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없이 다녀온 두 도시, 상하이와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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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 없이 다녀온 두 도시, 상하이와 베이징 작년엔 상하이, 올해는 베이징. 가족 여행으로 아이와, 조카들을 데리고 여행길에 올랐다. 중국 무비자 정책으로 이 때가 아니면 안되겠다는 마음에 금방 마음을 정하고 다녀올 수 있었던 두 도시였다. 같은 나라지만 이렇게까지 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상하이와 베이징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하이 — 개방적이고 밝은 상업 도시 상하이는 한마디로 '상업 도시'였다. 와이탄의 화려한 스카이라인, 밤이 되면 더 빛나는 강변의 불빛들, 세련된 쇼핑가와 카페들까지. 도시 전체가 밝고 개방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서구적인 느낌과 중국 고유의 색채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상하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뜻밖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상하이 청사 였다. 화려한 도심 한복판, 좁은 골목 사이에 조용히 자리한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번화한 상업 도시 이면에 이런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게 묘하게 뭉클했다. (실내는 촬영이 불가능해서 기록으로 남기진 못했다.) 물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베이징 — 정치와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반대로 베이징은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정치와 역사의 무게가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느낌이랄까. 오래된 회색 벽돌 건물들이 골목마다 이어져 있고, 그 정취가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화려함보다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도시였다. 베이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공자묘였다. 오래된 나무와 비석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베이징이라는 도시가 왜 '역사의 도시'로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국자감과 공자묘는 베이징에 가면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고. 오래 둘러보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즐길만한 곳은 아니었기에 나 혼자 짧은 시간 알차게 구경하느라 애썼던 장소이기도 했다. 공자와 유학, 도덕정치를 꿈꿨던 시대의...

오케스트라 공연 해 봤니? (꺼드럭)

   이번 호는 ‘서로의 경험과 문화생활에 무임승차한다’는 우리 뉴스레터에 걸맞는다고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있는 글을 썼다. 세상에 해 본 사람, 앞으로 할 사람보다는 못 해 본 사람이 더 많은 경험일 테니까.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합류하여 첫 연습부터 인생 처음으로 공연장 무대에 서 본 기억을 간추렸다.   어렸을 때 잠시 배우고 20여년을 잊고 살던 플루트를 작년 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개인레슨을 받은 지도 어느덧 1년 반. 실력은 미천하지만 플루트끼리 혹은 다른 악기와 합주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싶었다. 지금 개인 레슨을 받는 선생님이 플루트 그룹 레슨도 운영하고 계셔서 실은 작년 가을쯤부터 이미 그룹 레슨도 수강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레슨 장소가 일반적인 음악학원이 아닌 교회이다보니 나 빼고 모두들 (열성적인) 교회 신자이시라는 점이다. 연주곡도 찬송가가 많이 섞여 있고 무엇보다도 그분들과 연습 및 사담 등을 하다 보면 반드시 교회 다니라는 전도의 말씀(?)을 듣게 되기에, 좋은 분들이지만 상당히 부담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또한 본가에서 성남시로 이사하면서 레슨 장소까지 편도 3시간이 걸리는 부담스러운 거리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개인 레슨은 선생님과 협의하여 시간대나 요일을 조절할 수 있고 기본 레슨 시간이 토요일 오전 11시여서 출석이 아주 힘들지는 않아서 계속 받고 있지만, 그보다 이른 오전 9시에 시작하는 단체 레슨은 어느 순간부터 아예 출석하지 않고 회비도 납부하지 않은 채 잠정적으로 탈퇴 상태였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단체 합주와 연습의 필요성을 느껴 인터넷에서 취미 오케스트라 등을 검색하던 중, ‘메리오케스트라’라는 사단법인 단체를 알게 되었다.  메리오케스트라는 누구나 취미로 악기를 배우거나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을 할 수 있는 단체이며, 내가 본 모집공고는 11기 오케스트라에 중도 합류할 단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간단한 오디션 영상과 함께 (사실 이것도 귀찮아서 미루고...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아직도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제목은 이하늬님의 유명한 그 짤입니다) 유투브 [타임슬립호텔] 어떻게 이 채널이 나의 알고리즘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어느날 갑자기 '당신이 교토 명문가의 며느리가 된다면 겪게될 끔찍한 일들'이라는 썸네일이 보였다. 한창 일남에 심취(...)해있던 터라 홀린 듯 클릭해서 보는데 일종의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섞어서 서술하는 형식이 신선했고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다. 솔직히 PC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아니 며느리 어쩌고 하는 제목부터 그렇잖아요... 난 내 안의 언피씨함을 인정하기로 했어...) 뭐랄까 그렇다고 대놓고 혐오 발사 이런 느낌은 아니기도 하고 일단 당장 문장을 말하는 그 순간에 다음 문장이 궁금해지는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거 재밌네?! 싶어 채널에 업로드된 동영상 제목들을 보는데, '조선시대 세자빈 간택에 불려가면 벌어지는 일', '당신은 이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상 최악의 교도소', '리젠시 시대 상속녀로 태어나면 벌어지는 일' 같은 딱 봐도 도파민 터지는(...) 것들 뿐이었다. 필름클럽도 끝났고 그것이 알고 싶다 유투브 채널도 영 흥미가 떨어지던 와중에 나의 여가 시간을 채워줄 새로운 콘텐츠를 찾은 것이다. 대놓고 AI 발사하는 영상이 흠좀... 싶을 때도 있고 나레이션의 목소리에 거부감이 없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긴 한데 그래도 어디서 그렇게 재미질 것 같은 주제를 뽑아오는지, 시간도 15~30분 정도여서 머리 말리며, 옷 갈아입으며, 주말에 밍기적 거리며 틀어두기 딱 좋더라. 공간 [답십리 고미술상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하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혼자 가기엔 약간 겁이 났다. 잘 모르고 갔다가는 어색, 뻘쭘하게 그대로 돌아올 것 같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가봐야지, 했는데 우연히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들렀다가 그냥 예습 차원에서 가볼까 해서 구경을 갔는데, 와, 정말 '힙'했다. 사실 언뜻 보면 그냥 동대문 시장 같기도 하고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전망대 덕후의 도쿄 전망대 탐방기

왜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한 번쯤은 전망대를 가게 된다. 심지어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그래서 가끔 창이 뚫린 곳에서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 못하고 기둥이든 어디든 꼭 붙잡고 있음에도 꾸역꾸역 방문하게 된다. 어쩌면 전망대가 가장 여행자스러운 곳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오롯이 고흐 특별전이 제 1의 목적이었던 도쿄 여행에서도 전망대에 갔다. 심지어 3박 4일 일정 중 하루에 하나씩 세 군데에 다녀왔다. 그 후기. 스카이트리 아사쿠사 근처의 전망대. 그러니까 사실 도쿄의 중심부보단 주변부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래도 2010년대인 최근에 지어져서인지, 350m / 450m로 도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라고 한다. 여행 첫 날, 입국 심사부터 공항을 나와 숙소까지 이동하는 데 생각보다 더 많이 헤매고 지체한 탓에 시간이 늦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비도 꽤 많이 내려서 뭘 할 기운도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지하철 한 정거장이니까 그냥 가볍게 다녀오자! 해서 갔다.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뭔 예매수수료 같은 게 없다 그러길래, 그 자리에서 급하게 폰으로 예매하려고 하는데 마이리얼트립같은 곳에선 이미 당일 예매창은 사라진 후였다. 요일과 시간대별로 가격대가 다르기도 하고 어차피 비도 오는데 나중에 다시 올까 고민하던 차에 다행히 클룩에선 즉시 발송해주는 건이 있었다. 비록 많이 할인되는 가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7시에 도착했는데 9시 입장권만 남아있어서 그렇게 구매하고 한참동안 스카이트리의 쇼핑몰인 소라마치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리고 시간 맞춰 입장...! 비가 오는데도 다행히 야경이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적진 않았다. 나는 350m만 봤는데, 450m까지 가면 야외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높은 곳이라 날씨 좋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그냥 밋밋한 도쿄의 풍경이 보였다. 뭐랄까, 이때부터 여행 내내 느낀 건데 도쿄는 내가 생각한 글로벌 메가시티(?)스러운 느낌은 좀 덜했다. 건물들도 고만고...

인간의 좋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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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양한 문화 경험을 공유해주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내 뉴스레터에는 대부분은 추리소설 아니면 동물 얘기만 반복되어서 송구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두 가지 재료를 섞어서 ‘동물이 핵심 소재인 추리소설’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간단히 글을 써 보았다. 익숙한 맛 두 가지를 조합하면 그래도 그 맛은 새로울 지도 모르니 말이다. 애초에 모든 추리소설의 원형으로 평가되는 <모르그 가의 살인> 부터가 동물을 반전의 소재로 이용하기도 했었다. 여기서는 모르그 가의 살인은 너무 클래식하니 제외했지만.  코난 도일 <바스커빌 가의 개>  “하지만 그날 밤 개는 짖지 않았는데요.” / “그러니까 그게 문제라구요.”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도 손에 꼽게 유명한 장편이다. 어딘가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시골 마을과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숨기는 듯한 주민들, 광활한 대저택,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지옥개’에 대한 무서운 전설 등 공포와 추리 요소가 잘 어우러져 있다. 니키 에츠코 <고양이는 알고 있다>  일본에서 여성 최초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여성 추리작가 니키 에츠코의 데뷔작이다. 작가와 이름이 같은 니키 에츠코라는 주인공이 오빠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장편으로, 제목 그대로 사건의 트릭 자체에 고양이가 이용된다.  송시우 <좋은 친구>,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내가 좋아하는 송시우 작가의 단편집 <아이의 뼈> 에 수록되어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고양이는 알고 있다> 처럼, 이 제목 역시 단순한 제목이 아닌 사건의 진상을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개는 야생성을 잃고 인류의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로써 살아 온 역사가 매우 길다. 그만큼 개는 단순한 짐승이 아닌 인간의 좋은 친구로 여겨지고 있는데, 결말을 읽으면 <좋은 친구>라는 제목이 얼마나 탁월한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른다.   같은 단편집의 ...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너(feat.마카오 여행)

  마카오의 첫번째 황금기는 16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열기를 타고 포르투갈이 마카오에 당도하면서 무역항으로서 중국과 유럽의 중개기지 역할을 했을 때라고 한다.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마카오가 포르투갈에 점령당한 후 첫번째 황금기를 맞았다고 말하는 것이 못내 껄끄럽기는 하나 중국과 유럽을 잇는 무역항으로 도시가 내뿜었을 활기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광은 계속되지 않았다. 영국이 홍콩을 점령한 이후 마카오는 무역항으로서의 지위를 홍콩에 빼앗긴 채 도박과 매춘 인신매매 따위가 횡행하는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카오가 두번째 황금기를 맞게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한번 도박, 카지노 산업이 육성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지난 달 내가 다녀온 마카오 역시 그런 카지노 산업의 향기가 짙게 배어 있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테마파크 같은 진짜인 듯 진짜 아닌 진짜 같은 알쏭달쏭한 묘한 느낌을 남기는 곳이었다.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을 굳이 꼽는다면 현지에서 현지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금이라도 느껴 볼 수 있는 것이겠고 그래서 휴양지보다는 도시를 좋아하지만 마카오는 분명 아주 화려한 도시임에도 아주 빡세게(?) 관광지화를 시켜놓은 덕에 휴양지의 한적한 느낌만 없다뿐이지 테마파크 콘셉트의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언어로 명확히 구체화되지 않는 느낌에서도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생활의 감각, 평범한 일상의 생동 혹은 고단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어느 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시간이었다. 그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이 마카오에서는 생경하게 느껴졌다. 다만 그게 싫지 않았던 것은 마카오의 화려함이 워낙 거대하고 동시에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곳을 떠올리자면 라스베이거스이고 이는 사실 당연한 말이다. 마카오가 두번째 황금기를 맞이한 것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사와 손을 잡은 이후이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늙크크가 되긴 싫어

  그리하여 남기는 신곡 감상기. CORTIS - REDRED 하이브 컴백 대(환장)파티 중 내 기준 가장 핫한 것 같다. 여러모로. 평균 나이 열일곱 아이들이 직접 곡을 쓰고 가사를 쓰고 안무를 만들고 영상을 만든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본이다. 여기서 오는 언밸런스의 매력이 있다. '도가니 사리기', '궁뎅이 가리기', '내 친구들 전부 한 트럭에다 담아서 거리고 나가서 빙빙' 같은 거친 결의 가사를 듣다 보면 (늙크크의 심정으론) 이게 뭐지, 장난하나 싶은데, 어쨌든 그렇게 어그로를 끌고 끊임없이 바이럴이 된다. '자유로운 우리를 봐, 자유로워'가 도리어 지나치게 정돈되어 촌스럽게 느껴진달까. 결국 이마저 하이브라는 자본의 연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종석 미장을 한 거친 벽면처럼. 멤버들이든 회사든 할 줄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사실 한 발짝 쯤 뒤로 멀어지게 되긴 하는데, 09년생 건호 군이 어깨를 어쩔 줄 모르고 코러스에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고 있는 걸 보면 또 아 10대 남자 아이돌 무대는 이 맛이지 싶어서 또 재밌다. that's red-red ILLIT - It's me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아쉽다. (파쿠리라고 해도) 이 아이들이 보여주던 음악세계, 그러니까 magnetic, 빌려온 고양이, not cute anymore, cherish, lucky girl syndrome 같은 곡들의 결을 남몰래 좋아하던 나로선 그럴 수밖에 없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 좋지, 다양한 거 시도해보는 거 좋지, 근데 그게 이 시기에 이 방식이어야 했을까? (이런 말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꼭 더 이상 레퍼런스가 없어지니 이렇게 된 것 같잖아) 그 와중에 who's your bias, I'm your bias 구절이 귀에 쏙쏙 박히고,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미친 처키인형 같은 안무는 수없이 쏟아지는 챌린지 화면에 익숙해져 그 누...

어린이날 선물로 푸들 말티즈 비숑 포메라니안 사고 싶은데 좋은 펫샵/브리더 추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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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제목에 답하자면 그런 거 없다.  이번 나의 글이 서로의 ‘문화 경험’에 무임승차한다는 취지에 맞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우리 뉴스레터의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면 미리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작년부터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경험 그리고 기억의 공유라는 차원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시절, 대형마트에 가면 햄스터, 거북이, 새 등 소동물을 파는 코너가 꼭 있었다. 강아지를 너무나도 키우고 싶었지만 그때만 해도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일은 너무나 드문 시절이었기에 엄마 아빠는 강아지, 고양이 등의 큰 반려동물 대신 햄스터나 잉꼬 등의 소동물까지만 허용해 주곤 했다. 물론 데려와도 뒷바라지는 결국 엄마 몫이었기에 지금은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더 크지만. 아무튼 그렇게 집에서 키우는 동물 = 어딘가에서 사 오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 한때 존재했다. 너무나 쉽게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사올 수 있었고 강아지나 고양이도 그저 가게 진열장 안에 있는 존재, 부모님의 허락만 떨어지면 진열장에서 꺼내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내가 연초에 썼던 글 중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영화가 헐리우드 가족영화 <베토벤>이었다는 부분이 있는데, 시대적 배경 탓에 베토벤 역시 펫샵(pet store)에 진열되어 있다가 안 팔려서 싼 값에 베토벤네 가족이 데려가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2026년, 시대가 바뀌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이라는 시대. 반려동물 특히 인간과 가장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반려견 시장은 저출생, 핵가족 트렌드와 맞물려 10년~2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팽창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친구들을 위해 요즘 펫 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자면, 펫보험, 반려동물 장례업체, 가격이 비쌀수록 커리큘럼(!)이 좋다는 강아지 유치원, 반려견 동반 단체 패키지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등등…   그러나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먼저 온 미래와 경험의 멸종(과 머니볼)

  출근하자마자 모니터 한 켠에 제미나이를 띄워놓는 것이 어느새 루틴이 되었다. 출근길에 아아 한 잔을 사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럴 법한 자연스러운 그림이듯 한 쪽 모니터에 제미나이를 먼저 띄워 두고 업무에 이용하는 것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기야 신문물에 항상 뒤늦게 적응하는 나마저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말해 무엇하리. 그래서인지 요즘은 AI가 진짜 똑똑하다더라, 변호사도 회계사도 망한다더라(안 망한거 잘 압니다;;저보다 훨씬 잘나가시는 분들임^^)하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지만 사실 그런 찬양과 과장된 우려의 이면에는 그럼에도 아직 나의 자리는 대체되지 않았다는 안도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먼 미래를 가정하지 않고, 기술이 더 발전할 필요도 없이)당장 내일이라도 어떤 뛰어남의 영역을 두고 인공지능과 인간이 겨뤄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주장할 수 있을까.   이 무서운 상황을 먼저 맞닥뜨린 곳이 바로 바둑계이다. 그 유명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바둑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한다. 과거엔 바둑의 세계란 너무 심오하여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들 기계는 감히 바둑에 범접할 수 없다는 인식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은 감히 알파고의 수를 읽어낼 수 없으므로 오히려 알파고를 스승 삼아 바둑을 배워야 한다는 인식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다. 장강명의 책 ‘먼저 온 미래’라는 제목은 바로 여기에서 왔다.   그럼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뛰어남의 영역을 두고 인공지능과 겨뤄야 한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 솔직히 간단한 업무 영역, 단순 계산이나 회계 같은 것은 물론이고 자료 해석, 보고서 작성과 같은 지적인 활동까지도 충분히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이거야말로 오로지 인간만의 활동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만한 게 바로 순수한 창작의 영역, 즉 예술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

Into the new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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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롭게 사귄 지인이 있는데, 요즘 '원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들을 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운동화를 신어본 적이 없는데 나이키에 빠졌고, 옷장에 무채색 옷만 죄 걸려있는데 알록달록한 옷을 하나씩 사본다고. 우리가 그래서 친해질 수 있었구나 싶었다. 나 역시 그러려고 노력중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안정된다는 건 가능성이 하나씩 차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만치 살아왔으니 나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아는 기분이 들고 그것은 꽤 괜찮다. 뭘 하면 기분이 고양되는지, 뭘 보면 슬퍼지는지, 뭘 먹어야 만족스러운지, 어떤 생각이 날 좀먹는지 같은 것들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를 적당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것은 재미가 없어서 어마어마했던 가능성의 나무들이 가진 뿌리나 가지들을 모두 쳐내고 작은 분재 하나 남은 쓸쓸한 기분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중년의 우울(...)을 타파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해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 <위스키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는데, 서론에서 언급한 지인이 요즘 자주 간다고 해서 호기심이 생겨 따라갔다. 한남동 골목에 위치한 작은 곳인데, 사람들이 제법 많아서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모든 직원이 멀쑥한 양복을 차려입고 안내해주는데 그 의도된 연출이 나에게는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만, 체계와 절차가 새롭고 신기했다. 커버차지라고 입장료나 자릿세 같은 개념의 돈을 내야 하고, 물이나 과자나 초콜릿같은 간식 한 두개가 나온다. '늘 시키던 것으로' 같은 주문을 하면 간지나겠지만, 난 누가봐도 처음인 사람처럼 주변을 신기하게 두리번 거리고 있었고, 심지어 술도 못하므로 얌전하게 추천을 받았다. 술 맛이 많이 나지 않는 달달한 칵테일을 추천해주셨는데, 아이스크림과 콜라, 약간의 술이 섞여 있어서 정말 맛있었다. 함께 간 지인이 맛보곤 이건 술이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기존에 마셨는데 좋았던 것이나 선호하는 향이...

문구여행자의 방앗간 소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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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앞에 있던 문구점에 매일매일 드나들며 백 원, 이백원 짜리 지우개와 연필을 구경하던 어린이는 자라서 훌륭한 문구여행자가 되었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최근 읽은 추리소설 모음.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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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405 *<TIGER> / 구시키 리우   연쇄살인마의 심리를 다룬 <사형에 이르는 병>으로 처음 접했던 구시키 리우의 또 다른 장편이다. 은퇴한 전직 형사인 할아버지가 현직 시절 직접 취조했던 사형수가 혹시 누명을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고 손자와  함께 진실을 추적한다. 아동성폭행 및 살인이라는 끔찍하고 자극적인 소재를 겉핧기 식으로 소재로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범죄자와 심리와 광기를 꽤 깊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손자와 손자의 친구가 트위터에 만화를 연재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잊혀진 범죄에 대한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독특하다. 다만, <사형에 이르는 병>도 그렇고 <TIGER>도 그렇고 거의 범죄자의 내면을 추적하는 범죄 다큐에 가깝고 스릴러, 미스터리로써의 맛은 좀 떨어진다는 것이 내 감상이다.  *<최애의 살인> / 엔도 가타루   90년대생 작가들이 몰려온다. 이번에는 무려 ‘지하 아이돌’의 살인을 다룬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언젠가 반짝반짝 빛날 아이돌의 꿈을 품고 있지만 현실은 그저 20~30명의 팬 앞에서 라이브를 하는 것이 전부인 지하 여자 아이돌 그룹. 달랑 셋뿐인 멤버 사이에서도 그룹의 미래, 센터, 컨셉 등을 두고 대립하기도 하며, 소속사 사장의 지시로 돈 많은 남자들의 술자리 시중까지 들어야 하는 신세이다. 그 와중에 알고 보니 센터로 푸쉬를 받는 멤버는 한참 연상인 소속사 사장과 사귀고 있었고, 그녀는 말싸움 도중 격분하여 사장을 살해하고 만다. 센터 멤버가 경찰에 자수하거나 나중에 체포되기라도 하면 비록 지하 아이돌일지언정 아이돌로써의 미래는 완전히 파탄나게 된다. 이에 멤버들은 똘똘 뭉쳐 시체를 숨기고 살인을 묻어버리려 하는데…   하드보일드라고 하기에는 살인의 실행과 숨기는 과정,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등에서 오는 긴박감은 덜하다. 오히려...

원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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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살이 되어 정말 세상 끝난 것 같은 기분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40살이 훨씬 가까워지고 만으로 간신히 30대 후반을 유지(?)하는 나이가 되었다. 평균 수명의 거의 절반 가까이 살아낸 셈이다.  ‘내 인생’으로 시작하는 지루한 술주정을 늘어놓으며 그동안 살아온 삶을 반추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40살이 가까워 오는 지금, 내가 가진 확고한 취향이나 관심사의 ‘원형’이 어디서 왔는지 문득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무임승차 뉴스레터에 맞는 글짓기인지는 모르겠지만  30살에도, 40살에도 그리고 아마도 50살에도 그대로일 내 인생의 요소 중 몇 가지의 원형을 되짚어 보고 싶다. 강아지: 미국 영화 <베토벤>, <머나먼 여정>   나의 강아지,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원형은 아마도 <베토벤>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80-90년대에 비슷비슷하게 양산되었던 헐리우드식 가족 영화 중 하나이지만 그때만 해도 비디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대형견과 미국 중산층 가정에 대한 환상을 키워준 작품이다. 알프스 산맥 등 험한 환경에서 조난객을 구조하는 이미지로 유명한 대형견 세인트 버나드 독을 주인공 ‘베토벤’으로 하여 1탄은 꽤 성공하였으며 속편도 여러 편 나왔었다. 그러나 헐리우드에 수없이 많은 개, 가족 주제의 영화 중 <베토벤>이 유독 성공했다거나 작품성이 높은 편은 아니고 1탄이 제작비 대비 성공한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편만큼은 뜨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사람 간의 호감도 그렇듯이, 꼭 객관적으로 대단한 작품이 아니어도 이상하게 나와 주파수가 맞는 그런 작품이 있다. 또한 나에게 있어서는 옛날에 비디오와 만화책 등을 유료로 대여해 주던 비디오 가게가 있던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새끼 시절, 베토벤은 동네 펫샵에서 팔리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강아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펫샵...

잘 하는 건 아닌데 포기하진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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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시작의 결심, 아직 못한 것들 정리해보고 더 늦기 전에 시도하기. 1_기록하기  2026년은 그 동안 해오던 기록을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11월부터 각종 문구브랜드의 다이어리들을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살펴보며 야금야금 노트들을 준비했다. - 아르디움 빅 플랜 먼슬리 - 하루 한 칸 일상 기록  - 아날로그키퍼 5년 다이어리 - 매일 다른 주제로 5년 기록 - 민음사 인생일력 - 하루 세 개 감사 일기  - 아날로그키퍼 먼슬리 다이어리  - 아날로그키퍼 서브젝트북  아래 두 개의 다이어리는 2월이 한 주 밖에 남지 않은 지금도 용도를 정하지 못했다. 일단 쓰기 시작한 다이어리들은 날짜를 빼먹지 않고 쓰려고 노력하였으나, 제대로 가동하고 있는 다이어리는 하루 한 칸 먼슬리 뿐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어가보고자 한다.  온라인에서 알게된 기록멘토라고 할 수 있는 리니님의 기록에 관한 일일 강의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록함으로써 새롭게 알게되는 나의 모습을 살펴보며 기록에 재미와 관성을 붙여가는 과정에 대해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나니 더욱 기록하기에 대한 열정이 생겨났다.  리니님의 책 [기록이라는 세계] 도 조금씩 이지만 꾸준히 읽고 있다. 기록이 주는 의미와 재미를 깨닫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기록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어 기록 생활에 꾸준함을 더해 주는 좋은 친구 같은 책이다.  2_영화보기  영화를 보는 것도 큰 마음을 먹고 봐야 하는 나에게 2026년은 꽤 기대작이 많은 해이다.  - 왕과 사는 남자  - 휴민트  - 프로젝트 헤일메리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 토이스토리 5 - 호프  -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  이미 개봉한 위의 두 영화는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전에 꼭 보...

우리가게 정상 영업합니다 ~간장게장마카롱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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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달라지지 않은 채로 2026년의 14%를 소진하고 말았다. 늘 이번달은 못했으니 다음달에는 멋지게 기획해서 써봐야지 하는데, 다음달이 이번달이 되면 마찬가지다. 역시나 이번에도 마감에 맞춰 티끌 모아 티끌 전략으로 이것 저것 잡다한 경험들을 사금 채취하듯 모아 모아 보고합니다. 1. 책 [실패를 통과하는 일] 나에게 책은 그야말로 취미이고 재미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책이 안 읽히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은데 (물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조급해진달까. 요 몇 달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것이 열 권이 넘어가던 차, 서점에서 마주칠 때마다 궁금해서 읽어야지 메모해두었던 책을 운좋게 스마트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었다.  솔직히 궁금하긴 했어도 큰 기대는 없었다. 이름을 들어본 사업/서비스/브랜드의 대표 혹은 파운더의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고 즐겨 읽는 편이긴 하지만, 대체로 하는 말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해도 심드렁했는데 본문에 들어선 순간 마음이 설렜다. 그야말로 '투박하게 토해낸 진심'같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퍼블리 창업자 박소령님의 창업부터 스타트업 투자를 받아내고 경영자로서 운영하다가 자체적인 마침표를 찍기까지의 회고이자 피드백이다. 완벽한 성공의 시점에서 내려다보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처럼 매 순간을 '실패를 통과'하듯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이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와닿았다.  먼저 그 당시의 상황과 심정같은 것들이 번호로 매겨져 나열되다보니 속도감있게 몰입이 가능했다. 이어지는 부분은 당시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 돌아보니 느낀 후회나 다시 돌아간다면 해볼 만한 대안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어서 나까지 한숨 고르는 느낌이 든다. 분명 매끄럽게 정제된 것도 아니고, 텍스트의 정보량이 제법 되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술술 읽히는 것은...