스의 출현은 예고된 사실이라는 점이다. 이전 뉴스레터에서도 소개한 기후위기 상황과 더불어,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과 인간의 터전이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상황은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끔찍한 재앙들은) 우리가 그 이전에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들의 출현을 계속해서 유발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출처: 머니투데이 2023년 2월 25일 기사 (클릭) 출처: 매일신문 2020년 3월 23일 기사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의 상태를 완전히 바꿔놓은 시대를 일컬어 '인류세'*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처럼, 인간은 지구를 바꾸고 있다. 그것도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인류세: 나무위키에 따르면, 인류세란 "198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유진 스토머와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인류의 산업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환경이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지질시대에 포함시키고자 인류세를 제안했다. 2000년에는 스토머와 크뤼천 두 사람이 함께 기고문을 쓰기도 했는데, 이는 인류세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나타난 최초의 문서다. 이후 과학계에서 인류세라는 표현은 돌풍처럼 퍼져 나갔고, 사회적으로도 현 시대의 환경 문제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 함께 같이 보고 싶은 다큐멘터리는 'X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2020년 6월에 공개된 다큐멘터리이니 그 이전부터 계획이 착수되었을 것이다. 이 영상에는 우리가 평소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흔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인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 계통이라는 것이라...

GV빌런 고태경 -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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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던 도서관이 3개월 간의 공사로 휴관했다가 재개관을 했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책들을 빌리려니 기대가 됐다. 재개관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대출해가지 않은 인기 도서들도 몇 권 빌릴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온 지는 꽤 됐지만 꾸준히 추천 도서 목록에 있었던 'GV빌런 고태경'을 대출할 수 있었다. 나는 문학 소설 보다는 비문학과 에세이를 주로 읽는 편이다. 주로 라기 보다는 문학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2시간~3시간을 집중해서 깊은 이야기의 흐름에 빠졌다 나오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영화의 진지함이나 심각한 분위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것도 몇 번이나 시도해 봤다. 가볍게 읽기 좋은 추리 소설 부터 요즘 유행하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들, 세계문학전집에 있는 소설들까지. 제대로 소설을 읽어본 것은 대학 때 이후로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뭔가 분석하고 숨은 의미를 찾아내야 할 것만 같기도 하고, 주인공에 쉽게 감정 이입하기 어려운 면도 소설 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주거나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류의 글들을 훨씬 더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내게 'GV빌런 고태경'은 꽤나 도전에 가까운 독서였다. 영화와 영화인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이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었지만 두 세 챕터를 읽어나가자 그냥 책을 붙잡고 술술 읽게 되었다. 이번 소설 만큼은 완독을 해보자는 의지가 있었고 그 의지를 충분히 북돋아 줄 수 있을 정도의 흥미로운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반하자" 고태경은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반반하자는 듯이 툭 말했다.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